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렉산더 왕 X(트위터)
사진=알렉산더 왕 X(트위터)

메타플랫폼스가 인공지능(AI) 분야 최고의 두뇌들을 모으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너무 많은 천재를 한 팀에 몰아넣는 것은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실리콘밸리와 월가에는 ‘능력 있는 사람만 모아 놓으면 마법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있다”며 “실제로는 질투, 발목잡기, 태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연구가 경고하는 ‘천재 과잉’의 역설

최근 메타는 오픈AI 출신 엔지니어 10여 명과 함께 앤트로픽(Anthropic), 구글 딥마인드 출신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정예 인력을 한데 모으고 무제한 자원을 투입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고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팬들이 공감할 듯, 슈퍼스타만 모인 ‘드림팀’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 부실로 자존심 충돌과 함께 팀 화합이 무너지면 생산성이 급감할 수 있다.

메타에서는 천재 과잉의 함정을 피하게 할 책임을 28세의 전 스케일AI CEO 알렉산더 왕과, 48세의 전 깃허브 CEO 낫 프리드먼에게 맡겼다. 이들은 50인 규모의 ‘슈퍼 인텔리전스’ 부서를 이끌게 된다.

1970년대 ‘팀 역할이론’의 창시자 메러디스 벨빈 교수는 고지능 인원만 모인 팀에서 장시간 논쟁, 낮은 결속력, 의사결정 지연 현상을 관찰했다. 2011년 그로이스버그 교수 연구에서도 월가 리서치팀에 비슷한 전문성을 지닌 ‘올스타’ 애널리스트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 협력보다는 정보 통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성과가 떨어졌다.

카네기멜론대 테퍼경영대학원 아니타 윌리엄스 울리 교수 연구에 따르면, 팀 성과는 구성원 개개인의 지능보다, 소통과 협업 능력에 크게 좌우됐다.

 

저커버그의 승부수, 알렉산더 왕…메타 ‘슈퍼 인텔리전스’ 전면에

저커버그의 대대적인 인재 영입으로 2억달러(약 2780억원) 보상 패키지 등 상당수 신규 영입 인력의 연봉 정보가 공개됐다. 이는 팀워크 구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윌리엄스 울리 교수는 “군대에서 계급장이 위계를 나타내듯, 연봉이 서열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CEO 마이클 델은 신규 AI 채용 인력에 대한 과도한 보상 패키지가 메타의 기존 직원들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올스타 팀 구성 전략을 옹호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AI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회사가 개발하는 모든 것의 기반이 될 것이며, 사회에 매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가, 연구자, 데이터·인프라를 담당하는 엔지니어까지 최고의 인재들이 이 작업을 하도록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커버그가 가장 큰 승부수를 던진 인물은 왕이다. 메타는 스케일AI에 143억달러(약 19조8930억원)를 투자했는데, 투자의 진짜 목적이 왕 영입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케일AI에서 왕은 데이터 라벨링 계약자를 대규모로 고용해 ‘AI 골드러시의 곡괭이와 삽’을 제공했다.

왕은 ‘너무 많은 것이 적당하다(too much is the right amount)’는 철학을 내세우며 스케일AI에서 빠른 속도를 유지했고, 조직의 ‘인재 밀도’를 최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모든 후보자의 이력서를 직접 검토하며, IQ·EQ·끈기를 기준으로 선별했다.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메타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사람을 데려왔다”며 “이제 과제는 스타 개인이 아니라, 스타 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할·권한·화합…최정예 팀 관리 3원칙

전문가들은 ▲역할 구분 ▲의사결정권 명시 ▲팀 화합 구축을 최정예 팀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린드레드 그리어 교수는 “각자가 명확한 ‘수영 레인’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를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며 “비슷한 배경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서로 떨어져 있도록 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둘째, 주요 사안에서 누가 의사결정권을 가지는지 초기에 명확히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한 경쟁이 팀을 무너뜨릴 수 있다. 윌리엄스 울리 교수는 “위계질서가 나쁜 의미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사실 위계가 그룹의 조율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에 따라 위계가 바뀔 수 있지만, 모두가 정상에 서고 싶어하는 환경에서는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팀 화합를 만드는 것이다. 팀원 간 신뢰를 쌓고, 개방적으로 소통하며, 공동의 목적 의식을 세우는 것을 뜻한다. 구글은 사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이를 실천할 인내를 갖춘 CEO는 드물다”며 “고성과 팀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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