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으로 터빈 자재비 급증에 신규 프로젝트까지 지연돼

덴마크의 풍력 터빈 기업인 베스타스. 2023년 전망에서 수익 악화를 예상했다./ Vestas 
덴마크의 풍력 터빈 기업인 베스타스. 2023년 전망에서 수익 악화를 예상했다./ Vestas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유럽의 풍력 산업은 인플레이션으로 급증한 자재비에 더해 신규 사업 승인이 지연되면서 수익 악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전 세계 유수의 풍력 산업 기업에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익 악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구체적인 공시는 기업별로 오는 2월 1일부터 발표될 예정이다.

덴마크의 풍력 터빈 제조기업인 베스타스(Vestas)는 지난 27일 안내문을 발표했다. 베스타스는 투자자들에게 유럽연합(EU)의 사업계획 시스템이 지연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풍력 터빈 제조기업인 지멘스 가메사(Siemens Gamesa)의 크리스티안 브루흐(Christian Bruch) 회장은 FT를 통해 “풍력 산업 전체가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지멘스 가메사는 지난해 신규 설치된 터빈을 기준으로 전 세계 3위에 오른 기업이다.

풍력 발전소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Orsted)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스테드는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한 주요 프로젝트에서 약 3억6천만 달러(약 4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유럽의 풍력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철강 등 중요한 원자재와 함께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한 탓이다.

EU의 늦은 대응이 풍력 산업의 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수급 위기로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크게 늘었는데, EU와 영국에서 신규 프로젝트 승인을 늦추면서 신규 터빈 주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FT는 보도했다.

베스타스가 발표한 ‘2023년 전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급망 전반의 비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스타스는 올해 풍력발전 설비 설치량이 줄어들면서 매출액과 수익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풍력발전 설치량이 줄어든 이유로는 ‘EU의 승인 절차의 지연’과 ‘미국의 풍력 산업 투자 저하’를 꼽았다.

내년 미국의 풍력 산업 경기가 살아날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기후 관련 프로젝트에 배정된 약 3690억 달러(약 453조원)에 달려있다고 베스타스는 분석했다.

불안정한 공급망, 인플레이션, 중국과의 경쟁 상황으로 인해 주요 풍력 부문 기업들은 긴축에 들어갔다. 지멘스 가메사는 오는 2023년 1분기 예상 실적에서 약 7억6000만유로(약 1조원)의 손실을 기록해 주식시장에서 상장을 폐지하고 재무회생에 집중하고자 이사회를 축소했다. 

유럽투자은행(EIB)의 알레산드로 보스키(Alessandro Boschi) 신재생에너지부문장은 “유럽의 주요 풍력 터빈 제조기업들이 엄청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산업 부문에서 인수합병 등 구조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EIB의 보스키는 유럽의 기업은 풍력 터빈의 크기와 성능과 같은 품질로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풍력 산업의 주요 장애물이 해결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에너지전환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 싱크탱크의 클린파워 책임자인 엘레나 프라베토니(Elena Pravettoni)는 “풍력 산업이 직면한 몇몇 과제가 해결되고 있다”며 “해운 병목 현상(Shipping bottlenecks)이 완화되고 연료비와 철강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멘스 가메사는 공급망 문제가 해결돼도 유럽의 기업들이 미국시장의 사업을 모두 유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IRA에 제시된 풍력 부문의 인센티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자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숙련된 노동자와 고용 가능한 일자리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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