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 현대자동차 공장이 여성·인종차별이 있었다며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이사회에서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할당하는 법안도 만들어지면서 젠더 다양성이 리스크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앨라배마주 현지 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고위경영진으로 활동한 이벳 길키 슈퍼드는 지난 7월 미국 정부기관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키 슈퍼드는 현대자동차 내에서 여성·인종차별을 당했고, 부당해고로까지 이어졌다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밀린 급여, 복리후생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길키 슈퍼드는 2003년 현대자동차에 대리로 입사한 뒤 2018년 임원급인 행정국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그는 임원진 9명 중 유일한 아프리카계이자 여성이었는데, 5명의 동료 임원들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영학 석사와 MBA 학위를 갖고 있었지만, 같은 수준의 학위를 가진 다른 이사보다 거의 1만5000달러(약 2100만원) 적은 연봉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머지 선임디렉터들은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또 그녀가 경영진 자리에 오르자마자 핵심 업무를 다른 동료들에게 재분배했다고도 주장했다. 장기계획, 정책 및 절차, 보상 및 혜택을 다루는 ‘주요 내부관리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했고, 행정국장을 맡은 뒤 인사부나 관리부를 감독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으면서다.
부당해고로까지 이어졌다고도 진술했다. 그녀는 “현대차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지난 6월 나를 해고했지만, 실제로 나 혼자만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슈퍼드 씨는 성소수자(LGBT)에 관련된 교육 섹션과 성전환 직원들의 이름 변경과 관련한 회사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메모를 작성했다고 한다. 메모에는 성전환 직원들이 ID 카드의 이름을 바꾸려고 할 때 사측은 “법적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한국인 직원에게는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미국 이름으로 쉽게 바꿔주고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이러한 메모가 자신도 모르게 현대자동차 미국 본사로 전달된 뒤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는 것이다.
앨라배마 주 현대자동차 인사담당 로버트 번스 부사장은 “이전 직원이 밝힌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정중히 밝힌다”고 현지언론에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는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연령, 국적, 시민권 지위, 신체 또는 정신 장애, 유전자 정보, 참전용사 지위 등 연방, 주 또는 지방법에 의해 보호되는 기타 지위에 따라 차별이 없는 직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벳 길키 슈퍼드의 변호인인 아서 데이비스는 “슈퍼드를 경영진으로 승진시킨 이유는 흑인 여성인 슈퍼드씨가 흑인 직원을 달래 공장 내 노조 조직화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했으며, 노조 활동을 진정시킬 소모품으로만 사용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차별은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별과 편견 문화의 일부이며 슈퍼드 씨만이 그 문화의 유일한 희생자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길키 슈퍼드 씨는 퇴직금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을 받게 되면 현대차의 공급·유통망과 관련된 회사에 재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년 전에도 소송 당한 현대차 공장
지난 2020년 6월에도 앨리배마 주 현대자동차 공장은 여성·인종 차별로 소송을 당한 바 있다. 현대 엔지니어링 미국 법인 소속으로 용역업체 다이버시티 시큐리티 사를 통해 앨리배마 주 공장 우편 담당 직원으로 채용된 다비타 키 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녀는 인종 차별 위반과 그에 따른 보복행위(해고)로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앨리배마 주 현대자동차 공장, 현대 엔지니어링, 다이나믹 시큐리티사를 집단으로 고소했다.
다비타 키 씨는 면접 당시 ‘드레드록 스타일’의 헤어스타일을 했으며, 면접관들은 그녀의 머리 스타일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출근하며 의사 예약을 알리기 위해 사측에 현재 임신 중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업무상 아무런 제약이 없고 모든 의무를 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메모도 함께 전달했다.
키 씨에 따르면 이후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머리 스타일을 지적했다고 한다. 머리를 다 덮는 모자를 쓰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꿀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모자를 쓰고 출근한 후에도 인사과와 연락을 해보라는 등 차별 행위는 계속됐고, 회사의 압박 속에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이나믹 시큐리티사와 만난 자리에서 키 씨는 현대차가 자신의 머리카락과 다른 일 때문에 더 이상 사측에서 출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 엔지니어링은 키 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드레드록은 인종 불변 특성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고 변하기 쉬운 머리 스타일이기 때문에 드레드록 금지 시행이 인종차별이라는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편실에 있는 다른 보안요원들이 드레드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만들었는데, 규칙은 흑인 여성이 만들고 시행한 정책이며 드레드록을 고수하는 그녀에게 다른 업무를 제시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회사를 나간 만큼 보복행위(해고)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앨리배마 주 현대자동차 공장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12일 현대자동차 공장과 현대 엔지니어링은 또 한 번 연방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EU 내 사무소 가졌다면 2026년까지 사외이사 40% 여성으로 채워야
여성에 대한 다양성 규제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EU 이사회는 18일 EU에 사무소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2026년까지 사외이사직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칙을 발표했다. 회원국들이 새로운 규칙을 전무이사 및 사외이사 모두에 적용하기로 결정한다면, 2026년까지 모든 이사직의 33%가 여성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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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칙이 발효되면 상장사는 매년 이사회에 성별 이사 비율과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 등을 보고해야 한다. 동등한 자격을 갖춘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대표성이 낮은 성별 후보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명확하고 중립적으로 책정된 기준을 활용한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임용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EU 회원국은 목표를 달성한 기업의 리스트를 공표할 방침이다.
유럽성평등연구소(EIGE)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EU 내 대학 졸업자의 60%가 여성이지만,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1.5%, 이사회 의장은 8%에 불과해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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