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8개 주요 항공사, 탄소상쇄 정책 그린워싱 논란도 여전해
항공 업계의 탈 탄소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지난 6일 보고서를 발표해 항공 업계의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는데, 뒤이어 유럽의 기후정책연구소인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에서도 지난 10일 항공사가 부족한 내용의 탄소 중립 정책으로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며 그린워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한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1차 ICAO 회원국총회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지난 7일 합의했다. 한편 구속력이 없고 불투명한 정보 공시에 회의적인 평가도 등장하는 등 항공 업계의 2050년 넷제로 목표에 대한 의심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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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기후환경 싱크탱크인 카본마켓워치는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8개 주요 항공사의 기후행동의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항공사가 말하는 ‘탄소중립 비행’에 오류가 있고, 품질이 낮은 탄소상쇄 방식으로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환경영향성 조사기관인 외코 연구소(Öko-Institut)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유럽의 항공 부문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8개 주요 항공사가 차지했다. 분석 대상이 된 유럽의 8개 주요 항공사는 에어프랑스(AirFrance), 브리티시에어웨이즈(BA), 이지젯(Easyjet), KLM, 루프트한자(Lufthansa), 라이언에어(Ryanair), SAS, 위즈에어(Wizz Air)다.
항공 업계 배출량 상승세 지속, 탄소 정책 내실화해야
카본마켓워치의 분석에 따르면 항공사의 온실가스(GHG) 배출량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감소를 제외하면 지난 20년간 꾸준히 늘어, 2050년까지 지금의 세 배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 업계는 매년 약 10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전체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본마켓워치에 따르면 항공사에선 탄소상쇄 정책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고 있다. 한편 항공사의 탄소상쇄 정책은 현재 효과가 미비하다고 밝혔다. 카본마켓워치의 항공 및 해운 탈탄소 전문가인 다니엘레 라오(Daniele Rao)는 “항공사가 오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나쁜 품질의 탄소 상쇄 정책으로 소비자를 오도한다”며 “나쁜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 업계의 배출량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에 따라 규제되고 있다. 카본마켓워치는 EU가 유럽 내부의 항공편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경제구역의 모든 항공편을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선 EU에서 항공사의 ETS 구매 등 자발적인 기후조치를 완전히 공개하고, 소비자를 오도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지침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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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S 대상 확대 두고 저비용 항공사 VS 장거리 항공사 온도 차
유럽의 저비용 항공사인 이지젯과과 라이언에어는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라이언에어는 성명을 통해 "배출량이 많은 장거리 항공편을 이용하는 부유한 소비자가 ETS 환경세를 공평하게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거리 항공편을 운영하는 브리티시에어라인과 에어프랑스는 장단기적 측면에서 다양한 탈탄소 정책 및 에너지 효율화 조치가 탄소 상쇄와 보완적이라는 입장이다. 에어프랑스는 성명을 통해 "우선순위는 GHG 배출을 빨리 줄이는 것"이라며 "탄소상쇄 대책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 항공사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네덜란드 환경단체는 네덜란드의 항공사인 KLM에서 사용한 ‘책임감 있게 비행하라’는 광고 캠페인이 그린워싱이라는 이유로 KLM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KLM은 탄소상쇄 정책이 저품질이라는 주장에 대해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탄소상쇄 정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외코 연구소의 연구진은 항공사의 정보 공개가 제한돼 추정치에 의존했다며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불한 탄소상쇄 자금은 효과적인 배출량 감축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카본마켓워치도 항공사의 탄소상쇄 정책을 두고 '저렴하고 편리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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