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8000억달러(약 1경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 그룹이 유럽 당국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 그룹(IIGCC), 유럽지속가능투자포럼(Eurosif), 책임투자원칙(PRI)은 EU가 추진하고 있는 ESG 규제 간소화를 비판하며, 기업의 ESG 보고 의무가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EU 지속가능 금융 프레임워크를 간소화하고 일관성을 높이려는 전체적인 목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ESG 규제 조정은 기술 표준과 시행 지침에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SG 요건 전체를 재검토할 경우 규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결국 유럽의 법적 의무인 ‘그린딜’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옴니버스 패키지 추진…택소노미·CSRD·CSDDD 간소화
투자자 그룹의 공동성명은 유럽연합(EU) 내 두 경제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ESG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왔다. 두 나라는 ESG 규제가 EU 내 기업들이 미국과 아시아의 경쟁사들과 경쟁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공식 통계에 따르면, 두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마지막 분기 동안 증가하지 않았으며, 이는 유로존 전체 성장률이 둔화를 이끌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규제 전반에 대한 대규모 중단(massive regulatory pause)”을 촉구했으며,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도 EU 집행위에 서한을 보내 CSRD의 시행 연기와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EU는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제의 중복을 없애기 위한 옴니버스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EU 택소노미,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등 주요 지속가능성 관련 법률의 간소화가 포함된다.
마리아 루이스 알부케르케 신임 EU 금융서비스 집행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EU가 여전히 그린딜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일부 규제와 법률 시행 절차는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반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400억유로 규모의 택소노미 연계 투자…기업 투명성 효과 확인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러한 규제들이 “EU 지속가능성 정책의 근본적인 초석”이라며, 장기적인 지속가능성과 유럽 경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공동 성명에 따르면, 이들 규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회를 식별하며 궁극적으로 자본을 보다 경쟁력 있고 공정하게 넷제로 경제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세 가지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해당 규제들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이미 거두고 있으며, 2024년까지 유럽 기업들이 총 4400억유로(약 662조원) 규모의 택소노미 연계 자본 지출을 보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LGIM의 ESG 정책 총괄 알렉산더 버는 “ESG 규제를 철회하면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U 당국은 이번 주 기업 및 무역 단체들과 ESG 규제 개정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회의에는 지속가능 투자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버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제도를 시험할 때, 시장 전체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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