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영국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 기관들 역시 고심에 빠졌다.
UN이 회원국 기업들에게 석유 및 가스, 석탄을 사용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넷제로를 위한 투자자 연합 혹은 넷제로 자산소유자연합으로 불리는 'NZAOA' 회원들 또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 NZAOA)은 자산이 10조6000억달러(약 1경3800조원)에 달하는 74개 투자자 기관들이 모인 국제 그룹이다. 회원으로는 다국적 보험회사 AXA, 독일의 손해보험사 뮤닉 리(Munich Re), 영국 자산운용사인 M&G 등이 있다.
지난 2019년 9월, UN 소집 하에 구성된 NZAOA 소속 회원 기업들은 205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UN이 시작한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에도 즉시 합류한 이들은 다른 넷제로 금융 부문 그룹보다 석탄 투자를 배제하는 데 있어 더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넷제로 선언만 하고 실제 행동은 약하거나 느리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지난 6월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는 강력한 규칙을 부여했는데 이들은 올해말까지 이러한 규칙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피드백하게 돼있다. 두 번째 프로토콜은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기존 목표에서 2030년까지 50%를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강화했다.
회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규칙을 따라야 하지만, 이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NZAOA는 "UN 그룹의 탄소 감축 기준을 따르는 것이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체 회원 자격 요건을 책임지는 것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OA, 에너지 산출량 감축 명확히 해야
전 맥킨지의 컨설턴트이자 독일의 보험회사 알리안츠(Allianz)의 지속가능성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 중인 건터 탈린저(Günther Thallinger)는 NZAOA의 의장직도 겸하고 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산출량 감축에 대한 주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룹 안에는 1.5도 기준에 맞춰 탄소 배출이 없는 전환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회원사도 있지만, 또 다른 회원사 중에는 석유와 가스에 어떻게 새롭게 투자해야 할지 논의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금융 부문 전반에 걸쳐 "지금 우리 그룹 안에서도 해결해야 할 의사소통과 행동의 불일치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들 동맹은 은행가, 자산 관리자, 보험사 및 자산 소유자 그룹에 맞게 조정된 자체 자발적 지침 내에서 UN 기준을 얼마나 밀접하게 따를지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N이 ‘레이스 투 제로’를 통해 권고 및 규칙을 정한 지침으로는 신규 석탄 자금 조달 금지, 화석 연료 투자 폐지, 2030년 단기 탈탄소화 목표 설정 등이 있다.
연합을 확장하려 해도 당장은 문제 있어
넷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은 더 많은 회원을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탈린저는 지속 가능한 투자에 대한 다양한 규제 접근 방식에 대해 "유럽에 본사를 둔 기업과 일본, 아프리카, 호주 또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원들의 경우가 서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EU가 기후 금융 공개와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한편, 미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탈탄소화 찬반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8월, 텍사스 주를 비롯한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블랙록에게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를 강요하고 에너지 가격을 반복적으로 인상했다고 비난하는 서한을 보낸 것을 들 수 있다. 이 서한은 AOA를 포함한 동맹 그룹,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의 영향력을 언급하고 있다. AOA는 “미국의 최대 규모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 연금(CalPERS)를 포함하여 미국에 4곳의 회원사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래스고 금융연합, 레이스 투 제로 등의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화석 연료를 줄일 것이란 사실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재 글래스고 금융연합의 회원 4곳 중 한 곳만이 석탄 개발을 제한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2023년 이후에도 석탄과 다른 화석 연료에 대한 자금 조달이나 투자를 금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쟁이 일고 있다.
탈링거는 UN이 소집하고 상황에 대해 매년 보고하는 NZAOA 사무국을 언급하며 "신뢰성 메커니즘, 전반적인 거버넌스 부분을 위해 우리는 독립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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