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주들 사이에 다양성이 주목받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주주 제안이 나오고 있다./ 픽셀
최근 주주들 사이에 다양성이 주목받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주주 제안이 나오고 있다./ 픽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스위스 리 투자자들에게 현 CEO인 세르지오 에르모티(Sergio Ermotti)가 회장으로 재선되지 않도록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스위스 리는 4월 13일 연례 총회를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스위스 리  투자자들에게  반대 투표를 하라고 촉구했다./ISS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스위스 리  투자자들에게  반대 투표를 하라고 촉구했다./ISS

다양성을 들어 스위스 리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ISS

ISS가 에르모티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성'이다. 여성이 이사회의 최소 30%를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 업계 기준인데, 스위스 리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리의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3명의 여성이 이사회의 선거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의석 25%의 비율이다. 

스위스 리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성별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2023년까지 여성 임원 30%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추구한다고도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ISS의 이런 권고는 수동적인 투자자 및 대형 기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이런 의견을 낸 이유에 대해서 ISS의 의견을 물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주들, 최근 다양성을 우선시에 두어

주주들이 기업에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고, 이사회의 구성원까지 바꾸는 행동주의 주주들이 늘면서 기업이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엔진넘버원이 엑손모빌의 임원 2명을 교체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슈퍼마켓 크로거에 제안된 플라스틱 감축 주주 제안, 영국 ESG 행동 투자기관 ‘셰어액션’이 바클레이스에게 주장한 넷제로 목표 설정과 HSBC의 화석연료 금융지원 단계적 폐지 등이 제안됐다.

최근엔 다양성 우선시하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많아지는 추세다. 미국 트릴리움 자산운용은 시민단체가 직접 애플을 감사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주주 제안을 했다. SOC 투자그룹은 이와 함께 인종 형평성 감사 또한 제안했다.

애플은 지난해 내부 고발자가 “급여에 대한 성별, 인종 불평등이 있었고, 사내에 언어폭력과 성희롱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폭로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의 수도 늘고 있다. 현재 FTSE 100대 기업 중 13%가 별도의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다양성 이슈가 사회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관련 정책과 성과를 공개하는 데 많은 기업들이 주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투자자와 소비자로부터 다양성을 개선하고 공시하라는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다양성에 대한 공시 요구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액 주주들의 의견도 거세지고 있어

한편 국내 주주들의 입김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31일 열린 에스엠 정기 주주총회에서 에스엠의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와 신경전을 벌인 끝에 패배했다. 감사 이사로 얼라인 측이 제안한 곽준호 SK넥실리스 전 최고재무책임자가 선임되면서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폐기됐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소액 주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며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 기획과 용역 계약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수많은 소액 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해 준 덕분이다”라고 전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소액 주주가 가진 의결권의 의미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평가했다.

에스엠은 “주주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회사와 주주의 동반 성장에 대한 고민을 경영에 반영하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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