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1일(현지시각)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 관련된 중대한 결정 두 가지를 발표했다. 스코프3 배출량은 공시항목에 포함시키되,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개념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ISSB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스코프(Scope) 1, 2뿐만 아니라 스코프 3(Scope 3)까지 공개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업활동에서 직접 발생하는 배출량인 스코프1과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인 스코프2뿐만 아니라, 공급망과 협력업체 및 제품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까지 모두 기후 공시에 포함시킨다는 뜻이다. 

ISSB는 또 IFRS(국제회계기준재단)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중대성(혹은 중요성, Materiality)'의 정의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IFRS에서 말하는 '중대성'은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나 대출 등을 위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포함한다. 이는 결국 EU에서 말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에 관한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걸 의미한다. 

엠마뉘엘 파베르(Emmanuel Faber)/ ISSB 의장
엠마뉘엘 파베르(Emmanuel Faber)/ ISSB 의장

 

스코프 3 배출량 보고 포함하되, '구제조항' 마련키로 

ISSB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기업의 공급망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량이 공시 항목에 포함된다. 

ESG 투데이는 "기업이 기후 리스크와 영향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투자자 등이 점점 더 많이 요구함에 따라, 이번 결정은 기후 및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 기준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왜냐하면, 유럽, 영국, 미국 등 각국의 규제당국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요건을 도입했거나 준비중인데, 대부분 ISSB 공시기준에 의해 영향을 받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스코프 3 보고는 스코프1, 2와 달리 상당한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선 스코프1, 2에 비해 스코프3 배출량이 많게는 80~90%에 이르기까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확한 계산 기준과 추적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체는 연비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파악해야 하며, 금융기관은 대출을 제공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공시해야 한다. 때문에 '탄소중립'을 선언한 기업조차도 스코프1, 2까지만 포함한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스코프 3 배출량을 제외할 경우 해당 기업의 기후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를 원한다. 때문에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초 발표한 기후공시 규칙에서도 스코프3 보고를 제안했지만, 미국 현지에선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최종안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ISSB는 스코프 3 배출량에 대한 기업 공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기업이 스코프3 요건을 적용할 수 있도로 '구제조항(relief provisions)'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제조치는 향후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ISSB는 "기업에게 스코프3 공개를 위한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소위 '세이프 하버(safe harbour)' 조항에 대해 관할지역과 협력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 하버 조항이란 (해당 관할국가의) 규제 당국이 제시한 요건이나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규범을 준수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위법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ISSB가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를 포함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둔 것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스코프 3를 공개하도록 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항과 비슷한 대목이다. 미 SEC는 스코프 3 공시를 둘러싸고 기업에 대해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재계에 지적에 따라, 스코프 3 공시에 한해 "소송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외부 감사 의무화 시점도 2~3년 유예하기로 했다.

반면, 유럽연합의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표준(ESRS)'이 스코프 1, 2, 3 배출량까지 모두 포함해 미국의 움직임과는 약간 다르다.  

 

중대성 용어, IFRS 기준과 통일시킬 것

한편, ISSB는 "목표와 중대성(중요성) 평가에서 '기업가치(entreprise value)'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어떤 지속가능성 리스크와 기회를 공개할 지를 서술함에 있어 '중요한(significant)'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등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념에 대한 명확한 표현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 논의를 진행할 뜻도 덧붙였다.

이는 지난 7월 EU(유럽연합)의 ESMA(유럽증권시장청)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 '그린워싱'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의 정의를 밝혀야 한다고 밝힌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ISSB는 이번 발표에서 IFRS 회계기준에서 사용되는 '중대성(중요성)'과 동일한 내용의 정의를 사용할 것을 명확히 했다. 즉, 외부 환경의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이에 관한 재무정보만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예상했듯, 투자자 중심의 공시기준을 강조하는 ISSB가 IFRS 회계기준의 중대성 개념을 수용함에 따라 EU 및 GRI 등에서 주장해온 '이중 중대성'의 개념을 포함하긴 어렵게 됐다. 유럽연합과 GRI에서는 기후변화와 불평등 같은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관할지역과 ISSB 기준 상호운용성 높일 것 

한편, ISSB는 '관할지역 요건과 상호운영성'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자체적인 지속가능성(ESG) 공시기준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 ISSB 기준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대화 채널을 마련키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 규제당국이 이러한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 ISSB의 경우 해당 국가나 기업의 자율에 맡겨놓는 자율적 표준이라는 점에서 ISSB로선 이들 국가의 기준과 부합하도록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주 표준 설정자들에게 ESG 공시 기준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고, 각각으로 쪼개져(hardwiring) 차이가 발생하는 걸 피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ISSB는 "관할지역과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몇 가지 토픽을 우선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EU가 ISSB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상호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ISSB는 한편, SASB 기준을 바탕으로 산업별 온실가스 관련 지표 공시 개선 작업을 검토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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