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일 네이처지에 실린 새로운 연구가 실렸다. <미국인들은 기후 정책을 과소평가해 잘못된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는 보스턴대 심리학과의 연구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기후위기에 '다원적 무지'를 보이고 있다고 봤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오해해 기후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대한 지지율에 대한 추정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37%-43%로 예측했지만, 실제 수치는 66~80%로 나오면서다. 연구를 주도한 보스턴대 심리학과 그레그 스파크맨 부교수는 “당파적인 기후정책은 기후정책 자체의 중요성에 비해 지지 수준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반(反) ESG,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 깨어있는 척 하는 자본주의) 등 ESG에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면서 기후위기 자체를 희석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적극적으로 반(反) ESG 운동을 펼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ESG 압력으로 기름값을 높인 (블랙록 CEO) 핑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비꼬았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ESG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ESG에 부정적인 시각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으로 ESG를 배제하는 움직임도 곳곳에 있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를 비롯해, 플로리다주, 아이다호, 유타 등을 포함해 미국의 15곳 안팎 주에서도 ESG 기금 철퇴를 주장하는 비슷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와튼스쿨 ESG 이니셔티브 위톨트 헤니스 부학장은 이런 현상을 “ESG 대 반(反) ESG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해석은 잘못된 동등성을 만들어내면서 전형적인 허위 정보 및 선전 전략으로 흐르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두 주장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근거를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니스 부학장은 최근 주주총회 시즌에 보수 성향 주주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 결의안을 낸 사례를 들었다. 주주 결의안을 냈다는 사실보다 어떤 주주 제안을 냈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 주주들은 엑손모빌에 공식적으로 주주 이익을 포기하도록 요구했다. 또 다른 결의안에 따르면 보수 성향 주주들은 기업에게 다양성, 형평성 및 포괄적 관행이 백인(남성)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헤니스 부학장은 “이런 결의안은 기업 정책을 형성하거나 이기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뉴스를 만들고 이 토론에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수 성향 주주들이 제안한 43건의 주주제안의 평균 지지율은 7%에 그쳤다. 모닝스타 또한 주주총회 시즌 보수 성향 주주들의 주주 결의안을 분석하며 “실제로 이런 제안은 지지를 얻진 못했지만 주목은 받았다”며 “아마 그것이 요점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니스 부학장은 “단지 이념적 반대파의 공격에 침묵한다면, 이는 공범이나 다름없다”며 “기후 과학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반격을 계획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T, "ESG냐 반 ESG냐가 아니라, 그저 ESG를 사용할지 안할지의 문제"

FT도 “공화당의 정치인들은 ESG를 비즈니스 명분으로 공격하는 것은 비즈니스 신뢰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해를 끼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기후 위험을 무시하라는 신호는 수익뿐 아니라 환경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규칙 제정을 변덕스럽고, 모순되고,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고 평했다. ESG냐 반(反) ESG냐로만 나뉘면서,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미국의 투자운용사 페더레이트 헤르메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JP모건, 웰스파고 등 투자사들은 ESG 투자에 앞장서는 한편 SFOF(State Financial Officers Foundation)의 큰 손 후원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SFOF는 주(州) 연금을 화석연료에 적대적인 기금과 기업에서 제거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로비 단체다.

투자사들은 UN PRI 서명자이기도 하다. PRI 최고 책임투자 책임자인 나단 파비앙은 “PRI는 모든 서명자들이 자신이 한 약속과 일치하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3대 연금기금들도 비판에 나섰다.

그러나 리스 도나휴 회장은 “이런 모순된 입장은 양극화 시대에 사상의 다양성을 지지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투자는 특정 정치적 어젠다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타인의 견해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존중은 우리의 견해와 어떻게 다른지에 관계없이 장기적인 합의를 형성하고 세상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FT는 “양 진영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ESG냐 반 ESG냐 둘로 나눠질 필요는 없다”며 “그저 ESG를 사용할지 사용하지 않을지의 문제”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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