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을 하고, 좌초자산을 매각하면 탄소중립은 이루어질까.
지난해 국내 금융권의 탈석탄 선언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마이너 금융기관들은 기쁨의 탄성을 소리 없이 지르고 있다는 뒷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메이저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압력과 국내외 평판 이슈로 인해 탈석탄 선언을 하는 바람에, 대중의 시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마이너 금융기관들이 조용히 석탄 금융을 취급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이라고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은 최근 도이체방크가 주최한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대기업들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지저분한 사업을 매각함으로써 녹색화해서는 안된다”고 3일(현지시각) 말했다. 대신 기업들은 환경에 우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그들의 사업운영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계 은행가인 크리스천 소잉(Christian Sewing) 대표는 컨퍼런스에서 “은행이 기업들의 생산활동에서 (좌초자산이 될 만한) 나쁜 부분을 매각하도록 권고하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며 “이것은 옳은 일도 아니고,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자칫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래리 핑크는 대중의 감시를 덜 받기 위해 기업들이 일명 ‘더러운 자산(dirty asset)’을 매각하는 것이 좋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평가) 점수는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결국 투명한 조직에서 불투명한 조직으로 (더러운 자산이) 옮겨갈 뿐이고,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블랙록은 엑손모빌과 쉐브론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사업 전환 등을 이끄는 그린 액티비즘(Green Activism)을 지지해왔다.
한편, 래리 핑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너무 빨리 움직이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말한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녹색 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고 많은 나라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책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의 예를 들며, “바이오 연료는 현재의 탄소 기반 연료 공급원보다 50~60% 더 비싸다”면서 “녹색으로 빨리 가라는 명령으로 인해 항공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너무 파괴적일 것으로 전망되며, ‘일자리 감소 및 지역 불평등의 심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정치적으로 호응을 얻기 힘들다.
래리 핑크는 “전환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탄소 경제로의) 원활한 전환을 하기 위한 기술이 아직 없다”며 “한편 규제당국과 정부가 녹색경제로 가기 위해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일 것인가는 매우 큰 정책적 문제”라고 밝혔다.
거시경제 전망과 관련, 그는 지난 30년 동안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보인 후 최근 3.5퍼센트 이상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시장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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