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분야의 두 유명인사인 로버트 에클스(Robert Eccles) 옥스퍼드대 경영학 교수와 잔 로저스(Jean Rogers) 블랙스톤 ESG 글로벌책임자의 대담이 최근 그린비즈에 실려 주목을 끌었다.
로버트 에클스는 SASB의 초대 이사회 의장이자 옥스퍼드대 경영학 교수, IIRC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잔 로저스는 SASB의 설립자이면서, 이달 초 블랙스톤의 ESG 글로벌책임자로 부임했다. 이들의 시선은 현재 글로벌에서 논의되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ISSB, EU 및 미국에서 지속가능성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ISSB의 설립에 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잔 로저스는 “ESG에 대한 접근방식과 관련, 글로벌 시장을 조정하는 동시에 각국가별 관할 당국이 자신들의 우선순위와 관점에 따라 표준을 조정할 수 기회로 본다”면서 “인도에서의 다양성은 피부색이라기보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탈탄소화의 의미는 말레이시아와 캐나다가 다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에클스는 “재무회계 기준과 보고사항은 이제 자본시장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데 있어 너무 좁고 단기적이기 때문에, ISSB의 표준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자원 배분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공시표준위원회(CDSB)와 가치보고재단(VRF)이 내년 6월까지 통합을 완료하는 것이 ISSB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에클스는 “199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를 한 이후 이러한 통합을 늘 희망해왔다”며 “양 기관이 개발한 프레임워크와 표준은 모두 IFRS 재단이 바라는 기업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이는 ISSB 표준의 신뢰성을 확립하는데 결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모두 SASB가 출범한 2012년에 각각 창립자와 초대 이사회 의장을 지녔던 인물이다. 새로운 표준이 출범한 이후의 진행과정을 직접 목격한 경험자로서,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들은 날카롭게 답했다.
로저스는 “SASB 표준은 미국 표준으로 개발된 것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80여개 산업별 표준을 SEC와 같은 규제기관이 모두 개발하는 건 악몽과도 같다”며 “IFRS 관할권이 주로 EU인데, GRI 및 EU와 ISSB가 서로 조화가 부족하고 불필요한 권력투쟁을 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클스는 “EU가 ISSB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EU 택소노미(친환경분류체계)와 (기업 공시 의무화 지침에 해당하는) CSRD(지속가능성보고지침)에 초점을 맞출지가 궁금하다”며 “또 하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 공시 의무화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결국 ISSB는 EU에서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에 관한 관점과 방법론 차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SEC의 기후공시 의무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표준’으로 쉽사리 자리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중 중대성이란,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업이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내부적 관점과 외부적 관점을 모두 보자는 것이다. EU와 GRI는 이중 중요성 관점을 고집하는 반면, 회계와 기업 중심의 지표인 ISSB에서는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만 보자는 입장, 즉 기업 리스크적인 관점만을 갖고 있다.
ISSB는 자발적 표준개발자, EU 표준은 "실제 이빨을 갖고 있어"
이들은 ISSB의 향후 포지셔닝에 관한 질문에도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담았다.
잔 로저스는 “유럽 지속가능성보고 표준을 개발중인 EFRAG(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와 GRI에 의해 개발된 표준은 실제로 이빨을 가지고 있는 반면, ISSB는 아직까지 실행 능력이 없는 또다른 자발적 표준개발자에 불과하다”며 “ISSB가 서비스하는 시장을 감독하는 규제기관이 이 표준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에클스는 “표준은 목표가 아니다”라며 표준(가이드라인)과 목표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ISSB 표준은 기업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진행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경영진 보상이 지속가능성 목표와 연계되는 것이 필수적이며, 기후와 ESG에 경쟁력있는 이사회가 필수적인데, ISSB 표준은 이러한 목표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ISSB의 표준이 미국에 적용될 지, SEC의 기후공시 의무화와는 어떻게 연과는되는지에 대해, 에클스는 “결국 정부기관이 ISSB 표준을 의무화할지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ISSB 표준을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겠지만, 결국 투자자들이 특정 정보를 원할 경우 이러한 지원을 등에 업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B는 과연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를 갖추게 될까. 잔 로저스는 “SASB의 중요성 맵은 (그전에는 없었던) 산업별로 중요한 이슈사항을 조명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매우 높게 평가받았다”며 “이제 AI는 10년 전과 달리 비정형 정보로부터 정형화된 데이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표준 세터(standard setter)들은 서로 경쟁할 게 아니라 기술과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에클스는 “ISSB는 환경 이슈 만큼이나 소셜 이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투자자들은 점점 더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 양극화와 국제사회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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