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취임 앞두고 ESG 반발 거세져
- 블랙록에 퇴직연금 맡긴 아메리칸 항공, "충실 의무 위반했다"
- 아메리칸 항공 사건,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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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9일(현지시각)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 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에서 탈퇴했다.
NZAM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약 325개의 자산운용사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회원사들의 총 운용자산은 약 50조달러(약 7경3475조원)에 달한다.
이날 블랙록은 고객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NZAM 가입이) 당사의 자산운용 방침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여러 공직자들의 법적 조사 대상이 됐다”면서도 “(이번 탈퇴 결정이)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이나 포트폴리오 운용 방침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각)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대변인 스테판 두자릭(Stephane Dujarric)은 “블랙록의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다른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NZMA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취임 앞두고 ESG 반발 거세져...
블랙록에 퇴직연금 맡긴 아메리칸 항공, "충실 의무 위반했다"
유엔 측 바람과 달리 자산운용사들의 ESG 정책은 정치적, 법적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북부연방지방법원 리드 오코너(Reed O'Connor) 판사는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이 종업원 퇴직연금(401k) 운용사로 블랙록을 선정한 것은 충실 의무 위반(Duty of loyalty)이라고 판결했다. 블랙록은 아메리칸 항공 퇴직연금의 주요 운용사 중 하나다.
401(k) 플랜은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로 직원들이 급여 일부분을 자동으로 공제하여 해당 계좌에 저축하면, 고용주가 일정 비율을 추가로 기여해주는 구조다. 401(k) 플랜의 운용사는 일반적으로 고용주가 선택한다.
오코너 판사는 특히 2021년 블랙록이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 ESG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 넘버원(Engine No.1)의 손을 들어준 사례를 지적했다. 블랙록은 경제적 이익이 아닌 비재무적 이익을 추구했으며, 가입자들의 재무적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아메리칸 항공이 이러한 블랙록의 행동을 방임했다는 것이다.
단, 오코너 판사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실질적인 재정적 손실 여부와 이에 따른 아메리칸 항공의 손해 배상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아메리칸 항공의 파일럿 브라이언 스펜스(Bryan Spence)가 약 10만명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대표해 2023년 제기했다.
미국의 다국적 대형 로펌 롭스 앤 그레이(Ropes & Gray)의 파트너 조쉬 리히텐슈타인(Josh Lichtenstein)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퇴직연금 관련 소송 전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건"이라며, "이번에 제기된 법적 주장이 미국 내 모든 401(k) 플랜에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ESG 투자를 고려한 기업의 퇴직연금 운용방식이 연방법 위반으로 인정된 첫번째 사례다.
아메리칸 항공 사건,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의 표상...
트럼프 복귀 앞두고 기업들, ESG 정책 철회 또는 폐기 중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판결이 미국 내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갈등의 표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은 ESG 관련 프로그램을 철회하거나 변경하여 법적, 정치적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
FT는 보수단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 ESG 관련 법적 사안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줄 가능성이 높은 판사를 선별해왔다고도 덧붙였다. 아메리칸 항공에 위법 판결을 내린 오코너 판사 또한 정치적 사안에 보수적 판결을 자주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주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JP모건 등이 NZAM을 탈퇴했다며, 이는 공화당의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ESG 연구기관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Morningstar Sustainalytics) 지속가능투자연구 책임자 호텐스 비오이(Hortense Bioy)는 “블랙록이 최대한 버텨왔지만, 트럼프 취임 직전에 압박이 너무 커졌고, 평판 및 법적 리스크도 너무 높아졌다”며 “(블랙록이) NZAM을 탈퇴하는 마지막 금융사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폭이 최초로 1.5도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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