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공장이 대거 진출해있는 베트남이 전력 부족으로 주 에너지원인 석탄을 LNG 발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 공장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은 감축될 수 있지만, LNG가 친환경인지 아닌지 이해관계자마다 판단이 나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하노이를 포함한 북부 베트남 지역에서 덥고 건조한 시기에 전기 수요 급증이 예상되면서 시민에게 전력을 절약할 것을 촉구했다. 불확실한 전력 공급은 회복해나가고 있는 경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에너지 믹스. 전기 발전량의 절반 이상이 석탄에서 나온다./그린피스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 보고서
베트남의 에너지 믹스. 전기 발전량의 절반 이상이 석탄에서 나온다./그린피스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 보고서

베트남의 주요 에너지원은 석탄이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2020년 기준 베트남 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30%는 수력, 천연가스는 14%, 비수력 재생에너지는 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베트남산 석탄과 외국산 석탄 모두 조달이 어려워졌다. 베트남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2월과 3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석탄 채굴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입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

베트남 내 전력시장도 전력 수급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 중 하나다.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영기업인 베트남전기(EVN)가 송배전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올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면서 독립 전력 생산자들은 수익 감소로 용량 추가를 마다하는 상황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 탓에 연간 전기 수요가 10%나 증가하면서 전기 수급 불안정이 초래되기도 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도시에선 전기 공급 중단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베트남은 선진국에 발맞춰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런 친환경 기조에 맞춰 복합화력발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된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력망 확충에 1000억달러(128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년짝 3,4호기 복합화력발전소 조감도. 호찌민에서 동남쪽으로 23㎞ 떨어진 엉 깨오(Ong Keo) 산업단지에 1600㎿(메가와트)급 고효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삼성물산 
베트남 년짝 3,4호기 복합화력발전소 조감도. 호찌민에서 동남쪽으로 23㎞ 떨어진 엉 깨오(Ong Keo) 산업단지에 1600㎿(메가와트)급 고효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삼성물산 

이에 베트남은 탄소 집약적인 석탄을 줄이고 LNG 발전을 통해 전기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삼성물산과 베트남 건설기업 라일라마는 베트남 최초 고효율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9억4000만 달러(1조2000억원)를 들여 1500MW급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부터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그룹 계열사인 페트로 베트남파워가 운영할 예정이다. 

베트남 남부에는 LNG 터미널 건설이 진행 중이다./페트로베트남가스
베트남 남부에는 LNG 터미널 건설이 진행 중이다./페트로베트남가스

반면 베트남 정부는 원자력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일본과 러시아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이를 폐기하기도 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입장은 유동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베트남 정부는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LNG를 선택한 것이다.

LNG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필리핀에서는 부동산 대기업 로페즈그룹의 에너지 자회사인 퍼스트젠이 이르면 올해 안에 도쿄가스와 제휴한 해상 LNG 터미널에서 올해 안에 연료 수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2011년 LNG 수입을 시작한 태국에선 태국 전력기업인 걸프 에너지개발과 일본 무역기업 미쓰이앤컴퍼니가 2500MW 상당의 천연가스와 LNG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다만 아태 지역 LNG 수입국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LNG 수급이 관건이 되고 있다. BP에 따르면, 201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LNG 수입국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대만이 유일했는데, 2020년 4개국이 더 늘어나면서 LNG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LNG 공급업자들은 유럽, 일본, 중국 등 경제 강국에 비해 동남아시아 국가의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석탄 → LNG 전환

삼성전자 탄소 감축에도 도움되나

한편 베트남에 주요 설비 시설을 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삼성전자는 170억달러(21조80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에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조성했다. 베트남 공장은 삼성전자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에 가까운 양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전기 사용량의 80%는 한국과 베트남이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석탄 사용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와 주주들은 삼성에게 저탄소 공급망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삼성이 이를 꺼리고 있다면서 ‘체계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란 아지즈 KLP자산운용 책임투자실장은 “삼성이 어떤 형태로든지 뚜렷한 재생에너지 계획을 언급하고 있지 않은 만큼, 이를 알기는 어렵다”며 “침묵이 길었던 만큼, 얼마나 깊이 있는 일이 있을지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 보고서에서 우선 한국과 베트남에서의 재생에너지 달성 목표를 수립하고, 공장 인근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 협력업체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자가발전, 소규모 태양광 발전자 등을 위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고정가격에 사줘 사업자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 등 다양한 제도들을 활용하라고도 말했다.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정책과 투자 사업을 옹호하는 활동을 정부, 전력회사, 계열사 등과 함께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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