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오는 6월까지 구체적 계획을 밝히게 될 탄소 국경세와 관련, EU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나섰다.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기후특사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탄소 국경세 조정안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케리 특사는 탄소국경세 부과에 대해 “이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며, 경제, 외교관계, 무역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EU는 6월 탄소국경세 정책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콘래드 아데나워 재단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8개국은 EU의 탄소국경세에 대해 “보호무역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움직임”이라고 인식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EU 탄소국경세에 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호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한국, 태국 등 아시아 8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한중일,인도의 경우 EU 10대 수입국 중 4개국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탄소국경세 진행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이다.
이번 조사의 요약본에 따르면, 중국은 EU의 탄소국경세(CBAM)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이 메커니즘이 무역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인도는 “탄소국경세를 개발도상국에 대해 차별적이며, 국제법 및 협약과는 정반대 움직임으로, 보호무역주의적인 흐름”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에서는 철강업계가 이미 이 계획을 반대하기 시작했으며, 인도네시아 또한 EU 탄소국경세 부담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팜유 수출을 둘러싼 EU와의 갈등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 8개국 70여명 전문가 인터뷰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은 학계,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 70여 명의 전문가와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휴브너 연구원은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국경세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저탄소 개발에 힘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일부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큰 이슈는 EU가 아시아 전역에서 시행중이거나 계획죽인 ‘탄소 가격 정책(예를 들면, 탄소배출권거래제)’을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 2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다.
휴브너 연구원은 “중국은 국가 배출권거래제를 EU의 탄소국경세에 준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거둬들이는 EU의 탄소국경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국경세의 일부가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해 재분배된다면 반발은 줄어들겠지만, 탄소국경세가 EU 예산으로 전환돼 자국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면 이는 부정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EU의 이번 탄소국경세의 적용 시점 또한 논란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콘래드 아데나워 재단의 루이스 무리에 연구원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이들 국가도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받는지, 아니면 일종의 전환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이번 조사 결과, EU는 이미 탄소국경세와 관련해 지역 내 일부 국가들과 협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보이며 아직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중국 외교관들은 "탄소국경세 시행 전에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리에 연구원은 "EU의 의도는 아직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며 “EU 정책단은 환경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코로나 19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EU의 자금 조달 방법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세의 출범을 불과 몇 달 앞둔 이 시점에서, EU가 여전히 무역 상대국에 탄소국경세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정말로 문제가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등장한 한국의 한 전문가는 “EU 탄소국경세가 국내에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에 관한 추가적인 디테일이나 실행 측면의 인식은 매우 얕다. 한국의 ETS(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이미 실행되고 있지만 EU 탄소국경세를 피하기 위해 이를 EU ETS와 직접 연결하기에는 너무 복잡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또 한 전문가는 “산업계는 매우 반발할 것이지만, 정책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이 주요한 외교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이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이 EU와 비슷한 ETS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국경세가 한국에 별 영향이 없는 것. 또 하나의 가능성은 한국 중공업 및 탄소집약적인 상품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두 지역이 이 조정을 위해 어떤 협상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인터뷰했다.
탄소국경세에 긍정적인 국내 전문가의 경우 “탄소국경세는 국가별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제 탈탄소 공급망을 갖지 못하면,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없거나 벌금을 물게 된다”며 일부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 【뉴스읽기】 EU 탄소 국경세 ‘한 방 정리’, 결국 자국산업 보호로 회귀
- 탄소국경세·공급망 인권 규제 거세질 듯, 미국 '탄소국경세' 도입 가시화
- 탄소국경세 도입시, 한국기업 최대 1조8700억원 추가 부담...그린피스 보고서
- EU, "탄소국경세는 산업 생존 달린 문제"... 한국, 해마다 6천억 부담할 수도
- "탄소국경세로 철강업계 보호하라", EU 철강업계 강력 요구
- EU,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 도입한다".. 국내기업 이중부담 우려
- 【박란희의 TalkTalk】 EU 탄소국경세 도입 가시화, 정부 긴급 대책회의… 국내기업에 미칠 영향은?
- 【줌인 ESG ⑥】 새로운 무역장벽 된 탄소국경세, 자국 보호주의? 도덕 우선주의?
- 법적 리스크에도 핵심은 ESG?
- EU, 공급망 실사의무 보고서 채택... 6월 입법 될 듯
- 배출량 감축 부담 큰 기업에 23년까지 유상할당 적용 유예
- 배출권으로 울상 짓는 기업들 사이 웃는 기업도
- 탄소 감축 위해 철강 생산 중단한 중국
- 글로벌 금융당국, 기후변화 스트레스 진척 상황은?
- EU 탄소국경세 "수입품 전용 ETS 적용 방식 유력"
- 일본, 탈석탄 위해 대출 중단·배출권 거래제 도입
- 해외 석탄화력 발전 공적 금융지원에 '예외' 둔다... 탄소국경세는 '반대'
- 【뉴스읽기】탄소국경세 초안 유출...남은 쟁점 3가지
- EU, 세계 최초 탄소국경세 도입 합의
- EU 탄소국경세는 중국에 무슨 영향 미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