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트렌드가 콧대 높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를 바꾸고 있다. 비건 패션은 모피, 가죽, 양모 등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식물, 과일 등 대체 재료나 바이오 소재를 기반으로 옷과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는 대체 섬유를 생산하는 미국 스타트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 손잡고 미세 균사체로 만든 버섯 소재의 여행 가방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죽은 버섯 뿌리의 곰팡이 균사체를 기존 가죽을 모방한 방식으로 재배되어 촉감, 기능, 내구성 면에서 일반 가죽 제품과 유사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동물 가죽에 비해 이산화탄소 등 온난화 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에르메스는 마이코웍스와의 독점 계약으로 향후 3년 동안 에르메스 장인이 마이코웍스의 비건 레더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마이코웍스 공장에서 소가죽과 유사한 재료인 ‘실바니아(Sylbania)’가 제작된 후 에르메스 현지 제작공장으로 운송되어 장인들이 재료로 직접 가방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마이코웍스는는 실바니아와 효소 종류 중 하나인 ‘알트(alt)’ 재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르메스는가방 제작에 활용되는 기존 재료와 함께 새로운 바이오 재료를 활용해 자사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빅토리아 여행용 가방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에르메스는 명품 핸드백과 신발을 만들기 위해 악어, 도마뱀, 타조 등 최고급 동물 가죽을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 12월 에르메스가 호주에서 5만 마리 이상의 바닷물 악어를 사육하는 최대 규모의 악어 농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발각돼 전 세계 동물 복지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호주 지역 정부가 2900만 달러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허가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속 가능한 소비자들도 반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에르메스는 농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지속 가능한 대체재료로 전환해 제품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에르메스의 예술 감독인 피에르알렉시스 뒤마(Pierre-alexis Dumas)는 “마이코웍스와의 협력은 그 자체만으로 혁신”이라며 “천연 가죽 원재료 대체품은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매력을 선보이면서 최고의 품질뿐 아니라 제품 수명주기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식주의를 통칭하는 '비거니즘(Veganism)'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비건 패션시장은 2025년까지 900억달러(101조9250억원), 2027년까지 비건 패션 제품의 매출액은 1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건 패션 열풍에 따라 오렌지 섬유로 만든 옷, 버섯과 파인애플로 만든 가방, 선인장으로 만든 샌들, 바나나로 만든 지갑 등 다양한 비건 패션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독일 의류 브랜드 휴고 보스는 버려지는 파인애플의 입과 줄기로 만드는 식물성 소재의 ‘피냐텍스(Piñatex)’로 신발을 제작했다. 유명 의류 브랜드 H&M은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제작 기법과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든 패션 콜렉션을 선보였다. 이 컨셉의 첫 컬렉션인 '사이언스 스토리'는 피마자 오일로 만든 바이오 기반으로 의류 천을 제작하고, 선인장으로 제작한 식물 기반 가죽 대체제 등 새로운 소재가 활용해 청바지와 크롭 셔츠, 트랙수트, 샌들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동물가죽 사용 금지는 이미 패션 업계 사이에는 큰 흐름으로 잡혔다. 지난해 프라다, 미우미우, 마르체시 등이 속한 프라다 그룹은 모피 사용을 중단하기로 발표했으며, 모피 코트가 유명한 베르사체와 여성 전문 가방브랜드 코치도 2019년 가을부터 여우, 토끼, 코요테, 친칠라, 밍크 등 동물 가죽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샤넬, 구찌, 톰포드, 지미추, 캘빈클라인, 버버리도 지난 2017년부터 모피 사용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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