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일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언급했다.

일본의 여당인 자민당 기시다 총리는 1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 NHK가 주최한 9개 정당 대표와의 토론에서 “가능한 한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활용해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자민당 외에도 일본혁신당과 국민민주당도 원전 재가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입헌민주당, 일본 공산당은 원전 재가동에 중립을 표하거나 반대 입장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언론에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가 정지된 상황에서 재가동에 필요한 검토 속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6월에 채택된 새로운 경제 재정 정책 지침에서 “원자력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겠다”고 명시한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던 문구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 월요일 도쿄 지역 기업과 시민들에게 발전 용량 부족으로 도쿄가 정전에 빠질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도쿄 지역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특히 오후 4시~5시 사이 공급 용량 대비 전력 수요 비율이 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늦은 오후 특히 전력 공급이 빠듯하다”며 도쿄와 주변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전력 사용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가정과 기업에 에어컨 온도를 28도 미만으로 낮추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또 시민에게 다리미 등 기타 전력 소모가 많은 가전 제품의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에너지 사용량 자제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일본 북동부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여러 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며 전기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공급 용량 대비 전력 수요 비율은 103%에 달했다.

일본의 에너지 경색은 원자력과도 관련 있다.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이후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멈췄다. 당시 일본은 전력 발전의 약 30%를 원자력에서 부담했는데, 이후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일본의 화석 연료 의존도는 증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악재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일본의 에너지 수급에도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엔화 약세와 맞물려 해외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자,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에 대한 일본 시민들의 반대는 거세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에너지 정책이나 기후변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고려하진 않는다. 다만 6월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고 더위가 계속되는 와중 정부는 에너지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있어,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전력기업에 제출된 기후 관련 주주 제안도 부결

에너지 수급 문제가 3월부터 계속되면서 도쿄전력, 중부전력, J-파워 등 일본 3대 전력기업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제안된 기후 관련 주주 제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주주들은 탄소배출량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해야 하며, 탄소 감축 목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호주 NGO 마켓포스(Market Force)와 일본의 키코 네트워크(Kiko Network)는 도쿄전력에 탄소 감축 관련 내용을 담은 주주 제안을 제안했지만, 9.55% 동의밖에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예비 공시에 따르면 26%의 주주들이 배출량 감축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 상황을 매년 보고하자는 제안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주총회 결과는 반대였다.

도쿄전력 주주총회에서는 일본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의도 가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 주주총회는 28도에 맞춰진 방에서 진행됐는데, 도쿄전력 고바야시 요시미쓰 회장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이런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도쿄전력의 재생에너지 투자와 원전 재가동에 대한 질문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도쿄전력 이사회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는 대립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에서는 드문 행동이다.

도쿄전력 요시미쓰 회장은 “일본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계속 참여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달성하기 위한 경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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