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 압박에도 불구...  애플, 'DEI 유지' 방침
- 팀 쿡 "법적 환경 변화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 애플, 트럼프 정부와 '실용적 관계' 유지

애플 주주들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지안을 압도적으로 거부했다.

미국 공공정책연구소(National Center for Public Policy Research, NCPPR)가 제출한 이 제안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97%의 반대표를 받아 부결됐다.

NCPPR는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2024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 주주총회에서 보유 현금 및 시장성 증권의 1%를 비트코인에 투자하여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자는 제안을 제출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애플 제품들 / 애플
애플 제품들 / 애플

 

트럼프 정부 압박에도 불구...  애플, 'DEI 유지' 방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방정부 DEI 프로그램 폐지를 지시하고 법무부에 민간기업 DEI 정책 조사를 지시하는 등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에 메타, 구글, 아마존,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업들도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DEI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중 메타와 구글은 이미 DEI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으며, 월마트, 타깃, 셰브론, 엑손, 맥도날드 등도 DEI 정책을 재편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골드만삭스 또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회사들에게 요구했던 '최소 2명의 다양성 이사회 구성원' 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NCPPR 스테판 패드필드(Stefan Padfield) 프리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Free Enterprise Project)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트렌드가 명확하다. DEI는 사라지고 실력주의가 돌아오고 있다"며 DEI 프로그램이 애플에 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DEI 정책에 대한 법적 리스크는 증가하는 추세다. 20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 제임스 우트마이어(James Uthmeier)는 타깃(Target)을 상대로 연방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타깃이 2023년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의 권리와 평등을 지지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여 소비자 반발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여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다양성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는 지난 1월 코스트코가 같은 단체의 유사한 제안을 98%의 반대로 부결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팀 쿡 "법적 환경 변화에 따른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주주총회에서 "법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존엄성과 상호 존중이라는 핵심 가치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은 인종이나 성별에 따른 채용 할당제를 운영하지 않으며,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함께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주주총회 직후 소셜미디어에 "애플은 DEI를 조정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Apple should get rid of DEI rules, not just make adjustments to them. DEI was a hoax that has been very bad for our country. DEI is gone!!!")"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2022년 발표된 애플의 최신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애플 직원의 약 75%가 백인과 아시아계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65%가 남성 직원이다. 특히 고임금 엔지니어링 직군에서 백인과 아시아계 남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업계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 구성원 현황 / 애플 
애플 구성원 현황 / 애플 

 

애플, 트럼프 정부와 '실용적 관계' 유지

DEI 정책 유지와 별개로 애플은 트럼프 정부와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팀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남 이후 향후 5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약 723조원)를 투자하고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AP통신은 "쿡 CEO가 트럼프 첫 임기부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이로 인해 중국산 아이폰 관세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책임투자 단체 셰어액션(ShareAction) 대표 캐서린 하워스(Catherine Howarth)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업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 및 직원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AI 프라이버시 정책, 사회공헌 기부금, 아동 보호 정책 등에 대한 다른 주주 제안들도 모두 부결됐으며,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진과 팀 쿡 CEO의 7400만달러(약 1070억원) 보수 패키지는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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