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표 자동차 기업의 공급망 ESG 현황 점수를 매긴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글로벌 캠페인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 선봉을 이끌다)’는 28일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주최한 ‘세계 자동차 공급망의 탈탄소 및 인권 경영 경향과 전망’ 웨비나에서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인권 대응 순위를 분석한 두 번째 리더보드(Leaderboard)를 발표했다. 리드 더 차지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후, 환경, 인권 측면의 책임 있는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는 세계 동시 캠페인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가 18개 자동차 기업 중 10위, 기아는 13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미국의 유력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가 27일 발표한 연례 자동차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전체 34개 브랜드 중 10위 안에 들었던 것과 비교되는 결과였다.

리드더차지는 자동차 제조업의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가스, 환경 피해 및 인권 침해를 근절하려는 노력 등을 평가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첫 평과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결과는 국문영문으로 모두 제공되며, ▲2023년 대비 순위 변동 ▲EV 판매 비율 ▲총점 ▲기후 & 환경 ▲인권 & 책임 있는 조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리드 더 차지 리더보드 순위 /리드 더 차지 보고서
리드 더 차지 리더보드 순위 /리드 더 차지 보고서

 

테슬라 9위에서 3위로...비결은 스코프3 배출량 정보 공개

리드 더 차지 리더보드 결과를 발표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 NGO 선라이즈 프로젝트의 매튜 맥더미드 프로그램 국장은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을 이루면서, 공급망의 탈탄소화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맥더미드 국장은 “현재 자동차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7%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기관에서 발생하므로 사용 단계의 배출량이 대부분이었다. 전기차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중공업 부문의 가장 큰 소비자로서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면 공급망의 배출량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리더보드 결과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평균 점수가 1년 동안 15%가량 상승했고, 특히 미국의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큰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개선을 이뤄낸 기업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2023년 9위에서 올해 3위에 등극했다. 이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지난해 스코프 3 배출량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었으나, 올해 철강, 알루미늄 및 배터리 생산 유형별로 구분된 공급망 배출량을 공개한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점수표. 리드 더 차지 리더보드에서 각 기업명을 클릭하면, 상세 점수와 평가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리드 더 차지
테슬라의 점수표. 리드 더 차지 리더보드에서 각 기업명을 클릭하면, 상세 점수와 평가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리드 더 차지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평균 10점 내외의 점수로 미국 및 유럽 회사들과 비교해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혼다와 토요타는 전기차 전환 부문에서 리더보드에서 최하위였으며 공급망 탈탄소화 및 인권 존중 부문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실제로 토요타와 리더보드는 화석연료 없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공급망 부문의 4개 부문 중 어느 하나에서도 점수가 상승하지 않은 유일한 회사였다. 특히 토요타는 한 해 동안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13위에서 15위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2023년 11위에서 올해 10위로 순위가 올랐다. 맥더미드 국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사업장별 근로자 인권 위험을 공개하고, 공급망이 소폭 개선되면서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영역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1계단 상승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은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량이 늘었음에도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 및 환경 영향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영국의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의 자동차 산업 환경 로비 부문에서 지난해와 같이 뒤에서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으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노동 단체로부터 미국 내 공급망에서 노동자의 권리 침해와 관련된 비판을 받았으며, 이들은 현대자동차에 공급업체에 대한 3차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지역사회와 지역사회 혜택 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요구에도 응답이 없어 이런 상황도 점수에 반영됐다고 기후솔루션은 전했다. 

 

포드는 어떻게 1위가 됐나…녹색철강 공급망 정보 공개

리더보드 1위는 미국의 포드가 기록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이명주 책임은 저탄소 철강 공급에 대한 명확한 정보 공개를 비결로 제시했다.

이명주 책임은 “포드는 2030년까지 10%의 탄소를 저감한 철강을 조달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는데, 철강 생산기업과 협약을 맺어서 해당 기업에서 생산하는 저탄소 철강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즉, 특정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특정 연도에 어느 정도의 철강을 공급받겠다는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포드의 뒤를 이어 높은 순위를 기록한 메르세데스 벤츠(2위)와 BMW(5위), GM(8위)도 동일한 행보를 보였다. 이명주 책임은 “벤츠는 H2그린스틸이라는 스웨덴 철강기업에서 녹색철강 50만 톤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며 “현대차나 기아는 이와 관련해서 발표한 바가 없어서, 이에 대한 공표가 있다면 리더보드에서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국내외 주요 브랜드로 공급망을 관리하지 못하면 미국, 유럽, 심지어 중국의 민첩하고 기민한 경쟁업체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라며 “조달 목표를 설정하고 철강 공급사인 현대제철, 포스코와 저탄소 철강 조달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여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 허술한 기업…벌금 부과 등 리스크 따라

기업이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잘 관리하지 않을 경우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시민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의 에리카 티 패터슨 공급망 캠페인 디렉터는 기업이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 리스크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패터슨 디렉터는 “SK배터리는 7만5449달러(약 1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제너럴 모터스(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 회사 얼티엄 셀즈(Ultium Cells)는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 27만달러(약 3조6000만원) 를 부과 받은 바 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EV전환 과정에서 전미자동차노조는 임금 상승과 의료보험체제 강화 등의 노동자 권리 보장을 기업 측에 제시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15만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며 “6주간의 파업으로 GM과 스탤란티스는 10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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