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해외기업 주주총회에서 ESG 관련 주주제안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다./픽사베이
2021년 해외기업 주주총회에서 ESG 관련 주주제안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다./픽사베이

 

2021년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 해외에서는 ESG 관련한 주주제안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모닝스타는 최근 이 흐름에 대해 “기록적인 수준의 ESG 제안에 대한 지지와 중대한 변화의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극적인 기업은 미국의 대표적인 화학기업 듀폰이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두번째로 중대한 원인인 듀폰의 플라스틱 알갱이(pellet) 유출에 대해 정기적인 보고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2019년 투표에선 7%의 지지를 받았으나, 올해는 같은 결의안이 무려 81%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사안은 회사 경영진들이 반대했으나,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의 지지를 하는 이변을 낳았다. 듀폰에 직장 내 다양성(Diversity) 공개를 요구하는 결의안도 84%의 지지를 얻었다. 모닝스타는 이에 대해 “블랙록, 뱅가드, SSGA 등 3대 자산운용사가 듀폰 주식의 27%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이 두 가지 사안을 모두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블랙록, 뱅가드, SSGA 3대 자산운용사는 뮤추얼펀드로 40% 자금을 운용한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ESG에 관한 지지 입장으로 돌아서왔다. 지난해 12월 블랙록은 ‘ESG 대리투표(proxy voting)’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발표했다. 다양성 및 기후행동을 지지하는 투표를 더 많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초 뱅가드의 2021년 대리투표 지침(guideline) 또한 기후 관련 공개 및 인력 다양성 공개 등에 대한 광범위한 결의안을 포함하겠다고 보다 개방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뱅가드는 직장내 다양성을 기대하는 내용이 담긴 ‘스튜어드십 브리프(개요)’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즉 사안별 접근법을 취했던 것과 달리 주주제안과 대리투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는 작년 하반기 P&G에서 “공급망 삼림 벌채 방지를 위해 강력한 노력을 촉구”하고, 오라클의 “인종 및 성별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하는 투표결과를 낳았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1월초부터 지금까지 21개 ESG 결의안에 대한 주주들의 평균 찬성률은 44%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한 수치다. 모닝스타는 “일반적으로 ESG결의안은 이사회로부터 ‘반대(Against)’ 투표 권고를 받는데, 최근 IBM, GE, BG(Bunge)의 최근 투표결과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ESG 투표 제안에 ‘찬성(For)’표를 던지도록 권고했다”며 “이는 대리투표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며, 조류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중반 주주총회 대리투표에서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다./모닝스타
2021년 중반 주주총회 대리투표에서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다./모닝스타

특히 관심을 끌었던 주주총회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RK)였다. 지난 1일 주총에서 워런 버핏을 제외한 57%의 주주들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모델이 저탄소 경제와 어떻게 호환될 수 있을지 설명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55%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36만명 인력을 고용한 지주회사로서, 직원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정책을 주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블랙록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 2명의 재선임에 반대했는데, 이는 “회사의 거버넌스 관행과 기후행동 계획 및 공개에 대한 부족함이 우려스럽다”라는 이유 때문에서다.

워런 버핏은 이 주주제안을 부결시켰고, 이사진 전원도 유임시켰다. 전체 의결권 3분의 1 가량을 버핏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회사 투자가 정보 공개 없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정보를 공개하면 외부 간섭 없이 운영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분산형 모델 강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전에 비해 달라진 주주제안 찬성률. 듀폰의 플라스틱 이슈의 경우 7%에서 81%로 급상승했다./모닝스타
이전에 비해 달라진 주주제안 찬성률. 듀폰의 플라스틱 이슈의 경우 7%에서 81%로 급상승했다./모닝스타

 

하지만 두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For) 입장’을 밝혔던 블랙록은, 주주총회 직후 특별 투표 게시판을 4장짜리 문서를 공개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기까지 했다.

블랙록은 “버크셔해서웨이는 ESG 고려사항이 성과에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는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는 회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지배구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관행, 승계 이슈 등 조목조목 사안별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 관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외 언론에서는 버핏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주주들이 ESG 관련 정보 공개 요청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제약회사 화이자 주총에서는 정치 로비용 지출에 관한 공시를 요청하는 제안에 대해 주주 지지가 올해 두 배로 증가했다.

향후 3대 자산운용사들의 ESG 제안 찬성 방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공적연기금들이 자산운용사에 대해서까지 기후변화 및 ESG 관련 책임론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아마존, 쉐브론, 엑손모빌, 페이스북 등 주총에서도 비슷한 이변이 드러나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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