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서 운동화까지, 더 많은 소비재들이 탄소중립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자사의 탄소중립 노력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할지 고민하고 있다.

탄소중립 제품에 라벨을 부착하는 비영리 인증기관인 '클라이밋 뉴트럴(Climate Neutral)'은 최근 338개 브랜드에 탄소중립 인증을 했다고 밝혔다. 신발회사인 올버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루반지 와인과 아웃도어 브랜드인 레이다도 포함됐다.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루반지 와인
탄소중립 인증을 받은 루반지 와인

클라이밋 뉴트럴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증자 중 하나다. 연간 매출 1억 달러 이상의 회사들은 기후 변화에 관한 파리 협약의 목표와 일치하는 배출가스 감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 또한 기업의 공급 업체와 제품 사용을 포함한 모든 배출량을 상쇄해야 한다. 클라이밋 뉴트럴 오스틴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탄소중립은 배출량을 모두 상쇄하는 순간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에 대한 공통된 정의는 없지만, 해외에서 탄소중립은 기업이 특정기간 동안 운영상 배출한 탄소와 동일한 수준으로 탄소를 충분히 없앴다는 걸 의미한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고 상쇄에 덜 의존하는, 배출량 자체가 제로라는 것을 뜻하는 ‘넷제로(Net-Zero)’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과 함께 일한 마케팅 회사인 셸턴 그룹의 수잔 셸턴 CEO는 "2020년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중 35%만이 탄소발자국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탄소중립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회사는 탄소중립이 진정한 친환경에 가깝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회사는 오히려 탄소중립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상당한 양의 그린워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탄소중립 라벨이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만 보긴 어렵다. 한국에서도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는데 유기농 라벨이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탄소중립 라벨도 신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셸턴 CEO는 "탄소중립 인증 시장에서도 경쟁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하나의 라벨이 시장을 지배하기 전까지는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넷제로로

마케팅에도 녹아든 탄소중립

세계 1위 초콜릿 브랜드인 마스(MARS)는 탄소중립을 마케팅에 접목하려고 노력하는 회사 중 하나다. 마스의 케빈 라비노비치 최고 기후 책임자는 "기후위기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에 선호를 가진 사람들도 종종 그렇지 않은 제품을 사기도 하지만, 자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친환경적인 옵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스 사는 "탄소중립이 되는 게 탄소중립이 아닌 것보다 낫다"며 2023년까지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에서 탄소중립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강아지 사료 제품인 로얄 캐닌의 일부 라인은 올해 초 탄소중립 인증을 받고, 2025년까지 모든 라인에서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초기 캠페인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마스 사의 다른 브랜드로도 인증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일부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추정치를 포장지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스 사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을 하게 해선 안 된다"며 "탄소중립은 직관적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적용하기 훨씬 쉽고 간단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마스 사는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를 이행하는 과정 중 일부 제품에선 ‘탄소 중립’을 먼저 달성할 계획이다. 원료에서 포장재 폐기에 이르기까지 마스 바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배출량을 먼저 상쇄한다. 재조림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자연 기반 오프셋(Offset)을 구매하고,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탄소 제거 기술로 탄소상쇄 도구를 옮긴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라비노비치 책임자는 "탄소중립이 넷제로보다 쉬운 건 모든 탄소배출량을 감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로 많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것 외엔 당장 탄소중립을 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단체에선 절대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으로 탄소를 상쇄하는 ‘탄소중립’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스 사는 탄소중립을 검증받기 위해 PAS 2060 탄소중립 인증을 받고, 규정을 따랐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제3자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 2060은 영국표준연구소에서 발간한 표준으로, 영국 인증기관 협회, 카본 트러스트, 에너지·기후변화 부, 유로스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탄소중립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마케팅 회사인 셸턴 그룹의 수잔 셸턴 CEO는 어떻게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팁을 남기기도 했다. 

탄소배출 제로 계획에 대해 얘기는 하되, '넷제로', 'SBTi'와 같이 업계에서 사용하는 약칭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탄소 배출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감축이라는 단어는 멋지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기업이 이미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을 함께 알려야 한다. 시민들에게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실제로 행동을 한 궤적도 함께 밝혀 진정성을 소구할 필요가 있다.

또 일반 시민은 자동차와 트럭 등 운송수단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제품의 경량화 노력이나 포장 재설계 노력이 어떻게 운송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는지 성취를 밝히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탄소 발자국과 같은 어려운 용어를 쓰지 말고, 탄소 배출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라. 또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제 기후위기는 당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지구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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