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해외연사 3명과 함께 국제ESG포럼에서 토론할 일이 있었다. 캐리 크로신스키 브라운대 교수의 ESG 오해 바로잡기가 꽤 흥미있었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우리가 흔히 ESG를 뭔가 단일한 항목으로 생각하지만, ESG는 여러 가지 이슈가 함께 포괄되어 있다. 또 데이터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세번째로 ESG는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더 신중하고 솔직한 의식을 가져야 하고, 특히 그린워싱을 주의해야 한다. 지표나 표준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한계도 인지해야 한다. EU 택소노미나 재무 공시 원칙, 대표적으로 TCFD 같은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공시 규제를 통해 투명성이 제고되는 것은 좋으나, 이 또한 완벽한 솔루션이 아니다. 넷제로도 마찬가지로 유용한 캐치 프레이즈지만 궁극적인 목적지는 아니다. ESG 투자는 잘못된 용어고, 지속 가능한 투자라고 이야기를 해야 옳은 표현이다. 다음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이 활성화되는 양상은 긍정적이다. 투자자로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지속 가능한 투자를 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이를 적용할 솔루션들과 방법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ESG는 다양한 항목들이 포함된 포괄적 개념

ESG의 개별 항목이 자체적인 이슈에 해당하며, 이것을 통합해 놓은 것이 ESG라는 ‘워딩’이라는 말에 왜 ESG가 이렇게 버겁게 느껴지는지 단번에 가슴에 와닿았다. ESG는 다양한 항목들이 포함된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솔루션이 이것을 해결할 수는 없고 각각의 항목들에 대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매출액, 영업이익을 포함한 수많은 재무지표을 대할 때와 ESG지표를 대할 때 무의식중에 좀 차별을 한다. 매출액은 늘 디폴트값으로 보고, 등락이 있으면 그 이유를 들여다보고 어떻게 개선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하지만 아직 ESG지표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야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 용수 사용량과 재활용률 등의 수치를 들여다보면서,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재무적인 영향에 플러스, 마이너스를 갖고오는지 고민하는 사례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마 탄소가격이 현재의 2만원대가 아니라 10만원대에 시장에서 거래될 경우, 그땐 모든 CEO들이 탄소 원가를 낮추기 위해 난리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탄소를 감축하는 제품을 만들어 감축 크레딧(credit)을 시장을 판매함으로써 탄소도 줄이고 돈도 벌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서서히 등장하고는 있다. 아마 한두 기업의 성공사례가 나오면, 이런 탄소 감축분을 판매하는 사업은 급격히 시장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ESG라는 게 단일 항목이 아니라 그 이름(콘셉트) 아래 무수히 많은 이슈가 펼쳐져 있다는 브라운대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뭔가 ESG로 단기성과를 내세울 게 아니라, 매출액을 늘 살펴보듯이 기업의 ESG 또한 계속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속가능한 투자 확대를 위한 3가지

이날 토론에서 ‘지속가능한 투자가 확대되기 위한 3가지’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혔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1. ESG는 지속가능성 성과인가, 지속가능성 리스크인가?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 E와 S, G를 각각 따로 떼어내서 평가하되, ESG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하나의 척도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칼럼이 촉발한 논쟁에서 보듯, ESG 혹은 지속가능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사회적인 합의가 덜 되어있다. 기후싱크탱크기관인 2DII 보고서에 따르면, 학계와 NGO는 ESG평가등급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금융투자 섹터에서는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

테슬라가 S&P500 ESG지수에서 탈락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업종인 테슬라는 E(환경) 성과가 좋으니, 직원처우(S)나 지배구조(G)가 나빠도 ESG지수에 속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BP나 엑손모빌과 같은 정유사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아무리 성과를 보여도 ESG지수에 속할 수 없는가? 왜 S&P ESG지수에는 빠진 테슬라를 MSCI ESG지수는 포함하고 있는가? 또 지속가능성은 기업만의 지속가능성인가, 기업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지구환경이나 사회의 지속가능성(이중중대성)도 포함해야 하는가? ESG를 둘러싼 개념과 정의에 대해 세계는 아직 합의가 덜 되어있다.

2. ESG 공시를 위한 보고 기준의 통일과 공시의무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대부분 탄소배출량이 높은 수출기업들이 산업의 중심을 차지한다. CBAM(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EU공급망 실사법, 미국의 기후공시 의무화, 유럽의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등 미국과 유럽의 정책 변화가 곧바로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의무화 방침을 밝힌 미국, 유럽의 ESG 보고기준 초안이 3개다. 미 SEC의 기후공시 초안, 유럽 EFRAG(재무보고자문그룹)의 ESRS(기업지속가능성보고표준), 그리고 ISSB의 기준이다(물론 ISSB는 자율이지만 일부 국가에서 의무화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2~3년 안에 공시 의무화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 3개 초안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함이 크다. 보고기준에 대한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2030년까지 모든 코스피 상장사의 ESG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갖고 있는데, 글로벌 기준에 비해 너무 느리며, 시점을 더 앞당겨야 한다.

3. 임팩트 투자의 확대와 이를 견인하는 개인&기관투자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블랙록이 미국 공화당으로부터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 위장 자본주의)’로 공격받는 상황을 보면, 결국 지속가능투자의 확대는 그 사회 국민들의 인식수준에 달려있다. ESG가 기술주, 대형주 위주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순환경제 등의 ‘임팩트 투자’로 확대되려면,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이러한 수탁자 책임에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토론 말미에 해외에 있는 연사들에게 “미국과 유럽연합,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대한 논의에 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 지”를 물었다.

바텍 시저르스키 기후변화 및 지속가능 전환을 위한 유럽 위원회(ERCST) 선임정책관은 “이 분야에서 국제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EU 차원에서도 체계를 단일화하고 일치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며 “하지만 동시에 (EU에서는) 여러 규제를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스탠다드가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라고 했다.

그는 “각 국가별, 지역별로 이런 차이점은 계속해서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각 지역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EU는 강한 열정을 가지고 지속 가능성을 금융부문과 연계를 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이외의 다른 지역들이 비슷한 의지를 가지고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이런 차이점은 계속돼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합의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ESG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박란희 대표 & 편집장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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