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의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진실성에 의문 제기

BP의 2분기 및 상반기 실적 공시 중 일부. 작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 어닝비트를 달성했다./BP
BP의 2분기 및 상반기 실적 공시 중 일부. 작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 어닝비트를 달성했다./BP

현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경제불황에도 정유사들은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가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유가로 이익을 취하는 정유사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 2일 2022년 2분기 및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공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 BP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 직후인 2008년 이후 최고의 분기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각각 지난 28일과 29일 실적을 공개한 셸(Shell) 엑슨모빌(ExxonMobil)도 비슷하다.

이에 유가 폭등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횡재세(windfall taxes)’를 부여하는 법안이 지난 5월 영국에서 통과됐다. 법인세율을 기존 40%에서 25%p를 추가로 올린 것이다. 법안은 석유회사의 신재생에너지와 넷제로 관련 프로젝트 투자를 이끌었다. BP의 CEO인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도 저탄소 투자를 강조하고 나섰다.

알록 샤르마는 지난 2일 석유기업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보다 주주 환원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Alok Sharma
알록 샤르마는 지난 2일 석유기업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보다 주주 환원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Alok Sharma

BP는 현재 영국 전기차 충전 부문을 선도하고 있지만, 진실성을 의심하는 입장도 있다. 영국 내각의 일원이자 전 COP26 의장인 알록 샤르마(Alok Sharma)는 이번 분기 약 35억달러(약 4조5902억원)에 달하는 BP의 자사주 매입과 약 25억달러(약 3조2787억원) 규모의 저탄소 에너지 지출 계획을 비교했다. 자사주 매입이 저탄소 투자보다 1조원 넘게 더 많은 것이다. 샤르마는 "정유사의 행동이 그들이 주장과 일치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BP의 FTSE 100 경쟁사인 셸, 엑슨모빌, 쉐브론(Chevron), 토탈(Totalenergies)은 2022년 상반기에만 약 1000억달러(약 131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앞서 밝힌 회사들은 상반기에 이익의 절반 이상인 약 520억 달러(약 68조원) 상당을 주주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분기 석유기업 실적 호황, 친환경 투자보다 주주 이익 ?

하지만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 대비 주주환원 계획의 비용이 큰 것을 두고, 정유사들의 관심이 친환경 전환보다 ‘주주 챙기기’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정유사들의 주주는 연금 저축자와 연기금 등으로, 일부 공익적인 혜택도 예상할 수 있지만 주식 보유 계층이 대부분 부유층이어서 가난한 가정의 에너지 가격 대응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 문제는 이제 정치적인 의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국의 새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의 추정치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 에너지 요금이 이번 겨울에 연간 3600파운드(약 6000만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 

셸의 벤 반 뷰든(Ben van Beurden) 사장은 지난주 새로운 에너지 공급과 가정용 요금 인하 문제에 대해 “기적을 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화석연료 체제가 한계에 부딪히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용 감소가 결국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핵심은 빠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유사들의 투자 의지라는 것이다.

2022년 환매와 배당의 속도가 빨라진 것은, 정유사들이 넷제로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늘리기보다 투자자에 현금을 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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