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천연가스 선물시장인 네덜란드의 TTF을 운영하는 ICE의 홈페이지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시장인 네덜란드의 TTF을 운영하는 ICE의 홈페이지

몇 주간의 진통 끝에 합의에 이르러, 180유로 초과하면 상한선 발동

유럽연합(이하 EU)의 에너지 장관들은 19일(현지시각) 에너지 위기를 완하하기 위해서 EU지역 전체에서 의견이 분분한 긴급 조치에 대한 몇 주 간의 회담 끝에 가스 가격 상한선에 동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상한선은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대부분 중단한 후, 올해 EU의 에너지 요금이 치솟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자 EU가 가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다.

EU 장관들은 네덜란드의 TTF(Title Transfer Facility) 가스 허브의 최근 월간 계약에서 가격이 3일 동안 메가와트시당 180유로(약 24만원)를 초과할 경우 상한선을 발동하기로 합의했다. 

TTF란 네덜란드에 있는 가상의 거래소로서 천연가스를 취급한다. 선물과 가스 실물 등을 거래하는 네덜란드의 많은 거래업자들에게 시설을 제공한다. TTF는 유럽에서 가장 큰 액화가스 선물시장으로 광범위한 가스 공급업체, 도매업체 및 투기세력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TTF 가격은 3일 동안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평가를 기반으로 한 기준 가격보다 35유로(약 4만8000원)/MWh 높아야 한다. 

EU 의장을 맡고 있는 체코 산업부 장관인 요제프 시켈라(Jozef Sikela)는 "우리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중요한 협정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가격상한선은 2023년 2월 15일부터 발동될 수 있다. 거래는 EU국가들이 서면으로 공식적으로 승인한 후 발효될 수 있다. 일단 발효되면 기준 LNG 가격보다 35유로(약 4만8000원)/MWh 이상 높은 가격으로 TTF의 가스 선물에서 다음달(front-month), 3개월,  1년후 TTF 계약에 대한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EU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입찰하기 위한 조치

가스 상한제는 가스 거래 가격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제한 수준이 글로벌 LNG 가격과 함께 변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EU국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스에 대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입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EU관계자는 로이터에 "독일이 국가들이 재생 에너지 허가 속도를 높이는 또 다른 규정에 대한 변경 사항에 동의한 후 가격 상한선에 동의했으며, 상한선에 더 강력한 보호 장치가 추가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전 장치에는 EU가 가스 공급 부족에 직면하거나 한도가 TTF 거래 감소, 가스 사용량 급증 또는 가스 시장 참여자의 마진 콜(margin call) 증가를 초래하는 경우 한도가 중단된다는 것이 포함된다. 마진 콜이란 선물을 대행하는 회사가 고객의 계좌에 자본을 늘리라고 요청하는 것을 가리킨다. 

치솟는 전력 및 가스 가격은 유럽 전역의 에너지 회사를 뒤흔들었고, 유틸리티 회사와 트레이더는 마진 콜 요구 사항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와 은행으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했다. 

독일의 유니퍼(Uniper)는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중단한 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파생 상품에서 수십억 유로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Aurora Energy Research)의 제이콥 만델(Jacob Mandel) 수석 연구원은 "TTF의 가스 선물에서 다음달(front-month) 계약이 180유로(약 24만원)/MWh 이상으로 마감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는 역사상 64일 동안 발생한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모두 올해 일어난 일이었다"고 밝혔다. 

두 명의 EU 관계자는 헝가리만이 가격 상한선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는 기권했다. 둘 다 유럽의 에너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 중 상한선에 반대했다. 

롭 제텐(Rob Jetten) 네덜란드 에너지 장관은 "지난 몇 주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시장 조정 메커니즘은 여전히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며, "나는 유럽 에너지 시장의 주요 혼란과 재정적 영향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유럽의 공급 안보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5일에는 거래소 운영업체인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EU가 가스 가격 상한제에 동의할 경우 가스 거래 허브를 EU 밖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ICE는 "이 메커니즘이 합의된 경우 네덜란드에서 효과적인 시장이 여전히 실행 가능한지 여부를 포함하여 모든 옵션을 고려하는 것은 시장 운영자로서 ICE의 책임"이라며, 19일에는 TTF 가스 허브 거래를 위해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 ICE의 TTF 시장은 정상적으로 거래될 것이다.

 

지난 8월 유럽의 가스 가격은 사상 최고치 기록

리피니티브 에이콘(Refinitiv Eikon)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TTF 가스 가격은 19일에 9% 하락한 107유로(약 14만원)/MWh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8월에 사상 최고치인 343유로(약 47만원)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에너지 당국인 아레라(ARERA)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스테파노 베세기니(Stefano Besseghini) 회장이 19일 말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상한선이 시장 가격에 대한 공격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인터팍스(Interfax)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몇 달 간 논쟁 끝에 도출됐다. 가격 상한제가 에너지 위기를 억제하려는 유럽의 시도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EU국가들 사이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두 번의 긴급 회의가 있었다. 

유럽 최대의 가스 구매국인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는 가격 상한제에 반대했다. 이 국가들은 가격 상한제가 유럽 에너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가스 공급업체가 EU의 상한선보다 가격이 높은 지역으로 실물을 이동시킬 경우 연료를 유치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ICE는 EU에 보낸 서한에서 가격이 상한선에 가까워지면 유동성 공급자가 TTF 가스 선물 판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스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EU의 제안이 금융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전력회사가 상한선을 피하기 위해 더 위험한 민간 거래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너지거래소협회 역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 EU에너지 위원 카드리 심슨(Kadri Simson)은 에너지 거래소 대표들을 만나 우려 사항을 논의했다. EU제안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한 "강력한 보호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대표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한편, 벨기에, 그리스, 폴란드를 포함한 약 15개국은 지난달 유럽 위원회가 원래 제안한 275유로(약 37만원)/MWh보다 훨씬 낮은 200유로(약 27만원)/MWh 미만의 상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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