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유럽위원회는 순환경제 행동계획(CEAP)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유럽지역 내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혹은 재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오는 7월의 'EU 포장 및 포장 폐기물 지침(PPWD)'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번 지침 개정안에는 산업 및 상업용 포장지를 더욱 얇게 만들고 디자인을 단순하게 재설계하는 등 ‘유연한 포장재(flexible packaging)’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스낵 봉지처럼 가볍고 얇은 포장재는 재활용하기 까다롭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EU 집행부는 지침 개정에 관한 예비 평가에서 “실제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중 42% 정도만이 재활용되며 제품 포장재 설계가 폐기물 처리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디자인과 설계 개선 만으로도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올레핀 순환경제 플랫폼(PCEP, Polyolefin Circular Economy Platform)의 베네티아 스펜서 총장은 “포장재가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포장디자인, 수거·분류·재활용 등 폐기물 관리 인프라를 확대하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침 개정의 일환으로 EU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포장 디자인 설계 표준’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식품기업,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로 바꿀 수 있을까
일부 소비재 대기업들은 제품 포장재를 지속가능하게 재설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마스(Mars)는 100% 재활용 가능한 재료로 포장을 제설계하고, 네슬레는 2020년에 전체 플라스틱 포장재의 62%를 재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표 소비재기업인 펩시도 2050년까지 치토스와 도리타스 등의 제품 포장재 90%를 친환경 소재로 만들 예정이다.
기업들은 제조업체가 가치사슬 전반에 포장 디자인, 수집, 분류 및 재료 등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한 순환경제 5단계 로드맵을 반영한 이니셔티브인 '세플렉스(CEFLEX)'의 에코디자인 지침에 따르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바이오 재료 사용, 포장재 내 환경목표 공시, 경량 포장재 사용 등을 제시했으며, 열경화성인 폴리에틸렌을 재활용이나 제품 변형이 용이한 열가소성 수지의 폴리올레핀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식품 기업들의 야심찬 재활용 목표와 유럽의 포장 재활용 계획에도 불구하고 제품 특성상 유연한 포장재를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품 산업의 포장재는 다른 산업에 비해 장벽이 높은 편이다.
과자의 경우 산소에 노출되면 함유된 지방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알루미늄을 압축하고 다양한 재료를 여러 겹으로 혼합해 제작된다. 알루미늄으로 된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된 부분은 아무리 화학 과정을 거친다해도 재활용이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다.
식품 포장재는 부피와 크기가 대부분 작고 다양하며 포장지에 인쇄처리가 많이 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재활용이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또한 포장지 내 밝은 색상의 잉크는 재활용과 완전히 호환되는 반면 어두운 색상의 잉크는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
PCEP 베네티아 총장은 "앞으로 소비자들은 재활용업체들이 제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회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리씽크 플라스틱 얼라이언스'(Rethink Plastic Alliance)의 저스틴 마일로는 “유연한 포장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포장재가 수거 되어야 한다”며 “식품 포장재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포장재 수집률을 높이기 보다는 다른 유형의 포장재를 재설계하거나 소매점에서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재사용가능한 용기를 가져오게 하는 등 장기적으로 제품 포장재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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