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탈탄소 위해서는 전력망 개선, 기술 발전 필요해
멕시코에 본사를 둔 그로포 빔보(Gropo Bimbo)는 33개 국가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는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제과 사업자다. 자회사인 빔보 베이커리(Bimbo Bakeries USA)는 미국인에게 유명한 제과 브랜드인 사라리(Sara Lee)와 엔터만(Entenmann's)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태양광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남는 전기를 판다. 일명 '태양광 전기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 역할을 한다. 바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사업을 통해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분산전원에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해서, 자체 전력망 내에서 전력을 충당하고 남은 전기를 파는 걸 의미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규모는 2021년까지 676억달러(약 85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약 21.7%로 예측된다. 에너지 신산업 중에서는 제로에너지빌딩(995억4000만달러)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 투자한 기업과 협업,
서비스형 에너지(EaaS) 모델 활용
빔보 베이커리는 어떻게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를 운영하는 것일까.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 등 캘리포니아 제과점 6개 지점에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를 건설했다. 특정 규모의 전력공동체를 만들면 에너지 자급자족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도 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번 마이크로그리드 과정 설계를 도와준 에너지 컨설팅사는 그린스트룩셔(GreenStruxure)다.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허크캐피탈(Huck Capital)의 투자로 2020년 설립된 기업이다. 그린스트룩셔는 서비스형 에너지(EaaS) 모델을 활용해 표준화된 모듈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공급하고 소유·운영한다. 빔보 베이커리의 마이크로그리드는 사용 요금을 고려해 피크 수요기간 사용될 스토리지 용량을 통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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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보 베이커리의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크리스 울프(Chris Wolfe)에 따르면 마이크로그리드는 회사가 기울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말한다. 빔보 베이커리는 폐기물 제로, 탄소 제로, 재생 농업 분야의 공격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울프는 “모기업인 그로포 빔보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0%까지 줄일 예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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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그리드에 저장된 에너지는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흔한 정전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백업된다. 또한 기존 천연가스 발전기와 배터리로 발전·저장 용량을 확대했다.
모기업인 그로포 빔보는 미 환경청(EPA) 친환경 전력 회원사이면서 RE100(기업의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기로 약속하는 이니셔티브)의 일원이다. 빔보는 2025년까지 100% 신재생 에너지 사용 계획을 약속했고,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인브에너지(Invenergy)로부터 100메가와트의 풍력에너지를 공급받는 2018년 가상전력구매협정(VPPA)을 통해 사실상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기서 좀더 나아가 에너지 사업자로까지 발을 넓혔다. 빔보 베이커리의 마이크로그리드는 현재 공정 단계에 있다. 마이크로그리드가 가동되면 각 지역의 전기 수요의 약 25%가량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6개의 제과 시설의 탄소 배출을 약 25%까지 줄일 감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돈도 벌고 탄소 감축도 하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나?
울프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시한 에너지 관련 인센티브와 높은 공익사업 비용이라는 요인 때문에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라는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빔보는 향후 다른 주에도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설치 비용 부담이 높아서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에 대해, 울프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마이크로그리드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시스템에 투자할 동기를 준다”며 “탄소 배출을 감축 유도하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센티브 혜택을 따져보면 저탄소 계획과 일치한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이유이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빔보 베이커리는 5년 전 시범적으로 에스콘디도(Escondido)에 처음 태양광 전지를 설치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시범 배터리 시스템을 운영했다. 두 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특히 에스콘디도의 태양광 전지는 지역에 33%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울프는 "통합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것"을 다음 단계로 제시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빔보 베이커리의 넷제로 목표를 향한 계획 중 일부다. 울프는 “빔보는 풍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며 “신재생 에너지 조달 전략을 시작할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빔보 베이커리는 지난 4년간 EPA 에너지 스타 올해의 회원사로 선정됐다. 작년에는 18개 제과점에서 EPA 에너지 스타 인증을 얻었다. 이는 제빵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탄소 기반 연료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국가 전력망의 업그레이드 외에도 기술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빔보 측은 예측한다.
울프는 "미국에 있는 모든 천연가스 기반 오븐을 신기술로 전기 기반으로 개조하면 현 기술로는 에너지 사용을 오히려 늘린다"고 밝혔다. 지역 송전망이 아직 전력화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고, 때문에 이러한 마이크로그리드가 현재로서는 상당히 유용한 대안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한편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Guidehouse Insights)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마이크로 그리드는 주로 신재생 에너지로 구성돼 옥상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연료 전지 및 바이오매스 전력 열의 혼합과 스토리지를 결합, 필수적인 운영을 위한 최대 가동 시간을 제공한다.
보고서는 신재생 에너지로 구동되는 마이크로그리드가 2030년까지 32.8기가와트의 설치 용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일자리 약 50만개, 국내총생산(GDP) 약 720억달러(약 95조6천억원) 성장 및 1460억 달러(약 190조9000억원)의 매출 효과를 낼 만한 수치다. 예상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태양광 전지 배열 배터리 셀이 높은 에너지 비용 효율을 보이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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