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정을 막는 기업들, 탄소 크레딧 창출 도와
일반적으로 정유사는 탄소 크레딧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런데 그린비즈는 오래된 유정을 막아 정유사가 크레딧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두 기업을 13일(현지시각) 소개했다. 카본 패스(Carbon Path)와 제로 식스(Zero Six)는 오래된 유정을 폐쇄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탄소 크레딧을 만든다.
석유나 가스 유정은 사용이 끝나고 나면 거의 방치된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생산량이 적은 유정을 영세한 정유사들에게 팔아버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명이 다한 유정을 소유하다가 적발된 이들은 대부분은 유정을 그냥 버린다. 폐유정을 폐쇄하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메탄을 뿜어내는 폐유정의 수는 복수의 보고에 의하면 12~320만 개로 추정되고 있다.
유정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
마틴 데커(Martijn Dekker)는 대부분의 경력을 셸(Shell)에서 보낸 뒤 제로식스의 CEO가 됐다. 제로식스는 곧 탄소 크레딧을 판매할 예정이다.
데커 CEO에 의하면, 유정을 처음 뚫을 때 압력이 높아서 기름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압력이 떨어지면, 나오는 기름의 비율이 떨어진다. 이것은 유정에서 기름이 거의 채취되지 않을 때까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된다. 거대 정유사들은 유정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더 크고 더 좋은 유정으로 옮겨가고, 낮은 석유 생산량에도 만족하는 차상위 기업들(next-tier companies)에게 판매한다. 이런 거래는 보통 유정의 수명주기 동안 몇 번 일어난다고 데커 CEO는 그린비즈에 말했다.
또한, 데커 CEO는 중소기업들은 하루에 몇 배럴만 생산하고 자체 유정 시추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을 때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식으로 회사들은 책임과 비용을 다음 사업자에게 떠넘긴다.
자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에 따르면, 유정을 파는데 드는 비용은 5000달러(약 648만원)에서 100만달러(약 12억9682만원)가 든다. 미래를 위한 자원(Resources for the Future) 조사에 따르면, 평균 비용은 약 7만6000달러(약 9855만원)다.
다 쓴 유정을 덮으려면 구멍의 깊이가 다른 시멘트 스토퍼를 사용하여 유정이 대기로 방출되지 않도록 막고 물을 공급해야 한다. 깊고 오래 방치된 유정일수록 이 과정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양의 메탄을 방출하고 낡은 유정은 더 많이 방출
배출 문제가 되는 것은 버려진 우물뿐만이 아니다.
유정을 막아서 탄소 배출권을 만드는 일을 하는 또 다른 회사인 카본 패스의 CEO인 샘 아놀드(Sam Arnold)에 따르면, 많은 유정은 엄청난 양의 메탄 배출을 발생시키면서 수십 년 동안 생산되고 있다. 미국 환경청(EPA)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폐유정에서 배출되는 메탄 총량을 약 27만6000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석유 추출 및 에너지 연소와 관련된 배출 외에도 생산성이 낮은 유정은 관리되는 유정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 이는 종종 누출 및 유지 보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데커 CEO는 “엑손모빌은 하루 1000배럴이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지만, 하루에 1배럴만 생산되는 유정은 엑손모빌이 하는 것과 같은 관리를 받을 수 없다. 유정이 생산성이 떨어져 다른 소유자에게 인도될 때마다 관리가 허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대형 정유사들은 오염도가 가장 높은 유정을 판매함으로써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을 보여주려고 한다. 데커 CEO는 "글로벌하게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또 다른 주체가 오염시키고 있지만 메이저 정유사들의 기록에는 남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정유사들이 생산량이 낮은 유정을 처리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팔아버리는 걸 중단하는 어떤 법도 없다.
하지만 2021년 통과된 초당적 인프라 법안은 주정부가 폐유정을 막는데 470만달러(약 60억9505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콜로라도는 이 문제와 관련된 정유사들에 전면적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주다. 지난 3월, 콜로라도 주정부는 기업들이 유정 폐쇄를 포함한 정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수십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명령했다.
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레딧 판매 수익의 일부를 분배받는 것
카본 패스와 제로 식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유사들의 유정을 폐쇄하고 난 후 탄소 크레딧을 창출하고 자발적 시장에서 판매될 때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다.
카본패스와 제로식스는 체서피크(Chesapeake), 데본(Devon),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등 중견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유정을 폐쇄하는 데 따르는 금전적 인센티브로 탄소크레딧을 제공하고 있다.
카본 패스는 1톤당 20~50달러(약 2만5000~6만4000원) 사이의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며, 제로식스는 메탄의 이산화탄소 1톤당 10~20달러(약 1만2000~2만4000원)을 예상하고 있다.
데커 CEO는 "이 가격대면 회사가 석유를 계속 생산하는 것보다 유정을 막아서 탄소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놀드 CEO에 따르면, 버려진 유정 안의 가스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압력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이 유정은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땅 속으로' 내려가서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이 순환은 반복되지만, 언제 메탄이 방출될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배출율을 검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유정은 주정부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모든 탄소크레딧 거래에는 주정부의 허가증이 필요하다. 카본 패스는 지난 10월 몬태나 주에서 2개 유정 시범사업을 마치고 주정부의 크레딧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제로식스는 첫 크레딧을 발행하기 위해 내년 중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크레딧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놀드 CEO는 "이전까지만 해도 탄소 회피(조림사업 등 상쇄) 크레딧이 주를 이뤘으나, 이제 서서히 폐유정 폐쇄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업의 관심을 끌어내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정유사의 크레딧에 대한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도 아놀드 CEO를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한다. 그는 "이 돈은 정유사의 이익이나 정유사가 새로운 유정을 개척하는데 새롭게 쓰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크레딧으로 창출되는 모든 비용은 또다른 유정 폐쇄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크레딧 판매 수익으로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지는 못할 듯
이는 이 새로운 유형의 크레딧에 대한 또 다른 큰 문제인 잠재적 배출을 지적한다. 이 유정을 막으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유정을 시추할 수 있을까?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의 한 연구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석유 생산이 중단된다면, 생산되지 않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배럴당 약 0.4배럴에서 0.8배럴이 다른 곳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기 위해서는 200만~1200만 달러(약 25억9364만원~155억6184만원)까지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놀드 CEO는 "생산량이 적은 유정을 계속 가동시키고 약간의 돈을 버는 것보다 신규 시추가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 크레딧은 석유를 계속 생산하는 것보다 유정을 막아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정유사들의 수익을 균형있게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 EU, 세계 최초 탄소국경세 도입 합의
- 세계은행, 탄소배출권 시장 관리용 추적 시스템 선봬
- EU, 항공사 탄소배출 비용 인상 법안에 동의
- 미 환경보호청(EPA), 바이오 연료에 크레딧 부여하는 규칙 제안
- 플라스틱 크레딧, 포장재 혁신 과도기의 구원투수 될까?
- 미 환경청, 바이오연료혼합 확대 제안…전기차도 크레딧(e-RIN) 부여하나
- 자발적 탄소시장 메이저들, 글로벌 원칙도입 시도에 우려
- 탄소 크레딧의 개선 방안… 데이터 분석과 투명성 확보가 관건
- HSBC 클라이밋에셋매니지먼트, 자연자본 프로젝트에 6억5000만달러 조달
- EU 메탄 규제안에 합의, EC·환경단체선 '후퇴한 정책' 비판
- 녹색 수소 산업의 과제, 상용화 전에 '누출' 이슈 잡아야
- 미국, 올해 에너지 전망 아주 밝음
- ‘탄소의 금융화’ 추세...미래 탈탄소화의 노선은?
- 엑손모빌은 일찌감치 알았다? 비밀리에 기후변화 정확히 예측
- 베라의 탄소 크레딧 94%는 '팬텀 크레딧'... 탄소 감축 성과 없어
- 엑손모빌, CCS 기술로 매년 700만톤 탄소 포획해 블루 수소 생산
- 한국도 자발적 탄소시장 출범…대한상의, 한국판 베라(Verra)될까
- 투자자들 탄소 크레딧 투명성 확보 요구…'항공 레이저ㆍAI' 활용한다
- 美 캘리포니아, 유정 허가 지난해 200건 vs. 올해 7건
- 엑손모빌, 2050년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실패 예상…탄소포집 계약은 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