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탄소 상쇄 프로젝트' 대부분 효과없다 연구 결과도

미 델타 항공이 허위 탄소중립 주장으로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며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 Delta Air Lines

미 델타 항공(Delta Air Lines)이 탄소중립에 10억달러(약 1조3280억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에 대해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각) 가디언과 CNBC,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델타 항공에서 ‘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항공사(the world’s first carbon-neutral airline)’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기된 이번 소송의 결과는 델타항공이 진행하는 탄소 상쇄 프로젝트가 실제로 지구온난화 완화에 미치는 효과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주요할 것으로 가디언은 분석했다. 

 

원고 측, 자발적 탄소 상쇄 시장 왜곡됐다

델타 항공의 탄소 중립 계획은 지난 2020년 2월에 발표됐다. 당시 델타 항공은 오는 10년간 모든 사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에 10억달러(약 1조3217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제트연료 사용량 감축, 항공기 효율화, 열대우림·초원 등 자연 보전을 위한 탄소배출권 구매 계획 등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델타 항공은 밝혔다.

이번 집단 소송의 대표로 나선 캘리포니아 주민 마야나 베린(Mayanna Berrin)은 AP통신에 “탄소중립을 추구하며 생활했기 때문에 지금껏 항공권을 구매할 때에도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며 한편 “델타 항공의 탄소 상쇄 방식에 대한 의심이 생긴 이후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집단 소송 제기의 핵심적 이유는 델타항공이 친환경 주장을 하면서 항공권 가격을 올려받아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마얀나 베린은 "탄소중립 주장이 없었다면 많은 고객이 그 가격으로는 항공권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마얀나 베린은 2020년 3월부터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원고를 모집했다. 소장에 의하면, 델타항공은 인도의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 인도네시아의 늪지대, 캄보디아의 야생 보호 구역 등의 프로젝트에서 크레딧을 구입해서 탄소를 상쇄했다. 

원고측 변호사인 조나단 해더린(Jonathan Haderlein)은 이 소송을 미국의 주요 항공사를 상대로 한 첫 번째 소송이자 미국 소비자 보호법에 근거한 그린워싱 사례라고 주장했다. 

 

각종 연구, '탄소 상쇄 프로젝트 결함 존재한다'

한편 가디언이 지난 1월에 진행한 조사에선 디즈니(Disney), 셸(Shell), 구찌(Gucci)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는 기후 대응으로서의 효과가 미비하고, 파괴 위험이 적은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등 부실한 지점이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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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의 담당 변호사인 조나단 해덜린(Jonathan Haderlein)은 “현재 자발적 탄소 상쇄 시장이 운영되는 방식으로서는 기업의 탄소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쉽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시장에서 발급된 탄소 크레딧을 근거로 기업의 ESG 성과를 예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델타 항공은 반박했다. 델타 항공은 성명을 통해 오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고, 지난해 4월부터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와 항공기 효율화에 투자해 탄소 상쇄보다 ‘탈탄소’ 방식으로 초점을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델타항공 대변인 그랜트 마이아트(Grant Myatt)는 "이번 소송이 법적 가치가 없다"며, "델타항공은 2020년 3월에 탄소 중립을 약속했고 2022년 3월 31일부터 탄소 상쇄에서 운영의 탈탄소화로 초점을 완전히 전환하여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에 대한 투자에 노력을 집중하고 보다 연료 효율적인 항공기로 교체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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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이번 델타 항공의 소송은 친환경 주장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는 유럽의 상황과도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Evian)도 뉴욕에서 델타 항공과 유사하게 탄소 중립 주장으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글로벌 기업의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 대해 기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탄소 상쇄 프로젝트 중 약 85%가 배출량 감축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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