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사들의 불만, 레이스투제로가 보다 엄격한 탈탄소 목표를 발표한 후 드러나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이 석탄 금융에 구속력을 가한다면,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동맹(GFANZ)을 탈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GFANZ 마크 카니 총재는 “탈퇴를 빌미로 나에게 어떤 압박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탄소 감축에 노력하지 않은 은행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GFANZ를 지지했던 JP모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주요 대형 은행들은 만약 더 엄격한 기후 조건을 내걸 경우 동맹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전 영국은행 총재 마크 카니가 설립한 GFANZ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약 150조달러(약 21경원)의 은행, 자산관리자, 보험사가 모인 연합체다.
은행사들의 불만은 GFANZ의 기반이 되는 유엔(UN) 산하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가 보다 엄격한 탈탄소 목표를 발표한 후 드러났다. 올해 6월 레이스투제로는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바꿨다. 또, “1.5도 제한에 맞춰진 기후 목표를 독자적으로 찾아야 하며 가장 적절한 과학 기반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GFANZ 회원들은 갱신된 기준을 1년 안에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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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투제로의 피오나 맥클린 매니저는 “실질적인 요구 사항은 그대로”라며 “기본적인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기준을 끈질기게 따르지 않는 구성원이 있다면, 우리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그들을 캠페인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은행은 바뀐 가이드라인은 목표를 옮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단계적’ 석탄금융 폐지는 반독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이니셔티브를 ‘독점’이라며 공격하는 기류가 있으며, 일부 주 연금은 대출자에게 석탄 자금 조달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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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행, SEC 기후 정부 공개 관련해서도 긴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곧 요구할 기후 정보 공개와 관련해서도 미국 은행들의 긴장감은 높아진 상태다. SEC은 기후 변화에 대한 거버넌스, 위험 관리 및 전략을 연례 보고서에 공식적으로 공개하는데, 정보 공개로 인해 기업은 기후 목표 달성 방법에 대한 계획에 책임을 져야 하는 압박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은행들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처해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GFANZ의 최근 회담에 참여했던 한 사람은 “제3자가 우리와 우리 주주를 위해 법적 책임을 지겠는가? 은행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구속력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라면서, “우리는 마지막 회의 1시간을 미국 은행들의 철수에 대해 논의했다”라며 긴장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또, 기후 위기 대응에 정부의 강력한 도움이 뒷받침되지 않으며, 일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기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3대 탄소배출국인 중국·러시아·인도의 GFANZ 회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GFANZ의 하위 은행 그룹인 NZBA(Net Zero Banking Alliance)에 가입한 116곳에 중국·인도 은행은 없고 러시아 소브콤뱅크만이 유일하다.
은행 반발에 레이스투제로는 가스, 석유, 석탄의 자금 조달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철회했다. 구속력을 설정하지 않고 1.5도 억제 비즈니스 모델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개별 구성원에게 달려 있다고 입장을 후퇴한 것이다.
HSBC에서 지속가능한 금융 사업을 운영했던 레베카 셀프 기후 컨설턴트는 “주요 회원 중 몇 곳이 겁먹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면서, “은행의 자세는 넷제로 약속자와 행동자의 차이를 드러내며, 약속과 듣기 좋은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크 카니 “곧 낙오된 회원 드러날 것”
대형 은행의 탈퇴 압박에 마크 카니 총재는 이번주 영국 연방하원 환경감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사안을 언급했다. “이 그룹을 탈퇴할 수 있다고 밝힌 어떤 기관도 나에게 결정을 지시한 적 없다”면서도 “그룹 내 긴장이 해소될 필요는 있다”고 말하면서다.
카니 총재는 “연합 회원이 떠나거나 떠날 생각을 한다는 헤드라인을 읽었을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GFANZ의 자산이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20조달러(약 2경원)의 자산이 증가하면서 연합의 총 자산은 150조달러(약 21경원)에 달한다.
카니 총재는 GFANZ가 개발하는 새로운 데이터툴이 약 1년 안에 가동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를 준비하면서, 기업이 기후 리스크를 측정하고 탈탄소화 진척을 추적해 전환 계획을 평가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지구온난화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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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총재는 “GFANZ가 지난해 출범한 만큼, 곧 첫 번째 회원국들의 수익률과 목표치에 대한 진척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틀림없이 뒤처지는 은행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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