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가스기업 BP가 2023년 넷제로 계획을 발표했다/BP
글로벌 석유가스기업 BP가 2023년 넷제로 계획을 발표했다/BP

글로벌 정유사 BP가 2023년 넷제로 계획을 발표한 후, 가디언지 등 주요 외신들은 “올해 청정에너지를 향한 BP의 성과와 노력은 점점 감소하고 그린워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BP는 올해 초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재생 에너지, 수소 및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2025년까지 전체의 40% 이상, 2030년까지 약 50%까지 높일 계획임을 밝혔다. 연료 공급원, 전기차 충전 사업 등에도 20억 달러(약 2조원)-30억 달러(약 3조원)를 더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외신들은 BP의 넷제로 계획을 두고 '청정 에너지보다 화석 연료를 우선시 한다', '재생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먼저 에너지 투자 규모에서 격차가 있었다. BP는 올해 재생 에너지 및 저탄소에 대한 예산을 30억~50억달러(약 3조~6조원)로 책정했지만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금액은 이보다 2배 이상인 75억달러(약 9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가스, 정제 및 바이오 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합한 탄화수소(resilient hydrocarbons)에 대한 투자도 최대 100억달러(약 12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탄화수소는 탄소, 수소 등 14개의 수소화합물을 통합한 것이다. BP는 자사 홈페이지에 2030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40% 줄이기 위해 저비용 고품질의 저탄소 연료인 탄화수소 예산을 지난해 대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2050년까지 최대 6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구의 친구들 정책 책임자인 마이크 차일드는 "기업이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사업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며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BP가 화석 연료에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작년 수익 최고치 기록했지만, 청정에너지보다 화석연료 투자가 더 높아

BP는 지난 해 3분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총 82억달러(약 10조원)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P는 올해 초 영국의 소셜 미디어인 '인플루언스 애드(Influence ad)'에 녹색 에너지 투자에 대한 광고로 80만 파운드(약 12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영국 내 수천만 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광고가 집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도 석유와 가스 생산을 점차 줄이고 저탄소와 재생 에너지 자원에 더 많은 투자하겠다는 넷제로 전환 광고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약 70만달러(약 8억원)를 지출했다. 녹색 에너지 회사 인수를 기념하는 광고에도 약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지출했다. BP는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오가스 회사인 알케아 에너지(Archea Energy)를 43억달러(약 5조원)에 인수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BP는 화석연료 회사를 공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며 “회사가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확장하며, 저탄소 투자에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는 주장을 재포장(reimagine)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영국의 수석 과학자인 다우 파르는 "BP의 광고는 회사가 깨끗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유럽의 에너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BP의 광고는 영국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BP의 대변인은 "우리의 광고는 북해 석유가스, 수소, 탄소 포집, 전기차 등 다양한 넷제로 계획의 범위, 규모, 세부사항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3대 석유 기업 중 BP가 청정에너지 홍보 제일 많아

화석 연료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하는 석유기업은 BP뿐만이 아니다. 최근 독일의 비영리단체인 우르게발트의 분석에 따르면, 512개 석유·가스회사들은 2030년 이전에 2300억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친환경ㆍ청정ㆍ재생 에너지원에 대한 실제 투자보다는 마케팅 비용이 더욱 컸다.

작년 한 조사 결과에서도 석유 기업들의 기후, 저탄소, 넷제로 전환에 관한 선언이나 공시가 크게 증가했지만 구체적인 행동이나 투자는 상대적으로 뒤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BP, 셰브론, 엑손모빌, 셸의 탈탄소 및 청정에너지 전환 활동 정도를 비교 조사했다. 키워드, 비즈니스 전략, 청정 에너지 및 화석 연료의 생산, 지출 및 수입 등 3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특히 BP의 기후 및 넷제로 공약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화석연료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의존도가 높았으며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지출도 경미하고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석유기업들의 투자와 행동의 규모가 담론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청정에너지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