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이 올해 11월 30일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에서 핵심 의제로 올라올지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모든 형태의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는 지난해 열린 COP27 초안에 제안됐으나, 아랍에미리트(이하 UAE) 등 산유국의 반대로 결론을 못 낸 채 유보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탈석유⋅가스생산중단동맹(BOGA, Beyond Oil and Gas Alliance)과 넷제로 투자자연합(NZAOA, Net-Zero Asset Owner Aliiance)이 COP28에서 이 논의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BOGA, "UAE가 화석연료 철폐 리드해야"
BOGA는 2021년 코스타리카와 덴마크가 이끄는 국가 연합으로 모든 신규 시추를 중단하고 기존의 화석 연료는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게 목표다. FT는 유럽 최대의 석유 및 가스 생산국 중 하나인 덴마크의 댄 요르겐센 에너지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요르겐센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FT와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며 “BOGA의 회원국은 COP28에서 해당 의제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기술했다. 강력한 표현이란 ‘감축’이 아닌 ‘폐지’를 의미한다.
요르겐센 장관은 “BOGA는 에너지 위기로 인해 출범 이후 성장세가 완만했다”며 “포르투갈과 미국의 워싱턴주만 새롭게 가입했고 이탈리아와 칠레를 비롯해 구속력이 없는 형태(friends)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장관은 그럼에도 BOGA가 COP28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노르웨이와 같은 주요 석유 및 가스 생산국을 포함하여, 80개국이 지난 COP27에서 모든 화석 연료의 단계적 감축에 대한 더 강력한 표현을 지지했다”며 “(BOGA에) 가입할 의사가 있는 국가들과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가 주요 화석연료 수출국으로서 BOGA를 이끄는 것처럼, 탈탄소에는 거대 산유국의 역할이 강조된다. 장관은 “COP28 의장국인 UAE를 비롯한 거대 산유국을 화석연료 철폐 과정에 끌어들여야 한다”며 “BOGA와 같은 단체가 압력을 행사한다면 석유 수출국이 더 건설적인 방식으로 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관은 “화석연료 폐지에 완전히 반대하는 국가들도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NZAOA, 국가 금융배출 정보 공개로 탈탄소
NZAOA도 탈탄소화 움직임에 압력 수위를 높였다. NZAOA는 지난 26일(현지시각) 회원사의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공시 및 대리투표와 화석연료 투자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NZAOA는 금융기업의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11조달러(약 1경3816조원) 규모의 자산운용사 84곳이 모여있는 이니셔티브다. 회원사로는 알리안츠 자산운용, 캘퍼스, 악사, 스위스리 등 자산운용사, 세계 최대 연기금,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다.
독일 알리안츠 자산운용의 지속가능한 투자 책임자 우도 리제는 FT에 “정보 공개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들의 행동에 투명성을 가져오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금융기관의 넷제로 목표는 그동안 상장사의 대출과 인수에 집중됐으나, NZAOA의 자산구조를 보면 국가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짚었다.
NZAOA 회원사가 관리하는 자산의 20~30%는 국채이고, 10%가 사모펀드로 방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화석연료 투자 관련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안츠 자산운용은 21년 말 기준으로 포트폴리오의 30%가 정부 부채이고 2%가 사모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NZAOA는 지난 31일(현지시각) 기관투자자를 위한 포트폴리오 배출량의 감축 경로를 제시하는 ‘목표 설정 프로토콜 제3판’도 발행했다. 지침은 회원사가 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전기 사용량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데이터는 국채에 대한 노출을 기반으로 산출하게 된다.
지침은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을 경우에 탄소 제거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리제 알리안츠 지속가능 투자 책임자는 “탄소 제거에 대한 정보는 아직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NZAOA가 정보 공개와 기후 투자를 통해 화석 연료를 퇴출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지적한다. 에든버러 대학교와 SDG연구소는 지난달 ‘글로벌 펀드 관리 규제 전망 2023’ 보고서 발표했다. 보고서는 NZAOA 회원사의 4분의 3은 금융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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