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난해 열리지 않았던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지난 22일부터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됐다. 올해 선정된 주제는 ‘함께 일하기, 신뢰 회복’이었다.
팬데믹 이전부터 기후변화는 다보스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었다. 2020년 WEF는 모든 비즈니스 리더와 세계 리더들이 늦어도 2050 순배출량 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는 270개 패널토론 중 90개가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2021년말 기준 지역과 국가의 넷제로 목표는 전 세계 GDP 90%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WEF에서 나온 환경 의제를 다보스포럼 공식 홈페이지와 지속가능 전문지 에디(Edie)를 참고해 정리했다.
1. 기후활동가는 말 대신 시스템을 바꾸는 행동을 요구
기후 운동가들은 공식 세션이 시작하기 전 행사장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 기후활동가들은 “참가자들은 전 지구적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에 적응하도록 그들의 관행을 개선하지 않았다”, “기후로 가장 피해받는 국가에 대한 적절한 손해배상과 피해 구제를 위해 중요한 행동이나 목표조차 세우지 못했다”는 손 팻말을 들었다.
바네사 나카테 기후활동가는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은 다 기후위기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라며 “거품 속에 있고 그들만의 세계에 있다”고 발언했다.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케냐의 엘리자베스 와투티 기후활동가는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등 온도 상승으로 일어나고 있는 위기를 이해해달라고 촉구했다. 싱크탱크 릴리프웹(ReliefWeb)에 따르면 약 310만명의 케냐 국민들은 3년 연속 건우기로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 인도 최고 경영자들이 넷제로 제휴를 맺는다
‘최고경영자 기후 행동 지도자 연맹(Alliance of CEO Climate Action Leaders)’ 인도 지부도 출범했다. 이 연맹은 모든 분야의 기업을 파리협정에 따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2014년 처음 설립됐다. 연맹의 목표는 1.5도 경로를 넘어 2050년 넷제로 이행이다. 인도 지부 설립으로 이 동맹은 EU보다 연간 배출량이 더 많은 기업들을 대표하게 됐다.
이케아 모기업인 잉카그룹 제스퍼 브로딘 CEO와 네덜란드 건강기업 DSM 페이키 시즈베스마 CEO, 스위스리 크리스찬 무멘탈러 CEO가 연맹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약 92개 기업에 인도 지부 설립으로 12개 이상의 기업이 추가 합류할 전망이다. 인도지부는 리뉴 파워의 수만트 신하 CEO가 의장을 맡았다.
인도 지부는 “지난해 가을 인도 정부가 설정한 2070년 넷제로 목표를 위해 정부, 기업, 주요 이해당사자들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3. TNFD의 전진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NFD)는 기업이 자연과 관련된 리스크를 측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프레임워크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발표했다.
먼저 프레임워크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 및 지역 수준 조직의 협의 그룹을 구성했다. 호주, 인도, 네덜란드, 영국이 먼저 참여한다. 국제자연보호연합(IUCN)과 협력해 원주민 및 지역공동체(IPLC)와 협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TNFD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크레이그 금융데이터 기업 레피니티브 전 CEO는 “금융과 비즈니스의 혁신적인 힘을 동원하여 1차원 솔루션 개발에서 기후, 자연 및 사회적 차원에 대응하는 3차원 솔루션으로 신속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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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넷제로 이니셔티브에 산업 클러스터 참여 확대
벨기에, 네덜란드, 텍사스, 오하이오 산업 클러스터가 WEF의 ‘넷제로 이행 산업 클러스터 이니셔티브(Net Zero initiative)에 참가했다. 이니셔티브는 산업 클러스터를 지원해 넷제로 이행 경로를 설계하고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 간 협업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 활동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자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클러스터는 4개에서 8개로 2배 늘었다. 앤트워프-브뤼그 항, 브라이트랜즈 서큘러 스페이스, H2 휴스턴 허브, 오하이오 클린 수소 허브 얼라이언스가 참여했다. WEF는 12개 이상의 클러스터가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소 100개 이상의 클러스터 등록이 목표라고 밝혔다.
5. 퍼스트무버 연합에 50개사 이상 참여
민간영역에서 화제가 된 소식은 퍼스트무버 연합(First Movers Coalition)의 확장이다. 지난해 11월 COP26에서 미국 국무부와 WEF가 공동으로 출범한 연합이다.
철강, 알루미늄, 해운, 트럭운송, 항공 등 탄소 감축이 까다로운 8개 대표 산업들이 청정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를 지원하고 탄소 제거 솔루션을 확장하고자 하는 이니셔티브다. 영국, 덴마크, 인도, 이탈리아, 일본,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WEF에서 볼 코퍼레이션, BHP, EY, 페덱스, 포드사,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약 50개 이상 기업이 신규 참여했다. 연합에 참여한 기업의 총 시장가치는 8조5000억 달러(1663조 2500억 원) 이상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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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유·저탄소 도시 모빌리티 네트워크 공동 구축
30개 이상의 기업이 국가·지역·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해 공유·연결·저탄소 모빌리티 생태계 협의회(The Urban Mobility Scorecards initiative)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이 협의회는 전 세계 도시가 이동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환경 지속가능성과 복원력을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올해 말 평가가 완료되면, 협의회에 참여한 도시는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과 협력해 목표를 세우고 실제 행동할 수 있는 기준선을 마련하게 될 예정이다. 우버, 현대, 볼타트럭, 비자가 이 협의회를 지원한다.
7. 수자원 강조
담수 자원 관리 분야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에게 1500만달러(185억원) 펀드를 통해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IT 대기업 HCL 기술의 지원을 받아 WEF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업링크가 관리하며, 5년에 걸쳐 투자된다.
UN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구 증가, 지구 기온 상승, 날씨 변화, 민간 부문의 과도한 천연자원 개발 등이 물 부족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WEF에선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한국기업인 중 유일한 패널로 참가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넷제로 경쟁에서 이기는 법(Winning the Race to Net Zero)' 세션에 발표자로 나섰다. 이 세션은 세계경제포럼 측이 별도로 동명의 보고서를 발간할 정도로 중점을 두고 있는 의제다.
신 부회장은 사업장 내 탄소 감축(Scope1&2)에 그쳤던 기존의 논의에서 나아가 직접적인 제품 생산부터 협력 업체와 물류 시스템, 제품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기타 간접 배출, Scope3) 감축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다보스 포럼에 대통령 특사단장으로 참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나 전 원내대표는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세운 ‘브레이크 스루 에너지’ 관계자와 만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