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을 잡는 동시에 탈탄소화까지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접근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픽사베이
원자재 값을 잡는 동시에 탈탄소화까지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접근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픽사베이

고공행진 중인 원자재 값을 잡는 동시에 탈탄소화까지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접근 기반 비즈니스 모델(Access-Based Business Model, 이하 ABB)'이 각광받고 있다고 그린비즈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BB 모델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공유하거나 대여하는 등 일정기간 동안 상품 자체 또는 기능이나 성능에 접근하는 것을 뜻 한다. 이러한 ABB 모델은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에서 시작해 현재는 의류, 세제통, 배터리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ABB 모델이 각광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원고갈,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ABB 모델은 ‘자원 채취(Take)-생산(Make)-소비(Consume)-폐기(Dispose)’라는 기존의 선형 소비를 탈피해, 소비한 제품을 재사용 및 재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순환적인 시스템을 취한다. 때문에 소비 행동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소비한 제품이 폐기물로 끝나버린다면, 새로운 상품의 자원 채취와 생산활동이 반복되게 된다. 이는 폐기물양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생산에 따른 화석에너지 사용 또한 높아져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폐기없이 한번 생산된 제품을 환경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ABB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접근 기반 비즈니스 모델(Access-Based Business Model)]

 

완제품

반제품

원자재

서비스

서비스형 제품

서비스형 부속품/원재료

서비스형 광물

서비스 제공자/제품의 소유자

생산업체

공급업체

광산업체 / 국가

제품의 시장기능

제품 기능(function) 판매

부속품/원재료 기능 판매

광물 기능 판매

제품의 예시

자동차

강철 코일

철강석

소비자

개인 또는 기업 고객

생산업체

공급업체 / 광산업체

사용 허가 방식

제품 사용 허가

부속품/원재료 가공 또는 제조 허가

광물 채굴/가공 허가

거래 방식

지정된 기간동안 제품(또는 원재료 등) 사용에 따른 금액을 고객이 지불

서비스 제공자/제품 소유자의 역할

- 서비스 조건 설정

- 고객에게 제품 사용 허가

- 환불 보증 등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 압력이 커짐에 따라, 완제품을 넘어 반제품(semi-finished), 원자재까지 ABB 모델을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스테인리스 강판이나 페트 과립(PET granules) 등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제품 또는 원자재를 생산업체에게 일정기간 대여 또는 공유해줌으로써 가격 변동폭이 큰 원자재 구입 부담감을 줄이고 원자재 재사용을 촉진시켜 환경 부담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자동차 섀시(chassis, 자동차의 기본을 이루는 차대) 튜브를 생산하는 공급업체는 생산에 필요한 스테인리스 강철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합의된 기간동안 대여하는 것이다. 대여한 스테인레스 강철은 공급업체 사용 후 회수되어 재활용되거나 재대여된다. 

부품 등 반제품의 ABB 모델 적용은 내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준다. 반제품의 대여와 공유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첫 생산시 회수, 재활용, 재가공의 반복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이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완제품 내구성에도 영향을 미쳐 서비스 만족까지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완제품에 반제품이 대여되거나 공유되는 기간이 길수록 회수 및 재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내구성을 보다 강화하려는 생산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더불어 회수와 재활용을 보다 단순화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전통적인 자원 채취와 생산 과정을 탈피해 환경 부담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광물 등 원자재에도 ABB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 원재료 소유권이 반제품 공급업체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를 채굴하여 공급하는 업스트림에서 추가적인 자연고갈 없이 재활용 및 재사용을 촉진시켜 원자재값 및 환경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한편,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원자재의 탐사 또는 채굴 권한을 광산업체에 고스란히 이전시킬 수밖에 없는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재정적, 정치적으로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불합리한 계약 조건 아래 합당하지 않는 가격을 받고 탐사 및 채굴 권한을 광산업체에 고스란히 이전시키곤 한다.

개발도상국의 자연환경에 책임이 없는 광산업체는 무분별한 탐사와 채굴을 진행하곤 해, 해당 지역의 생물 다양성과 자연이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높은 생산량에 몰입된 일부 광산업체 때문에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등의 이슈가 불거지기도 한다.

하지만 ABB 모델은 불필요한 탐사와 채굴을 억제하고 이미 채굴된 원재료를 재사용 및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탐사 및 채굴 권한을 광산업체에 모두 이전시킬 필요가 없다. 국가는 채굴된 원자재가 원래의 모습 또는 가공된 형태로 추후에 국가에 반환된다는 조건 아래, 광산업체에게 탐사 및 채굴 라이선스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체계 아래, 광산업체는 이미 채굴된 원자재를 대여 및 공유함으로써 무분별한 탐사와 채굴에 따른 환경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ABB 모델이 환경과 원자재 값 부담 완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는 않다. ABB 모델이 가장 먼저 전세계적으로 도입된 카셰어링 사업의 경우만 해도, 2014년 기준으로 전세계 10억대 차량 중 0.1%만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델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완제품의 복잡성과 회수의 어려움 때문이다. 기술력의 발달로 전자기기 등 많은 부품과 정교한 장치를 사용하는 완제품이 많아졌다. 하나의 완제품만해도 너무나 많은 반제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회수하여 재가공하는 데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모델을 확산 및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생산, 소비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제품은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재활용과 재사용 최적화가 고려되어야 하며,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회수되기 위해 제품에 위치 등의 추적 가능한 디지털 정보가 내장되어야 한다. 회수된 제품 및 원자재를 분리, 분류하는 기반 시설도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린비즈는 ABB 모델 확산을 위해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과 기업, 소비자의 문화와 사고 방식이 선형에서 순환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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