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연구원(KEI) 산하의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KACCC)는 지난 26일 기후위기 적응정보를 설명하고, 산업계의 기후리스크 평가 및 대응체제 구축현황을 공유하기 위해 ‘산업계 기후위기 적응 경쟁력 포럼’을 개최했다. 

국가기후위기기적응센터는 기후 이상 현상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적응 정책을 수립하고 기후위기 예측 모형을 개발하여 산업계의 기후위기 적응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후공시 의무화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적응 관련 정보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21년부터는 '산업계 적응 협의체'를 구성, 운영 중이다. 올해 10개의 적응협의체를 선정했으며, 적응경쟁력 포럼과 중점산업 워크숍을 통해 기후위기 적응정보 공유 및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이 발표되면서 산업계의 기후공시 대응 및 역량 강화의 중요성이 확대되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의 기후리스크 대응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의 조한나 연구위원은 “2025년부터 기후정보를 포함한 상장사의 ESG 공시의 단계적 의무화가 국가적으로 확정됨에 따라, 산업계의 기후위기 적응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기후변화 위험도 평가도구 개발, 산업계 적응협의체를 통한 적응역량 확보, 산업단지 기후위험도 평가 절차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 산업계 기후위기 적응경쟁력 포럼은 1부에서 ▲기상청과 ▲국립해양조사원의 기후변화 적응정보 시스템에 대한 발표로 시작되었다. 2부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IBK기업은행 ▲포스코 ▲SK디스커버리 담당자가 산업계 기후 관련 위험 평가 현황과 사례를 소개했다./ⓒ임팩트온
2023 산업계 기후위기 적응경쟁력 포럼은 1부에서 ▲기상청과 ▲국립해양조사원의 기후변화 적응정보 시스템에 대한 발표로 시작되었다. 2부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IBK기업은행 ▲포스코 ▲SK디스커버리 담당자가 산업계 기후 관련 위험 평가 현황과 사례를 소개했다./ⓒ임팩트온

 

기후정보포털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미래의 기후위기 취약성 분석 및 대응에 활용

최다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관 주무관은 기상청이 운영하는 기후정보포털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산출과 활용방식에 대해 발표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변화 등 인위적인 원인에 따른 기후변화를 전망하기 위해, 예상되는 미래 온실가스 농도와 기후변화 예측모델을 이용하여 계산한 미래기후 전망 정보다. 

기후정보포털은 기후변화의 시계열 및 추세 분석 데이터와 색상 데이터,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기후예측정보 등 과거와 미래의 다양한 기후변화 정보를 제공한다.

최다솜 주무관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관측 지점이 아니더라도 격자자료를 산출하여 모든 행정구역에 대한 전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주무관은 동시에 “지자체별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해당 지자체의 현재와 미래 기후전망을 분석하여 취약성을 파악하면 예산 투입 및 사업 추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기후정보포털이 제공하는 27종의 극한기후지수를 기업의 기후 공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최 주무관은 “극한기후지수는 풍속정보, 상대습도, 고해상도기후 등을 바탕으로 산출되고, 산업계의 수요에 맞게 자료를 만들어 갈 예정”이라며 “(기업 적용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지만, 산업계에 수요 조사를 실시하여 구체화할 계획이고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립해양조사원, 해양기후 분야의 적응정보 시스템 구축

정광영 국립해양조사원 해양과학조사연구실 연구사는 “세계 7대 기후 지표 중 4개가 해양과 관련된 지표이고, 바다는 대기보다 1000배 이상의 열 용량을 가지기에 해양 기후변화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국내 50여 개의 조위관측소를 통해 해양온도의 변화를 관측 중이다.

정 연구사는 “해수면 상승과 관련된 자료들은 침수 및 범람예상 정보를 산출하는데 기초 정보가 되며, 바다 시설물 설계 사업과 재해대응사업 등 국가 정책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의 바다누리 해양정보 사이트를 방문하면 격자형 해양정보를 통해 지역별로 상세한 해수면 상승 전망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정광영 연구사는 “폭풍해일로 인한 해안 침수예상도를 제작하여 지자체가 방재 대책을 수립하고 재해 정보지도를 작성하는 데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산업계에 필요한 정보와 가이드라인에 대한 수요조사를 통해 산업계가 해양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기후정보로 포트폴리오 관리…ESG 평가모형 개발하고 위험평가시스템 활용

행사에 참석한 이현지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 선임매니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말 ESG 전략본부를 신설하여 자체적인 ESG 평가 모형 개발 및 ESG 및 기후변화 대응 연관 섹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에 대한 ESG 평가 및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기 위해 ESG 평가모형인 M-ESG를 자체 개발했다. 이 선임매니저는 “외부 ESG 평가모델은 중대형 및 상장사 위주이기 때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갖고 있는 자산에 보다 적합한 모델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평가모델은 평가 과정의 정보가 차단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며 자체 모델이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ESG 평가모형인 M-ESG 모델은 총 7개의 아젠다, 16개의 카테고리, 80여 개의 상세 평가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지속가능 투자의 핵심 의제별 성과를 볼 수 있다. 이 선임매니저는 “평가 결과를 활용하여 투자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부연했다.

M-ESG 모델은 검증된 정부의 공시 데이터, 기업의 자율 공시 데이터, 외부 평가사의 추정 데이터를 활용함과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지표 수행 여부, 산업평균 대비 성과, 연도별 성과 등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산업별 특화 지표를 구성하여 사업장 보유 업종에 대해서는 환경 특화지표를 적용했다. 다만 이 선임매니저는 “만약 국가 차원에서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면 결측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자체 개발한 평가 모형에 좀 더 정확도와 신뢰도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환경부의 홍수위험지도 정보 시스템,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정보(산사태/열분포도), 국가가뭄정보포털 가뭄 전망 등 국가 기후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서 같은 행정구역에 있는 유사 자산의 영향 평가 데이터를 찾아보거나 건축 HUB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 및 녹색건축인증을 확인하는 방법도 활용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선임매니저는 “기후위기 적응에 대한 자료는 충분하나 플랫폼의 분산으로 인해 활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기후적응 공시 정보를 통합한 플랫폼이 필요하며 사용자에 따라 유연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기후공시 평가 사례를 발표하는 이현지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 선임매니저/ⓒ임팩트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기후공시 평가 사례를 발표하는 이현지 미래에셋자산운용 ESG전략본부 선임매니저/ⓒ임팩트온

IBK기업은행은 기후리스크에 대해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했는데, 김효정 IBK기업은행 ESG경영부 과장은 “IBK기업은행이 금융기관이다 보니 보유한 자산이 많아 시뮬레이션을 적용할 대상을 지정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기업은행 소유의 부동산, 기숙사, 사옥에 먼저 적용하여 기후리스크를 파악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후리스크 분석은 우선 기후변화평가시스템의 VESTAP(기후변화취약성 평가도구)를 활용하여 구 단위별로 기후변화 요소에 대한 취약성을 파악함으로써 고위험지역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업은행은 기후리스크의 재무적 영향 평가를 산출하기 위험평가시스템(CRAS)을 활용했다. 김 과장은 “CRAS에 자산을 기입하면 피해 정도를 측정할 수 있어 매출 영향 및 생산과정과 시설 피해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재무적 평가를 할 수 있어 유용했다”고 전했다.

 

포스코와 SK디스커버리, 기업의 기후공시 노하우는?

포스코와 SK디스커버리는 기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기후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기후 시나리오는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 분석이 포함된다. 물리적 리스크는 재해로 인해 기업이 직접적으로 입는 타격을 의미하고, 전환 리스크는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이나 운영 방향성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 리스크를 말한다.

포스코는 2023년 6월에 발간한 2022년 기업시민보고서에 기후정보와 관련하여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 권고안과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공시 프레임에 기반한 지배구조(탄소중립 관리체계)∙전략(탄소중립 로드맵∙리스크 관리∙지표 및 목표(온실가스 배출량)를 제공하고,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활용하여 물리적 리스크 및 전환 리스크에 대한 대응전략을 구축했다.

박정석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 차장은 “기후 시나리오의 분석에서 물리적 리스크는 IPCC 5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RCP 시나리오와 S&P의 방법론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S&P 방법론으로는 일곱 가지 기후위기 요인(이상기온, 가뭄, 산불, 물, 해안 침수, 하천범람, 태풍)에 대한 자산 손실률을 제공받음에 따라 제철소에 대한 해안 침수 위기가 가장 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앞으로 제철소의 설비투자나 부지 선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서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S&P 방법론에 대해 “자산 가치 손실률을 계산하는 과정에 있어서 매출이나 자산가치를 기입해도 손실률이 같이 나오는 등 정보가 차단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국가 차원에서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가 이뤄지면 보다 효율적인 기후리스크 분석 방법론과 가이드라인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기후공시 평가 사례를 발표하는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 박정석 차장/ⓒ임팩트온
포스코 기후공시 평가 사례를 발표하는 포스코 기업시민실 ESG그룹 박정석 차장/ⓒ임팩트온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 등 다양한 자회사를 소유한 지주회사로 광범위하게 연결된 관계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명석 SK디스커버리 ESG팀장은 “기후변화 공시에 있어 연결대상 조직의 정보까지 알려야 하기에 기후변화 관련 조직경계를 설정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명석 팀장은 이에 “IFRS 지속가능성공시기준(S1)에 기반하여 국내 회계 기준으로 매출액이 5% 미만인 종속기업은 중대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측정에서 제외하여 조직 경계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전환 리스크 및 기회요인 분석을 위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STEPS 시나리오와 IEA SDS 시나리오를 사용했다. 김 팀장은 “STEPS 시나리오는 현재 기준 시행 중이거나 시행계획이 발표된 정책을 반영했기에 현 상황을 가장 근접하게 반영한 시나리오라고 판단했고, SDS 시나리오는 파리협약에 부합하는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리스크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놓일 때 어디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RCP 8.5 시나리오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다만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물리적 리스크로 인한 자산 손상 정도와 추가로 들어갈 비용을 진단하지 못해 재무 정보와 연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자체 시나리오 모델을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SK디스커버리는 연결대상 조직의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시에 있어서는 스코프 3을 포함하여 전체규모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측정했다. 김 팀장은 “연결대상이 변화할 때마다 어떻게 관리하고 기후정보를 공시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고 말하며 “스코프3까지 고려하여 탄소저감을 위해 어떤 대응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취재 및 작성: 송시원 Junior Editor

송시원 주니어 에디터
송시원 주니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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