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여느 ESG 홍보 기사와는 다른 결의 보도자료가 하나 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아마존 대두 구매 중단 선언이다. CJ제일제당은 “아마존 삼림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체 대두 구매율 중 25%를 아마존이 아닌 곳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브라질에서 농축 대두단백 생산기업 CJ셀렉타(CJ Selecta)를 운영하고 있다. 셀렉타는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SPC) 부문 세계 1위다. 연간 식품과 바이오 사업을 위해 구매하는 대두는 170만톤. 이 중 25%에 해당하는 40만톤을 아마존 외의 지역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CJ제일제당은 “‘삼림파괴 중단(Deforestation-free) 선언으로 대두 생산을 위해 무분별한 벌채를 하거나 화전경작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생태계 파괴를 막고, 원재료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삼림벌채가
CJ제일제당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
CJ는 왜 갑자기 아마존 대두를 사지 않겠다고 선언한 걸까. 브라질은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가다. 그러나 대두 생산문제로 불거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삼림 벌채문제다. 네슬레,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콩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브라질 정부는 전체 토지의 65%에서 80%까지 산림 벌채를 허용하는 식으로 아마존 삼림 벌채 문제를 묵인해왔다. 경제적 이익이 삼림 보호보다 우선시 되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난해만 170만헥타르가 파괴됐다.
생물 다양성 문제와 직결되는 삼림 벌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브라질에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며, EU는 강력한 공급망 규제를 들고 오기도 했다. 작년 12월 네슬레, 테스코, 월마트, 유니레버, 맥도날드 등 거대 식품기업들은 공급업체들에게 브라질 세라도(Cerrado)에서 삼림 벌채를 야기하는 콩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삼림 벌채 관련 제품 수입 금지법안을 EU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영국은 자국 내 대기업들이 코코아, 고무, 콩, 야자유 등 모든 공급망 내 원자재가 불법 삼림 벌채와 관련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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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삼림 벌채는 10년 간 전 세계의 오랜 숙제였지만,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지금껏 손 놓고 있었던 자산운용사들이 경고장을 날리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블랙록은 지난 3월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관리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물과 숲과 같은 자연자본 이슈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선언했다. 삼림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해양 및 담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삼림 벌채 금지 정책 및 생물다양성 전략을 공표하지 않는 기업에는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기업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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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도 작년 ‘2021년 주목할 5대 이슈’ 보고서에서 생물 다양성을 중대 이슈 중 하나로 꼽았다. MSCI는 “식품 산업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이슈 중 하나는 생물 다양성”이라며 “식품산업군은 전 세계적으로 삼림 벌채의 약 80%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콩(대두), 팜유(야자수기름)과 관련돼 있다. 삼림 벌채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면서, 이 이슈로 인해 규제와 평판 손상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동종업계 움직이면서
CJ셀렉타도 "브라질산이라면 대두 안 받는다"
CJ셀렉타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우려 뿐 아니라 동종업계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이번 선언에 영향을 미쳤다.
MSCI의 분석에 따르면 CJ셀렉타는 동종업계 최고 대두단백 생산 업체지만, 지속가능한 대두를 사용하는 비율은 4.6%에 그쳤다. 네슬레는 9.4%, 다논은 79%, 마린하베스트는 100%를 기록했다. 더불어 JBS, MOWI, CP Foods, 다논, 타이슨, 네슬레가 제로 삼림 벌채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CJ셀렉타는 이와 관련된 정책을 표하지 않았다.
네슬레는 작년 1월 “우리가 쓰고 있는 농산물의 90%를 지속가능하다고 인정받기 위해 브라질산 대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속가능한 대두를 사용하기 위해선 공급망을 추적해야 하는데, 브라질 내 공급망 추적이 어려워 아예 브라질산 대두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올해 1월, CJ셀렉타 또한 카라무르(Caramuru), 임코파(Imcopa)와 함께 브라질산 대두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급망에서 제로 삼림 벌채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하면서, 기존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재배된 대두 뿐 아니라 브라질 땅에서 재배된 대두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CJ셀렉타는 이를 위해 WWF 브라질과 협력해 강력한 모니터링, 보고, 검증 시스템을 개발했다.
식품기업을 둘러싼 생물다양성 이슈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월 중국 쿤밍에서 15번째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2020년 이후 지구 생물다양성 체계를 결정하고 이를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각 국가별 측정가능한 목표를 담기로 했다. 더불어 이번 기후 정상회담에서도 삼림 벌채에 관한 내용이 언급됐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는 삼림을 보호하기 위한 ‘리프 연합(The Leaf coalition)’을 구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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