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기업의 정확한 기후목표 설정에 조력
중간 조치인 상쇄를 넘어...절대적 감축을 의미하는 니어제로 목표 설정
“니어 제로(Near Zero) 목표는 새로운 화석 연료 개발을 선택지에 두지 않고, 글로벌 수준의 기후 변화 목표에 미달하는 기업의 기후 계획을 다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 SBTi)의 공동 대표 알베르토 마리요 피네다는 7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각 기업이 기후 목표를 넷제로에서 니어제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개발도상국 조림사업 등으로 탄소 상쇄(Carbon Offset)하는 간접 넷제로 방식이 아니라, 기술 혁신을 통한 직접 넷제로 방식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피네다 대표는 “현재 탄소 상쇄전략이 잔존 배출량을 처리하는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지지만, 상쇄 전략은 어디까지나 중간조치로서 최대한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SBTi의 이니셔티브인 ‘비즈니스 앰비션 포 1.5℃’ 가입을 시작으로 삼일PwC는 SBTi 승인, KB금융은 가입하면서 한국 기업과 금융가에서도 SBTi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넷제로에서 니어제로... 상쇄는 ‘중간조치’임을 명심해야
멕시코 탄소시장 전 컨설턴트였던 피네다 대표는 2015년 SBTi를 창설했다. 피네다 대표는 “SBTi는 처음부터 기후 목표가 배출량의 절대적 감축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피네다 대표는 “상쇄 전략으로는 기후 안보를 달성할 수 없고 오히려 기후 변화를 초래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우리가 가축에게서 메탄을 제거하거나 시멘트 없이는 살 수 없듯, 배출량의 5~10%는 기술적으로 없애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는 잔류 배출을 상쇄하는 조치가 유일한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면서 “SBTi도 기업들의 탈탄소화에 따라 중간 조치로 상쇄를 활용하는 것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이는 말 그대로 ‘중간 조치’이므로 빠르게 새로운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SBTi는 11월에 있을 유엔 기후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넷제로 표준이 출범하는데, 이를 대비해 기후목표를 검증하는 도구를 만들어서 79개 기업이 로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SBTi 역할은 지적이 아니라 조력
기후 목표 설정 기준과 산업별 로드맵 제공
피네다 대표는 “SBTi의 역할은 글로벌 기후 표준에 도달하지 못한 기업들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라, 과학적이고 실증할 수 있는 기후 저감 전략을 기업이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SBTi는 현재 기업의 과학에 기반한 기후 목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SBTi는 기업의 기후 목표가 2050년 1.5℃ 지구 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이루는데 적합한지 검증한다. 기업이 SBTi에 가입하면 가입일로부터 2년 안에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해서 제출해야 한다. SBTi는 목표가 과학기반감축목표 기준에 적합한지 심사하고 승인한다.
기업은 가입 시점부터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후의 중간 목표를 세우고, 목표 수준은 가장 최근 연도 배출량을 기준으로 10년 후(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50% 감축이다. SBTi에 가입하려면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출 서류 양식을 작성해 제출하고, 최종 승인까지 SBTi와 조정 기간을 가지면 된다.
SBTi는 두 번째 서비스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의 부문별 로드맵을 제공한다. 피네다 대표는 “수개월 내에 석유・가스, 해운, 항공, 임업, 농업의 로드맵을 제공하고, 내년쯤에는 시멘트, 철강, 건설, 화학 산업 로드맵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기후 목표와 기후 행동 사이의 긴장감
기업은 SBTi 참여, 정부는 시스템 마련
피네다 대표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행동과 야망 간의 격차가 긴장을 만들어내는데, 이 긴장이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기후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넷제로 전환을 위해 필요한 만큼 사이의 긴장감이 기업과 금융 부문, 정부와 협업을 이끌어 낸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긴장감은 탄소 감축의 제한 기준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피네다 대표는 “2015년 파리 협정은 이런 질문을 남겼다”며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에, 1.5℃ 이하로 ‘가급적(Preferably)’ 유지할 것이라는 데서, 훨씬 아래와 가급적이 어느 정도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피네다 대표는 “SBTi는 파리 협정을 기준으로 기업에 선택지를 주고 최대한 관대한 기준으로 기후 목표를 검증해 왔는데, IPCC 보고서를 보고 난 이후 기준을 더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 1.5℃ 시나리오를 입수하는 등 다양한 노력으로 기준을 보완하고 있고,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 2000곳을 설득해 가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피네다 대표는 기업들에 SBTi 가입을 촉구했다. 그는 “2000개 회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공급망까지 영향을 주게 되어 4만5000개 회사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연쇄효과(폭포효과, Cascade Effect)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거대 다국적 기업 863곳이 기후 목표를 SBTi를 제출해 검증받고 있으며, 비슷한 수의 기업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네다 대표는 정부에는 기업이 기후 목표를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도록 촉구했다. 그는 “현재 SBTi는 대부분 미국, 영국, 서유럽, 일본 기업들이 가입했고, 중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같은 경제적인 의미에서 남반구 국가들, 그리고 국영기업들이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기후 행동의 주된 동인이 정부이므로 SBTi의 역할이 줄어들더라도 넷제로 전환을 위한 조건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네다 대표는 금융권에도 제언했다. 그는 “최근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기후 목표를 평가하고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위해 SBTi는 블룸버그 재단의 후원을 받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와 함께 서로의 방법론과 요구사항을 결합하고 평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근시일 내에 보고서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SBTi는 최근 설립 파트너인 세계자원연구소(WRI),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CDP, 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40개 자선, 학술 및 기업 기관과 함께 기후 목표와 별도로 자연 목표를 설정하는 과학기반목표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외에도 물과 폐기물 등 다른 영역의 목표 설정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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