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ESG 투자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주장한 한 기고글이 전 세계 ESG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기고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 투자책임자 타리크 팬시(Tariq Fancy)로, 2018년 초부터 2019년 9월까지 블랙록에서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최고책임자(CFO)로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미국 경영일간지 USA투데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투자가 과대한 마케팅 광고, 불성실한 약속에 불과하다"며 "ESG를 표방한 수많은 펀드들이 실제로는 석유회사와 같은 탄소배출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의 비판적인 입장은 이후 ESG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동시에 ESG투자의 핵심 과제를 재조명했다. 타리크는 자신의 ESG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지속 가능한 투자자의 비밀 일기(The Secret Diary of a ‘Sustainable Investor’)를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ESG투자 및 임팩트투자를 다루는 파이낸셜 타임즈(FT)의 '모럴 머니(Moral Money)'는 세계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투자가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타리크 팬시(Tariq Fancy)와 논의했고, 그와의 인터뷰를  지난 1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임팩트온은 FT 모럴머니와 타리크 팬시와의 인터뷰를 번역, 요약했다.

전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최고책임자(CFO) 타리크 팬시(Tariq Fancy)/그린퀸

 

모럴머니(이하 MM): 당신은 블랙록을 떠나면서 '누군가가 방금 팔았던 상품을 다른 사람이 불쑥 들어와 살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신이 맡았던 ESG 투자 역할을 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인데, 당신은 왜 블랙록을 떠났나? 외부에서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타리크 팬시(이하 타리크): 나는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사람들이 ESG가 실제로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SG는 영향력이 거의 없을뿐더러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ESG가 현실 속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혁의 속도까지 늦출 수 있는 치명적인 방해물이 된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러한 생각을 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인센티브와 연계해 수익을 가장 효율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세금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기업이라고 마케팅을 할 것이다. 사실 이는 사람들에게 ESG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려는 것이다. 늦어진 토론을 빨리 할수록 실제 변화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MM: ESG 투자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인가?

타리크: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잘못 표현했다. 즉, ESG 요소를 모든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동시에 더 나은 수익률과 더 나은 사회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투자 프로세스에서 ESG 데이터의 가치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느꼈다. 

잠재적으로 ESG는 위험한 속임수(Placebo)이며, 불편한 진실을 편리한 환상으로 대답하는 마케팅이다. ESG 투자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

책임 있는 기업이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ESG 논리를 믿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말만 하고 고객들의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처벌하는 규제가 더 낫다고 확신한다. 규제는 ESG 제품에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MM: 좀 더 설명 해줄 수 있는가?

타리크: ESG 펀드는 고탄소 배출기업을 과소평가하는데, 탄소세가 부과된다면 ESG 펀드는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대신 탄소세 부과를 막기 위한 위약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로 비유를 하자면 심판이 있으면 깨끗하게(공정한) 경기를 하는 게 훨씬 낫지만 심판이 없으면 지저분한(불공정한) 경기를 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ESG자산과 이를 둘러싼 예쁜 단어의 증가를 목격했다. 나는 이를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것(sustain-a-babble)'이라고 부르는데,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는 이 현상을 목격할 것이며 이는 탄소배출과 불평등의 증가와 함께 일어날 것이다.

자산관리사들은 이제 고가의 제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유일한 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ESG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 손으로는 세금과 규제를 미루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전혀 영향력이 없는 여러 '친환경' 제품을 판매해 사회적 불안감을 이용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암환자에게 밀싹(wheatgrass·장청소와 해독, 혈액정화 등을 돕는 효능있다고 알려짐)을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좋게 들리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MM: 친구들이 ESG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지 묻는 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타리크: 내 대답은 ‘아니오’다. (ESG투자가) ESG가 아닌 투자전략을 능가할 것이라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제 환경이나 사회적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일은 높은 수수료를 통해 자산관리자들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종합적으로 당신은 거대한 사회적 속임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고 이는 정부의 행동을 더욱 더디고 늦추게 만들 것이다. 

MM: 유럽은 금융 부문에 대한 ESG 규정을 제정하는 데 훨씬 더 빠르게 대응했다. 월스트리트의 ESG 도입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정밀 조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타리크: 금융은 금융이 하는 일을 할 것이다. 이는 최상의 이익에 대한 기회를 찾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 멕시코 최대의 범죄 조직)의 IPO 상장을 시도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직이) 합법적이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정말 수익성이 좋은 고현금 사업일 테니까. 기업윤리 규정이나 ESG 정책 때문이 아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조직이 불법적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은 돈을 탁자 위에 두고도 자신들에게 가져오지 못하는 셈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불법으로 만들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이 덜 일어나길 바란다면, 당신은 덜 수익적으로 만들 수 있다. 탄소세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모든 것이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녹색 자금과 ESG 자금은 필요하지 않다.

MM: 기후나 청정 에너지 전환 펀드를 론칭하는 투자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타리크: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표면 아래를 파헤쳤을 때, 그것들은 거대한 숫자이지만 대부분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혜택을 포함해 일부 제품은 영향력이 있다. 만약 내가 이 펀드를 구입했다면, 이전에는 미치지 않았던 영향력이 세상에 미칠 수 있을까? 

ESG 펀드나 일부 뮤추얼 펀드가 공공 시장에서 2차 주식을 거래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기후 기술 벤처 캐피털 펀드나 획기적인 벤처 펀드에 대해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 펀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혁신가들의 일차적인 자금을 직접적으로 빼앗아갔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엄격한 토론이나 표준 없이 모든 것이 ESG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MM: 자산관리자들은 엑손모빌에서 ‘엔진 넘버원(Engine No 1, 적극적인 이사회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설립된 투자회사)’이라는 회사와 함께 투표했다. 변화를 강요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FT: 위험한 일에서부터 장기적인 공익에 이르기까지 단기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대리투표에 의존할 수 없다.

그 표를 만드는 사람들은 신탁 의무(fiduciary duty)에 의해 구속된다. 예를 들어, 내가 블랙록에서 맡은 역할 중 하나는 일부 ESG 펀드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투표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환경 및 사회적 발자국을 개선하기 위해 만족스러운 제안은 기업들에게 많은 비용을 부담할 것임을 발견했다. 

수탁자로서 당신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 '우리의 이익에 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져라. 그리고 우리의 일은 주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라고. 당신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누군가가 그 비용을 '내부화'할 가능성이 있을 때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내부화는) 스마트한 정부 규제를 통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MM: 새로운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것인가?

타리크: 기업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케이크을 가지고 먹으려 할 것이다. 이 말은 ‘공화당이 기후 법안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 녹색 제품을 판매하러 갈 것’이라는 거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잠깐만, 공화당원들한테 돈을 쥐어줬나?’이다.

경영계 전체가 기후변화와 불평등이 시급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해결방안이 특정 정치인들에게 막혀 있다면, 그 정치인들을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자유시장을 통해서만 가능한 해결책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는 당신이 갖고 있는 비싼 가격의 훌륭한 친환경 상품들이 거의 혹은 전혀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퍼즐의 두 번째 부분은 세금과 규정인데,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다.

MM: 정부의 개입, 특히 탄소세 필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 당신은 자본주의자인가?

타리크: 나는 자본주의자다. 지금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위협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게 아니라 큰 개혁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중 절반 이상이 자본주의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난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한 형태를 분명히 세대간 강도 행위로 보고 있다. 즉,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고 장기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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