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스타트업 ‘NEU 배터리 매테리얼스’(NEU Battery Materials, 이하 NEU)가 복잡한 공정으로 대규모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전기차 폐배터리의 리튬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에코비즈니스(Eco-Business)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고전압배터리(2차전지)다. 그러나 EV 배터리는 에너지밀도 감소 때문에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주기로 교체되어야 한다. 이 교체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가 폐기물로 전락하게 된다.
문제는 전기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배터리 폐기물 또한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9년도에 생산돼 운행 중인 전기차의 경우만 놓고 볼 때 추후 50만 톤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폐배터리의 재활용과 친환경적인 폐기가 국제적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배터리 필수 원료인 ‘리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리튬’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기를 창출하기 위해 리튬은 배터리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원자재로, 배터리 가격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필수재인 리튬은 생산 단계부터 배터리 폐기까지 환경적 부담을 높이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보유 NEU, 화학물질과 물 최소화
리튬을 채굴하려면 리튬을 함유한 지하수를 지상으로 끌어 올려 수분을 증발시켜야 한다. 그런데 초당 평균 1700리터를 퍼 올려야 충분한 양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물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또 광석에서 리튬을 추출할 경우, 첨가해야 하는 점토와 황산도 환경적 부담을 높인다.
그런데 전기차 수요 확대로 리튬 채굴량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리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스전스’가 집계하는 전 세계 리튬 가격 지수는 지난 1년간 490% 가까이 급등했으며, 리튬 최대 생산지인 중국의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저점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3월 472%까지 급등했다. 때문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리튬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 원재료를 채굴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터리에 사용된 리튬의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배터리의 리튬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연소 또는 산(Acid)을 사용해 여러 단계를 거쳐 정제해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환경오염도 유발해 폐배터리의 전세계 리튬 재활용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차례의 공정은 가격을 높여, 리튬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채굴하는 것이 더 저렴하는 의견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에 소재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인 NEU가 환경 부담이 낮은 ‘전기’로 리튬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 폐배터리의 리튬을 추출하는 NEU의 기술은 기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 물질과 물의 양을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NEU는 지속가능성 혁신 솔루션 기업을 선정하는 에코비즈니스의 ‘2021 라이어빌리티 챌린지(Liveability Challenge)’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NEU 기술은 현재 시범 단계에 있지만, 오는 9월 싱가포르에 첫 파일럿 공장을 구축해 전기차 폐배터리 리튬 재활용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또, 공정 자동화로 배터리 재활용율을 높여 전기차 수요에 발맞추고, 싱가포르 사업화의 성공을 발판 삼아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큰 중국과 유럽에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브라이언 오(Bryan Oh) NEU 설립자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전기차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일부를 줄이는 지속가능한 산업을 구축함으로써 광물 채굴과 제조에 따른 오염을 상쇄하겠다”며 “싱가포르를 폐배터리 재활용 허브로 만들어 글로벌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전기차 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추출 기술 성공
한편, 국내에서도 EV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홍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순환자원연구센터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수명을 다하고 버려진 전기차 배터리에서 순도 높은 리튬과 니켈, 코발트 성분 등을 뽑아내는 기술을 고안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희소금속을 분리하고 정제하는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원료물질을 추출하는 게 핵심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개발 기술을 활용하면 폐배터리 셀에 포함된 희소금속의 98% 이상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으며, 재활용된 물질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용 양극재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발한 기술을 민간기업에 기술 이전함으로써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량 수입하고 있는 EV 배터리 원료를 대체하는 데 기여하고, 향후 폐배터리 자원순환공정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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