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의 실험실 면화 생산 과정 / 갤리 홈페이지

실험실에서 면화를 재배하는 미국 스타트업 갤리(Galy)가 빌 게이츠가 이끄는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H&M, 자라(Zara)의 모회사 인디텍스(Inditex)로부터 3300만달러(약 440억원)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블룸버그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로써 갤리의 누적 자금 조달액은 6500만달러(약 870억원)에 달했다.

 

기존 면화에 비해 물 사용량 99%, 토지 사용량 97% 줄일 수 있어

면화를 티셔츠로 만드는 과정에는 수확, 제면, 방적, 직조, 염색, 재단, 재봉, 다림질, 배송 등 수많은 단계가 필요하며, 이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특히 면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 살충제, 비료가 필요하다. 면화 티셔츠를 평생 세탁하는 데 사용할 모든 물의 50배에 해당하는 물이 면화를 재배하는 데 사용된다. 면화 재배는 전 세계 경작지의 약 2.3%를 사용하며, 모든 살충제 판매량의 16%를 차지한다. 또한, 패션 산업은 일부 면화 재배 지역에서의 강제 노동과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보스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갤리는 면화를 실험실에서 재배하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갤리는 환경 컨설팅 회사인 퀀티스(Quantis)의 평가를 인용하며, 갤리의 공정이 산업 규모에서 기존 면화에 비해 물 사용량을 99%, 토지 사용량을 97%, 비료의 부정적 영향을 91% 줄인다고 밝혔다.

 

H&M, 인디텍스 투자 유치…“강제노동 리스크 없어”

면화 구매자들은 섬유의 길이, 강도, 순도를 중요시한다. 갤리는 이미 실험실 내에서 공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높은 순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갤리는 스즈란 메디컬에 의료용 면화를 10년간 공급하는 5000만달러(약 67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의류용 면화에 대해서는 섬유 길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발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3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갤리의 지분을 일부 매수한 인디텍스는 갤리와 협력하여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섬유 품질을 향상하고 있다.

H&M의 순환 혁신 연구소 책임자인 마틴 에켄바크(Martin Ekenbark)는 면화에 대한 수요 증가가 보이고 있다며, "고객들이 면화로 만든 직물의 촉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H&M은 2021년 초에 강제 노동 혐의가 제기된 중국 신장 지역의 면화 사용을 중단한 후, 중국 내에서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H&M 등 의류 업체들은 이러한 논란 없이 면화를 생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산 비용 감축이 가장 큰 과제

브라질 출신인 갤리의 CEO 루치아노 부에노(Luciano Bueno)는 ‘실험실 고기’인 배양육 스타트업들이 펀딩을 활발히 받고 있던 시기에 같은 방식을 면화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갤리는 면화 식물에서 세포를 채취해 큰 통에 넣고 설탕을 공급한다. 세포가 충분히 증식되면, 유전 기술을 사용해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한다. 그 결과, 세포는 변형되어 면섬유로 길어지게 된다.

면화는 고기보다 킬로그램당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시장 규모도 작다. 글로벌 면화 시장은 약 600억달러(약 80조원)이며, 면화는 킬로그램당 1달러(약 1340원)가 조금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반면 육류 시장은 1조달러(약 1340조원)가 넘는다. 실험실 면화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배양육 공정의 극히 일부 비용으로 생산해야 한다.

갤리에 유리한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식물 세포는 증식하는 데 설탕만 필요하고, 고기용으로 사용되는 복잡한 성장 물질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면화는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배양육 재배와 동일한 엄격한 위생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

충분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실험실 재배는 생물학적 특성의 까다로움과 전통적인 제품에 비해 훨씬 높은 비용 때문에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갤리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의 파트너인 피터 터너는 갤리의 면화가 배양육이 2013년에 있던 지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5온스(28그램) 버거를 제작하는데 25만유로(약 3억70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전해진다. 갤리는 현재 면화 생산 비용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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