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사막이 숲으로 바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 (사)푸른아시아가 20년 동안 한 일이다. 온실가스는 나무가 아니라 토양에 대부분 저장된다. 나무는 탄소를 땅에 쌓아두고 가두는 '탄소뱅크'다. 특히 사막에 나무를 심으면 땅이 비옥해지고 탄소를 더 많이 격리시킨다. 푸른아시아가 시작한 '10억 그루 탄소뱅크' 캠페인은 탄소흡수원으로서의 나무와 토양을 다시 보기 위한 캠페인이다. 임팩트온은 푸른아시아의 캠페인을 시리즈로 짚어볼 계획이다./ 편집자 주

탄소흡수원은 전통적으로 나무만을 의미했다. 까를로스 A. 구에라 독일 토양생물다양성 프로그램 공동회장은 지난 30일 열린 글로벌 ESG포럼에서 “우리가 기후 위기를 생각할 때, 탄소 크레딧, 가격, 오프셋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나무 심기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탄소는 토양에 저장되기 때문에 나무를 심는다고 토양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구에라 회장은 “토양 보호는 흙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미생물, 지렁이, 곤충, 버섯 등 그 안에 있는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임팩트온>은 국제사회에서 토양이 탄소흡수원으로 고려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논의의 흐름을 짚고,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탄소흡수원으로서의 토양...언제부터 고려됐나

교토의정서 체제가 97년 출범한 후 2010년까지도 온실가스 흡수원은 나무가 유일했다. 교토의정서는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제한하는 조치에 합의한 문건으로, 배출량의 흡수량을 계산할 때 연간 나무가 흡수하는 양만을 고려했다. 

토양이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고려되기 시작한 때는 2010년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총회부터다. 사막화방지협약은 인구 증가, 경작지 확보를 위한 화전, 벌채, 방목과 같은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토양이 황폐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합의다.

이 총회에서 토양이 기후변화와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 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이다. 

UNCCD는 92년 제47차 유엔총회 결의에서 협약안을 작성하고, 96년에 발효됐다. 협약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통의무, 선진국 의무를 모두 담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 피해 회원국, 특히 아프리카 국가와 최빈국의 사막화 방지 활동 및 재정 지원 의무를 갖는다./UNCCD 홈페이지
UNCCD는 92년 제47차 유엔총회 결의에서 협약안을 작성하고, 96년에 발효됐다. 협약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통의무, 선진국 의무를 모두 담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 피해 회원국, 특히 아프리카 국가와 최빈국의 사막화 방지 활동 및 재정 지원 의무를 갖는다./UNCCD 홈페이지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임팩트온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시민사회단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으로 총회에 참석하여 사무총장과 만나서 토양의 온실가스 저장량을 감안하면, 기후변화협약(UNFCCC)에 공식적으로 사막화방지협약을 넣자는 논의를 했고 실제 공식 발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논의는 2019년 제25차 유엔기후총회에서 결론이 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같은 해 발간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특별보고서는 토지가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반이자, 토지 이용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변화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양은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공간이자 유기 탄소의 저장 공간인 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인류가 만든 온실가스의 30%를 땅을 통해 줄이자는게 결론이었다. 

대한민국 산림청도 지난 5월 개최된 제15차 UNCCD 총회에서 '비즈니스 포 랜드(B4L, Business for Land)'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B4L 이니셔티브가 공식 출범한 바 있다. B4L은 토지 황폐화를 방지하는데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이다. 

 

COP26에서 논의된 토양 흡수원…2030년까지 토지 황폐화 중단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했다. KEI는 COP26에서 토양이 생물다양성 보호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연계하는 맥락에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의장국인 영국은 COP26 회의에서 네이처 데이를 지정했고, 자연기반솔루션(NB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37개국이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지도자 선언에서 2030년까지 산림 손실과 토지 황폐화를 중단하고 되돌리기로 약속했다. 

선진국들은 아프리카 콩고 분지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중요함을 인식하고 습지와 산림 등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 15억달러(약 2조925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COP26은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지침이 완성됐다는 점에서는 큰 진전을 이뤘으나,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온도상승제한 1.5도 원칙이 흔들리고 탈석탄 합의가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COP26 홈페이지
COP26은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지침이 완성됐다는 점에서는 큰 진전을 이뤘으나,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지구온도상승제한 1.5도 원칙이 흔들리고 탈석탄 합의가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COP26 홈페이지

KEI는 토지와 흡수원에 관련한 COP26의 시사점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참여국들이 토지 관리를 포함한 자연기반해법(NBS)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및 생물 다양성 제고 정책을 연계하여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점이다. 

KEI는 습지와 같은 자연생태계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도록 하는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사업 발굴, 보호지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흡수원을 통한 상쇄분은 생태복원 사업 등 자연기반 흡수원 조성 사업에 투입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양의 탄소흡수...향후 과제는?

구에라 회장은 글로벌 ESG포럼에서 “토양 보호는 임팩트와 이익을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측정하기 위해 ▲토양 탄소 저장 ▲토양 건강 ▲양분 순환 및 비옥함 ▲토양의 생태계 취약성 ▲토양 보호 가치 ▲토양 생물다양성 ▲식물의 질병과 같은 다양한 지표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양의 온실가스 탄소 흡수량은 ‘IPCC 온실가스 인벤토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로 측정한다. 가이드라인은 온실가스를 산정할 때, 흡수는 ‘관리된 토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범위를 제한한다. 관리된 토지는 사람의 개입과 활동을 통해 상품 생산과 사회와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토지를 의미한다. 

토지 이용은 ▲산림지 ▲농경지 ▲초지 ▲습지 ▲정주지 ▲기타 여섯 개 분야로 구분한다. 토지별로 바이오매스, 토양 탄소, 목재제품, 고사 유기물 등 모든 탄소저장고를 고려해 탄소축적변화를 산정한다. 

GHG 프로토콜이 발표한 토지 부문 가이드라인. 최종본은 2023년에 발간될 예정이다./GHG 프로토콜 홈페이지
GHG 프로토콜이 발표한 토지 부문 가이드라인. 최종본은 2023년에 발간될 예정이다./GHG 프로토콜 홈페이지

측정 기준은 마련되어 있으나, 이를 보고할 기준은 아직 충분히 정비되어 있지 않다. 보고 기준은 GHG 프로토콜(GHG Protocol: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이 2021년 7월 발표한 토지 부문 이니셔티브 초안 1이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세계 지속가능 발전 기업위원회(WBCSD)는 100명 이상의 전문가 집단과의 논의를 통해 초안을 작성했다. 초안은 GHG 인벤토리와 관련된 활동들, 토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제거, 토지 사용 변경, 바이오제닉 제품, 기술적 탄소 제거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오기출 상임이사는 “토지 이니셔티브 초안이 나오고 전세계적인 반향이 있었다”며 “유엔은 각 국의 이익을 조정하는데 1년이 걸렸고,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오 상임이사는 올해 4월에 2차안이 나왔어야 했지만, 조정에 시간이 걸려서 9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 상임이사는 “측정은 IPCC 가이드라인도 있고, 다양한 측정 기관이 있는데 문제는 보고다”라며 “측정은 나라마다 측정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통일된 보고 기준이 필요하고 GHG프로토콜이 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6개 글로벌 컨설팅 기관이 GHG프로토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작업 중이고, 판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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