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화학물질 관련 규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랙티브, 가디언 등 다수의 매체들은 유출된 문서를 확인한 결과 유럽의 화학 산업계와 우파 정당들의 강한 압력으로 인해 EU 행정부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본 입법 문서에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유해 화학 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1%, 10% 또는 50%를 제한하는 세 가지 옵션이 제안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EU는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중간 옵션을 선택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논란이 된 규정은 리치(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 Reach)로 불리며, 소비자 제품에서 가장 유해한 화학물질을 금지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규정이 나온 이후 판매 가능한 모든 제품에 대해서 7000~1만2000가지 유해 물질의 사용이 금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는 생식과 발암성 질환과 관련이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도 포함되어 있다.
유해화학물질 금지, 건강 분야 비용 대폭 절약
유럽시민들 유해화학물질 노출도 높아
유출된 77페이지 분량의 영향 연구는 2023년 1월 13일 자이며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인 화학 물질법을 다루는 EU의 리치 규정의 목표 개정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스트는 변경될 수 있지만 관계자들은 고려 중인 옵션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분석 초안은 화학 물질 금지로 인해 건강 부문에서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 업계가 부담하는 비용보다 10배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에 대한 조정 비용은 연간 9억유로(약 1조2800억원)에서 27억유로(약 3조 8319억원) 범위에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당 문서에는 시장에서 가장 유해한 화학 물질을 제거하면 EU 역내에서 비만, 암, 천식, 불임 및 기타 화학 관련 질병을 예방함으로써 연간 110억유로(약 15조6114억원)에서 310억 유로(약 44조원)의 건강상의 이점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적혀있다.
PFAS뿐만 아니라 EU 규제 당국은 작년에 1만3000명의 EU 시민의 혈액 및 소변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유럽 어린이의 17%가 프탈레이트 혼합물에 노출될 위험이 있음을 발견한 바 있다. ‘매우 높음’ 수준이다. 프탈레이트는 발달 및 생식 질환과 관련이 있다. 생식 독성 내분비 교란 물질인 비스페놀 A의 흔적은 성인의 92%에서 발견되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브루넬대학교(Brunel University)의 안드레아스 코르텐캄프(Andreas Kortenkamp) 교수는 연구 결과를 놓고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구의 코디네이터인 마리케 콜로사-게링(Marike Kolossa-Gehring) 박사는 2020년 유럽에서 3400만 톤 이상의 발암성, 돌연변이성 및 생식독성 물질이 소비되었다고 말했다. 독성 화학 물질에는 비스페놀, 난연제, 프탈레이트, 과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 등이 포함된다.
지난2020년,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프란스 팀머만스(Frans Timmermans)는 "장난감 및 육아 제품부터 식품과 접촉하는 직물 및 재료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제품에서 가장 유해한 화학 물질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발암 물질 및 내분비 교란 물질과 같은 많은 화학 물질은 안전하게 노출되지 않고 있다고 HBM4EU는 요약했다.
환경단체 켐 트러스트(CHEM Trust) EU 정책 대변인 스테판 슈어(Stefan Scheuer) 는 “화학 기업의 체계적인 규제 회피는 유해한 화학 물질 판매에서 다른 화학 물질로 이동함에 따라 사람과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다. 폰 데 라이언(von der Leyen) 의장은 지체 없이 더 강력한 규칙을 발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럽 ESRS 초안 변경을 두고 진영 대결...
투자자는 정보공개와 관련한 우려 제기
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도 ESG와 반ESG의 진영 대결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업들이 주요 지속가능성 공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완화한 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 초안을 다시 검토할지 여부를 이번 주에 결정할 예정이다.
EU는 5만 개의 상장 기업이 2024년부터 연간 보고서에 ESG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달, 지속가능성 공시와 관련된 규정 및 유럽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에 대한 사항을 변경해 논란이 됐다.
좌파 의원인 폴 탕(Paul Tang)은 유럽 의회의 녹색, 사회당과 민주당, RE 정치 그룹이 내놓은 일보 후퇴한 CSRD 제안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 공화당으로부터 들었던 반 ESG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제안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행된다면 EU의 지속 가능한 금융 의제에 어두운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정치인 뿐만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면 사회, 환경 및 지배 구조 위험을 기반으로 회사를 빠르게 차별화하려는 투자자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APG 자산운용사(APG Asset Management)의 글로벌 책임 투자 담당 이사인 클라우디아 크루스(Claudia Kruse)는 파이낸셜 타임즈 모랄 머니(Moral Money)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움직임은 전환에 좋지 않다. 투자자들은 비교할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를 얻게 될 것이며 스스로 격차를 메워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네덜란드 금융기업 ING는 "현재 제안이 규칙의 효과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술라 폰 데 라이언(Ursula von der Leyen)이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규제 부담을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ING는 “생물 다양성 및 기후 위험에 대한 기업 공개를 의무화하면 EU 법률의 다른 영역에 대한 정보 중 일부를 수집하고 공개해야 하는 투자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성보고기준이 "그린워싱을 퇴치하기 위한 핵심 도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정 사항은 정책 목표 달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비례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파이낸스 타임즈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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