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석탄 생산업체인 시베리아석탄에너지(SUEK)에게 자금 조달을 한 은행에 넷제로 선언을 한 은행이 3곳이나 포함돼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 및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독일 코메르츠뱅크는 넷제로 공약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석탄에너지 채권발행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개 은행 외에 중국은행, 알파 은행, 가스프롬뱅크 등 5개 러시아 은행들이 채권단에 포함됐다.
정확한 자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베리아석탄에너지는 대출과 같은 기존 지원 방식이 아닌 신디케이트론(Syndicate Loan)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받았다고 한다.
신디케이트론은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투자은행(IB)의 인수업무가 혼합된 융자 형태로, 2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신디케이션·Syndication)을 구성해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일종의 집단 대출을 말한다. 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중장기 자본 조달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은행들은 시베리아석탄에너지에 5년 만기의 선순위 무담보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은행들의 채권 발행으로 시베리아석탄에너지가 화석연료 사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시베리아석탄에너지는 현재 17기가와트(GW)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총 1.6기가와트(GW)의 용량을 보유한 발전소를 5곳에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매년 1억 톤 이상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는 시베리아석탄에너지는 앞으로 생산 및 배출하는 석탄량도 약 2800만 톤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서부 시베리아에 있는 한 지역 배출량의 60% 이상은 시베리아석탄에너지의 발전소와 석탄 채굴로 인해 발생한다. 이 지역의 전염병 및 암 발생률은 매우 높으며, 인구의 기대 수명은 국가 평균 수명보다 약 3년 낮은 편이다.
독일 환경단체 우르그발트(Urgewald) 운동가인 케트린 갠스윙트(Katrin Ganswindt)는 "이 기업은 화석 연료에서 탄소중립 시대로 전환되는 막바지 시점에서 석탄 채굴 사업을 크게 확장해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자금 조달은 기업이 석탄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독일 은행들은 넷제로 공약을 선언했을 뿐 아니라 COP26 회의가 열리기 불과 두 달 전에 러시아 최대 석탄생산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을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이들의 기후 정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올해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코메르츠방크 등 3사 은행들은 2050년까지 석유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전 세계적으로 채권 및 투자상품 감시는 점점 늘어나지만 실제 ESG 요인이 채권 평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 그룹은 이 채권의 평가 등급을 'BB'로 매겼다.
피치그룹의 신용평가 분석가인 드미트리 카자코프(Dmitri Kazakov)는 "ESG는 신용평가에 있어 대부분 중립적이거나 기업 경영에 최소한의 영향력만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석탄은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유럽에 비해 탄소 감축 속도가 느려 파리협정 목표에 따라 절대적인 양을 없애거나 극적으로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오스머스 투자관리사(Osmosis Investment Management)의 정량적 연구 책임자인 탐 스태판(Tom Steffen) 박사는 "시베리아 석탄에너지가 채권 매각 수익금을 녹색 전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사업 모델을 친환경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현재 파리협정 목표를 준비하지 않은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결과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 월마트도, 버라이즌도...그린워싱 논란에도 녹색채권 발행은 는다
- 국제 전력난에 석탄 가격도 3배 올라,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름세 계속
- 포스코의 신규 탄광개발 프로젝트, 호주 주정부가 불허
- 탄소 배출량 많은 산업군, 배출 현황과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은?
- 메탄올 선박ㆍ화석연료 없는 철강…산업별 탈탄소화하는 혁신 기술
- 탄소중립 이끌 혁신 기술에 '원자력' 빠져...글로벌 트렌드는
- SBTi, “기업의 기후대응 목표 넷제로에서 니어제로로 설정하자”
- 블루본드를 아시나요? 아시아개발은행(ADB), 해양 생태계 위해 블루본드 발행
- 【뉴스 읽기】 공급망 광물 대국 호주 vs. 중국 갈등 10개월
- 카본트래커가 발견한 107개 기업의 재무제표 속 기후변화는?
- COP26 앞두고... 금융기관은 기업에, 투자 컨설팅은 금융에 도미노 넷제로 요구
- 기후 리스크 커지자, 좌초자산 대출 중단하는 유럽은행
- BIS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석탄 투자 은행 관리에 팔 걷었다
- 뉴욕 연기금, "화석연료 자금 조달 줄이라”는 투자자들 결의안 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