인도 내 석탄 비축량이 부족해지면서 제철 산업에 영향을 미치자 인도 정부가 석탄 수입량을 4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석탄 가격이 올라 수급이 쉽지 않을뿐 아니라, 기온이 오르면서 전력 수요도 높아져 석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인도는 폐광되거나 휴광 중인 광산을 재가동해 석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 철강 수요 늘었는데 석탄 없어 고생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이 이루어지면서 국제적으로 철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철강 수출은 3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1350만 톤으로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연간 1억톤의 선철(pig iron, 강철의 원료)을 생산하는 세계 2위 규모의 철강 생산국이다. 세계 4위의 석탄 매장량을 가지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석탄 수입도 많이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최근 인도는 석탄의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티스가르 제철협회(Chhattisgarh Sponge Iron Manufacturers Association)에 따르면, 철광석과 제철 거점인 차티스가르 중심주에서는 해면철 산업 기업들이 평소의 약 60% 수준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면철 공장을 운영 중인 진달 제철소(Jindal Steel & Power Ltd.)는 지난 5~6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모잠비크로부터 각각 15만 톤의 열탄 수주를 계약했다고 전했다. 진달 제철소의 V.R. 샤르마(V.R Sharma) 전무이사는 “한 달 동안 수입한 것 중 가장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 해면철은 철강 제조를 위한 중요한 원료로, 폐기물 형태의 산화철을 금속성 철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
샤르마는 한 인터뷰에서 "현재 석탄을 구할 수 없으며 우리는 현재 근근이 먹고사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국내 석탄이 공급되지 않는 시점까지 계속 석탄 수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면철 제조연합그룹의 디펜드라 카시바 (Deependra Kashiva) 전무이사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는 석탄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는 "제철소들은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사적이기 때문에 석탄에 대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 “기업들은 철강에 대한 수출 호황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높은 가격이 문제다. 카시바는 "남아공과 호주 무역업자들은 인도가 에너지 위기로 인해 많은 석탄을 수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인도로부터 제철소에 필요한 석탄과 가격에 대한 문의를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46년 만의 기록적 폭염으로 인도 내 전력난 더욱 심해져
석탄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전력 수요 증가다. 올해 1~8월 인도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보다 13.2% 증가했다. 그러나 인도 내 석탄을 80% 이상 공급하는 국영기업 ‘석탄 인디아(Coal India Ltd)’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 부족난이 생겨났다.
인도의 전력 중 70%는 대부분 석탄을 동력으로 하는 화력 발전소를 통해 만들어진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는 최근 인도에 있는 100개 이상의 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의 재고가 2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이어 “인도 정부가 석탄 수입을 높이려고 하고 있지만 수요가 많아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얼마 전 인도 수도 뉴델리를 비롯한 북서부, 중부의 기온이 46도로 오르는 등 122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면서 냉방의 수요가 늘고 전력난은 더욱 심해졌다. 인도 델리주 당국은 “병원, 지하철 등 필수 기관의 전력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인도의 일부 주에서는 하루 최대 8시간 동안 정전을 경험하고 있다.
인도 전력부는 지난 4월 29일 기준 전력 수요량이 207.1GW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2개월 이내에 220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도, 자국 내 휴·폐광까지 재가동
최근 전력 수요 급증에 시달리는 인도는 발전 연료인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휴·폐광까지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 석탄부 차관 아닐 쿠마르 자인 (Anil Kumar Jain)은 한 컨퍼런스에서 “채산성 문제 등으로 문을 닫았던 100여 개의 국영 탄광을 민영 업체에 임대하는 형태로 다시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인 차관은 "이를 통해 앞으로 3년간 석탄 1억 톤가량을 추가 생산할 것"이라며 “2년 내 국내 석탄 생산량도 연간 12억 톤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인도 정부는 2022년까지 재생 에너지 용량을 175GW, 2030년까지 500GW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2년 동안 국내 석탄 생산량을 12억 톤으로 늘릴 계획이라고도 밝힌 바 있어 인도의 화석연료 발전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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