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SBTi는 13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기업의 기후 목표를 검증하고 비용을 받는 검증 조직과 표준을 설정하는 조직을 분리, 대내외적인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SBTi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UN글로벌콤팩트, WRI(세계자원연구소), WWF(세계자원기금) 등 여러 기후 단체가 설립한 이니셔티브로, 기후 과학에 따른 배출량 감축 및 순제로 달성 모범 사례를 정의하고 기업들의 기후 목표를 평가, 검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000개 이상의 기업이 SBTi와 협력하고 있다.
SBTi, 기업 고객 급속도로 증가해… 2022년 작년 대비 87% 상승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완화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기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추이를 보고하는 기업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ESG 주주행동도 활발해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경영을 약속하고, 2030년까지는 배출량 감축 노력을 전개하는 중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약속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외부 기관의 평가와 검증이 필수다. SBTi는 이를 위한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다.
SBTi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4000여 개의 기업들이 SBTi를 통해 기후 목표를 설정하거나 약속하고 있다.
SBTi 인증 건수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87%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총 1만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면, 2022년 SBTi 검증에 따라 기후 목표를 설정한 기업은 1097개로, 지난 7년 전체를 합친 1082개보다 많은 수치다.
미국 공화당, SBTi 투명성 의혹 제기…
SBTi, 조직 개편으로 신뢰도 제고 및 기업 수요 대응 나서
이처럼 SBTi가 성장하자 반(反) ESG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SBTi의 투명성을 공격하고 나섰다.
올해 초 미국 연방조달규제위원회(FAR)가 제안한 규정에 따르면, 연방정부 계약업체는 기후 목표를 수립하고 SBTi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공화당은 민주당의 ‘검은 돈(Dark money)’이 국제 비영리기구들을 거쳐 SBTi로 공급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기업 정보 유출에 대한 안보 위험과 SBTi의 잠재적 이해 충돌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투명성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3일 SBTi는 성명을 통해, 표준 설정 조직과 수익을 창출하는 검증 서비스 조직을 분리한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검증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SBTi는 영국에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고, 기업 검증 서비스 조직은 확대 편성 후 자회사로 분리, 표준 설정 및 지침을 설정하는 조직은 신규 법인 내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이사회 이장으로는 에너지기업 에넬(ENEL)의 전 CEO이자 투자회사 EQTAB의 파트너인 프란체스코 스타레이스가 임명됐으며, 이반 두케 전 콜롬비아 대통령, 생명공학기업 노보자임스(Novozymes) CEO인 에스터 바이게트가 이사로 선임됐다. SBTi는 향후 이사회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활동가이자 2020년까지 SBTi 기술 고문으로 있었던 빌 바우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SBTi는 사실상 검증 프로세스를 독점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SBTi가 기후 피해 지역 주민들이 아닌, SBTi의 기업 고객층을 대변하는 인물들로만 이사회를 구성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탄소회계 소프트웨어 플랫폼 미니멈(Minimum)의 지속가능성 책임자 제임스 파커는 “콜롬비아 전 대통령인 이반 두케를 포함한 새로운 이사진의 임명은, 기업에 더 강력한 기후 목표를 바라는 시대적 요구와 부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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