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를 아시나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ance)의 줄임말입니다. 기업 비재무정보의 핵심요소 세 가지입니다. 근래 전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를 ESG로 꼽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아직 ESG는 생소합니다. 용어도 많고 기준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IMPACT ON은 '줌인 ESG’ 코너를 통해 ESG를 둘러싼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기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제는 돈을 빌려줄 때도 친환경을 고려하는 게 ‘메가 트렌드’가 됐다.  그린본드(Green Bondㆍ녹색채권)의 태동은 사업의 수익성뿐 만 아니라 사업의 목적성까지 고려하는 자본 흐름의 변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그린본드란 ESG 채권의 한 종류로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위해 주로 발행되는 특수 목적 채권이다. ESG 채권에는 사회가치 창출을 위한 사회적 채권(Social Bond),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한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도 있지만, 시장을 견인하는 건 ‘그린본드’다.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은 2019년 9월 기준 1300억 달러(154조원). 그린본드는 ESG 채권 시장에서 꾸준히 80% 이상을 차지하며 ESG 채권 시장을 이끌어왔다. CBI(Climate Bond Initiative)에 의하면, 2019년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2600억 달러(308조원)로 2018년 대비 51% 증가했다.  

ESG 채권 펀드 종류별 발행규모/메리츠종금증권 'ESG 메가 트렌드, 채권으로 확장중'
ESG 채권 펀드 종류별 발행규모/메리츠종금증권 'ESG 메가 트렌드, 채권으로 확장중'
ESG 채권 유형별 비중/ 메리츠종금증권 'ESG 메가 트렌드, 채권으로 확장중'
ESG 채권 유형별 비중/ 메리츠종금증권 'ESG 메가 트렌드, 채권으로 확장중'

그린본드는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고 있다. 2019년 발행된 그린본드는 신재생 에너지(31%), 그린 인프라(30%), 그린 모빌리티(20%), 수질 개선(9%) 분야에 투자됐다. 

그린본드의 자금 집행 분야/ 메리츠종금증권 'ESG 메가 트렌드, 채권으로 확장중'
그린본드의 자금 집행 분야/ 메리츠종금증권 'ESG 메가 트렌드, 채권으로 확장중'

 

국외도, 국내도, 몸집 불려가는 그린본드 

2007년 유럽개발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이후 2010년대초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발행되다 2015년 파리협정을 기준으로 민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그린본드 발행이 급격히 증가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프로젝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수요가 늘면서다. 금융위기 직후 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10~3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19년 발행 규모는 2577억달러(약310조원)으로 10년간 100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규모 추이/자본시장연구원 '그린뉴딜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규모 추이/자본시장연구원 '그린뉴딜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아직까지는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과 유럽 국가들이 그린본드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싱가포르·홍콩·일본이 그린본드 보조금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아시아에서도 그린본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는데, 중국공상은행(ICBC)·중국흥업은행은 미국을 제치고 작년 그린본드 발행 규모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발행 규모도 315억달러로 미국(515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2013년 KDB산업은행이 최초로 3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한 이후 민간 금융의 발행도 활발해졌다. 2019년까지 누적액은 약 125억달러, 원화 그린본드 발행은 약 492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SRI(사회책임투자) 채권 세그먼트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 그린본드 발행기관은 9개사, 상장 잔액은 2.2조원이다.

최근에는 금융사가 아닌 비금융 기업들이 직접 그린 본드를 발행해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 496개 발행 기업으로부터 1788건의 그린본드가 발행됐으며, 2018~19년 동안 글로벌 민간 금융회사가 발행한 그린본드의 규모는 약 1100억원 가량이다. 

국내의 경우 대기오염 물질 저감장치 설치와 악취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를 목적으로 GS칼텍스가 1300억원을, 국내외 태양광·풍력발전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가 20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금리 낮아 장기 자금 조달 적격·기업 이미지 쇄신할 수 있지만

일반채권 발행보다 복잡해 애먹기도

그린본드는 대체로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돼, 장기 친환경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외화 자금 수요가 일정하게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달러 자금 조달 다양화 측면에서도 주로 달러와 유로화로 발행되는 그린본드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 

또한 투자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윤리적 투자자군 신규확보와 글로벌 전문투자자 개척에 용이하다. 고수익보다는 안전자산 확보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고, 원금 상환과 정기적인 이자 지급 등을 넘어 환경 편익까지 제공하는 그린본드를 찾는 투자자 수요는 꾸준할 거란 전망이다. 친환경 이미지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그린본드는 일반 채권보다 발행과정이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린본드의 특성을 반영한 절차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에서 제정한 녹색채권원칙(GBP)과 국제기후기구(CBI)에서 개발한 기후채권표준(CBS) 등을 충족해야 비로소 발행할 수 있다. 

일반채권 발행절차와 사회책임투자채권 발행절차의 차이/사회책임투자채권 세그먼트
일반채권 발행절차와 사회책임투자채권 발행절차의 차이/사회책임투자채권 세그먼트

그린본드를 발행하기 위해선 ▲자금의 용도를 설명하고 ▲프로젝트가 특수 목적에 부합하는지 검토받아야 하며 ▲목적에 맞게 자금이 사용되었는지 소명하고 ▲자금 사용 현황 및 환경적 효과를 설명하는 사후보고를 진행해야 한다. 발행하기 전에도 자금 사용 목적이 발행 취지에 맞는지 외부기관 검증을 받아야 해 인증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발행하고 난 후에도 1년마다 사후보고를 공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 부담도 있다. 

 

그린워싱 우려는 여전...

결국 중요한 건 '신뢰'

그린본드가 활성화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건 ‘그린워싱’이다. 채권 발행자가 ESG 이미지를 내세워 저금리 자금 조달, 세제 혜택을 활용하고 실제 자금 집행에서는 사전에 계획된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그린본드의 진정성은 사후보고에서 드러난다. 본래 취지대로 자금이 적절히 쓰였는지 입증돼야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지우기는 쉽지 않다. 법적 제재 수단이 없고 임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강제성은 없지만 외부기관에서 사후보고서 검증을 받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논의 대상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한국신용평가다. 다만 외부검증 제도에 구속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본드 자체에 대한 정의가 부재하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그린본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통일된 기준 부재는 기업들과 발행자 모두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EU) 금융안전국은 ‘EU 텍소노미(Taxonomy)’를 제시한 바 있다. 그린본드에 대한 정의와 분류체계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노르웨이는 ESG 채권 정보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ESG 채권 정보센터를 설립하며 ESG 채권에 관한 세부 발행 조건을 제시해주고, 발행사가 ESG 발행 당시 계획한 분야에 실제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ESG 채권에 대한 인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사회책임투자(SRI) 채권 세그먼트를 개설하기도 했으며, 환경부는 지난 6일 ‘K-텍소노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그린본드 활성화의 키포인트는 ‘신뢰’다. 그린본드 상환 의무가 발행자에 있어 발행자의 신용도도 중요하고,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자금 집행의 연속성과 함께 시장 확대의 선순환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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