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인프라에 200억 파운드(약 3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지난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인 셸, 하버 에너지(Harbour Energy)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합작 투자해 스코틀랜드 산업 클러스터에 있는 CCS 인프라를 개발한다. 일명 에이콘(Acorn) 프로젝트로, 스코틀랜드 세인트 퍼거스 가스 터미널에 있는 기존 석유 및 가스 인프라를 통해 탄소를 운송하고 북해 가스전 중 하나에 영구 저장한다.
영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약 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것이며, 스코틀랜드에 2만 1000개, 2030년까지 영국 내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에이콘 프로젝트 개발사인 스토레가(Storegga)는 수낙 총리가 허가를 발표하는 즉시 프로젝트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수낙 총리는 “탄소 포집 및 저장 산업이 영국이 에너지 전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환경부 장관 닐 그레이(Neil Gray)는 "우리는 스코틀랜드에 탄소 포집 저장소를 건설할 것을 10년 넘게 영국 정부에 촉구해 왔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스코틀랜드가 에너지 전환의 선두자임을 영국 정부가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CCS 투자하는데 석유ㆍ가스 면허는 허용?
영국 총리의 CCS 프로젝트 투자 발표 이후, 정계와 각종 비영리단체들은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CCS 기술에 투자한다고 할지라도 영국 정부가 새로운 석유 및 가스 시추 면허를 허용한 이상, 에너지 전환 흐름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낙 총리는 탄소 포집에 힘쓰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면허를 추가로 발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장관들은 정부가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을 허가한다면 올 가을부터 100개 이상의 라이센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는 CCS 프로젝트를 두고 “불에 연료를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CCS 기술은 석유 및 가스 업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추는 핑계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단체와 자선단체들도 북해의 새로운 시추 계획을 반대했다. 옥스팜 기후변화 정책 고문 린제이 월시(Lyndsay Walsh)는 “위선적이고 일관성 없는 기후 정책"이라고 말했고, 그린피스는 이번 발표를 "분열을 조장하는 냉소적인 정치적 계략"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수낙 총리는 “에너지 안보를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모든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는 “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지라도 에너지 수요의 4분의 1은 석유와 가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英, 비난에도 불구하고 CCS 프로젝트 가속화
수낙 총리는 새로운 시추 계획이 정부의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수낙 총리는 발표 직후에도 탄소 포집 초기 기술에 대한 초기 지원을 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영국 정부의 바이킹, 에이콘 등 영국의 기존 CCS 프로젝트 외에도 정부 지원을 받는 CCS 프로젝트 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탄소 감축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 2030년까지 초기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영국 정부는 세부 정책 및 자금 지원 모델을 개발해 CCS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 실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 포집 및 저장 협회 CEO 루스 허버트는 “영국 정부가 CCS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2030년까지 구축해야 할 양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30년까지 연간 2000~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며 “수십억 파운드의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확고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CCS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지원뿐 아니라 안정적인 탄소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산업 그룹 Energy UK의 부국장 아담 버먼은 “정부는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외에도 탄소 가격을 높여 산업계 전체가 탄소 포집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낙 총리는 중공업의 추가 배출량을 허용해 예상만큼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로 인해 영국의 탄소 가격은 유럽에 비해 가파른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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