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통합적인 관리 필요
영국의 미디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 ESG에서 ‘E’를 ‘Environmental(환경)’이 아닌 ‘Emission(배출)’의 ‘E’로 바꾸고 탄소배출 이슈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발표하여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메쎄이상이 주관하는 ‘2022 대한민국 ESG포럼’의 11일 행사에서는 ‘S(사회)’와 ‘G(지배구조)’도 ‘E(환경)’와 동일선상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S, G 리스크… 매출 하락과 소송으로 이어져
유훈 한국표준협회 ESG경영센터장은 “ESG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환경 문제가 있는 기업에 소셜(S) 문제가 생기고, 불평등한 기업에 환경(E) 이슈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유훈 센터장은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평가기관 한국ESG기준원(KCGS)에서 올해 3분기에 ESG 등급을 조정했는데, 7개 기업이 등급에 변화가 있었고 한 곳 빼고는 모두 S와 G로 인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Social(사회)’의 ‘S’는 ‘Stakeholder(이해관계자)’의 ‘S’라고도 이해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며 S 관리의 실패 및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실패 사례로는 폭스콘과 나이키가 소개됐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 테크놀로지는 2012년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폭동을 일으켰고, 공장이 폐쇄되어 생산량의 10~30%가 제한됐다. 유훈 센터장은 “폭스콘뿐만 아니라 나이키는 90년대에 한 아이가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아동노동 문제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시가총액과 매출이 급락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로는 코카콜라의 라스트 마일 프로젝트, 애플의 인종 간 평등 및 정의 이니셔티브, 테스코의 안전 보건 시스템이 소개됐다. 라스트 마일 프로젝트는 코카콜라의 넓은 유통망을 통해 의약품을 취약지역에 보급한 사례이고, 애플의 이니셔티브는 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에게 코딩 및 테크 교육을 제공해 개발자로 양성한 것이다. 테스코는 유통기업으로서 대고객 업무로 지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련 기관과 연계해서 관리했다.
그는 “평가등급뿐만 아니라 경영자나 관리자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면, 미러링 효과로 인해 직원이 소비자나 협력업체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나이키처럼 불매 운동을 겪기도 하므로 테스코와 같은 기업이 직원 처우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용희 법무법인(유) 율촌 ESG전담 파트너 변호사는 ESG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용희 변호사는 “월마트는 미국 사업장 관리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아동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소송당했다”며 “월마트가 결국 승소했지만 관련 법령이 많아지는 추세를 볼 때, 앞으로는 비슷한 사건도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리스크를 식별하는 게 먼저라며 “해외에서는 도드 프랭크법,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법, 영국 현대판 노예방지법, EU기업지속가능성실사 지침과 같은 실사 관련 규제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인권정책기본법이 나왔고, 한국 버전의 K-공급망실사법도 초안이 만들어져서 올해나 내년 초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윤 변호사는 “한국회계기준원이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의 70개 산업 표준 중 10개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올해 공개했으며, 이 한국어 번역본은 금융위나 회계기준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연성 규범인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규제에 대응하려면 관련 법과 가이드라인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 S, G 상호 간 영향… 평가 방법론 강화될 것
ESG 평가는 기업의 ESG 성과를 판별하는 주요 도구 중 하나이다. ESG 평가 기관인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윤남 대표는 “ESG 평가는 사실상 지배구조(G) 평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G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표는 “SASB와 같이 글로벌 가이드라인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평가사들의 평가 항목은 80% 이상 유사한데, 특히 환경과 사회 지표는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사마다 평가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E, S, G에 대한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E, S, G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블랙록이 환경 부문에 투자하라는 안건을 기업 이사회에 올렸는데 이사회 멤버가 반대한다면 블랙록은 이들의 연임에 반대할 수 있다”며, 이는 E가 G에 영향을 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만, 영향을 주고받는 양상이 복잡하여 평가에 아직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SG 평가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조윤남 대표는 “평가사는 언론에 노출된 기업의 부정적인 기사도 수집하여 리스크 측정에 반영하는데, 기업은 자사에 불리한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한 사례가 현대산업개발 평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 뉴스가 나오고도 평가 등급이 내려가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리스크들을 반영하기 위해 인공지능(AI)를 통한 기사 수집을 강화했다”며 “다른 평가사들도 AI를 통한 평가 데이터 수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 시스템이 등장하면 평가 점수를 유지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민혜 WWF(세계자연기금) 코리아 국장은 WWF의 ESG 리스크 대응을 위한 5단계 원칙과 도구를 소개했다. ESG 리스크 대응 5단계는 ▲평가 ▲분석 및 우선순위 설정 ▲목표 ▲실행 ▲추적으로 구성된다.
박민혜 국장은 “평가는 공급망 전체를 확인하는 일이다. 2단계인 분석 및 우선순위 설정은 공급망 전체에서 산업 영향도에 따라 사업지로 선정할 지역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단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며 모니터링하는 순서로 ESG 리스크 관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WWF는 물 리스크 필터(Water Risk Filter) 6.0이라는 도구를 통해, 전 세계의 지역 단위 물 관련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WWF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사업장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물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내년에는 생물다양성 리스크에 대한 도구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WWF는 지난 6월 이마트와 협업하여 ‘상품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PSI, Product Sustainability Initiative)를 발족했다. WWF는 PSI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지속가능한 상품’의 기준과 핵심 과제를 제시한 가이드북을 발행했다.
박민혜 국장은 “모든 산업군과 연관된 유통산업에서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 제작을 시작했으며, 그 안에는 원재료 소싱 로드맵, 지속가능 포장지표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해당 가이드라인은 중소기업이 참고하기에도 어렵지 않으며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스튜어트 커크 칼럼에 담긴 댓글들... ESG 찬반의견, 무엇이 핵심인가?
- 【박란희의 TalkTalk】 글로벌 3개의 ESG기준, 합쳐질 수 있을까
- 논란의 이코노미스트 칼럼…ESG 공시 어떻게 하면 잘할까
- 【Trend Insight】직원 정신건강에 주목하는 9100조원 투자자연합 출범
- EU 공급망실사법, 금융부문 배제?
- 英 테스코, 정부에 농작물 폐기량 보고 의무화 요구
- 테스코, 홀푸드 등 식품·농업 분야 공급망 해결책은?
- 【인터뷰】ESG시장 진출, AI기반 법률규제 정보서비스 '피스컬노트' 팀황 대표
- 디지털 환경에서 인권 리스크와 기업의 대응…법무법인 지평, BSR 세미나
- 정부, 중소·중견기업 공급망 실사 대응 위한 ‘K-ESG 가이드라인’ 발표
- 지속가능성 리더 320명, 이사회 ESG 교육과 CSO의 회의 참석 요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