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실적, 목표, 기후 공시를 근거로 점수를 매겨, 이 점수가 높은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또한 기후 시나리오 작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ECB는 19일(현지시각) “19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현금으로 매입할 때 자체 기후 점수를 사용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CB는 지난해 은행 감독에서 통화정책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기후 실적이 좋은 기업에 우대정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기후 관련 실적이 낮은 기업보다 높은 기업에 중점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꾸려나가겠다는 의지다.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의 탄소 집약도를 낮춰 파리협정 목표를 충족하는 게 목표다.

ECB는 3가지를 기준으로 자체 점수를 매기겠다고 했다. 역방향 배출량 서브스코어로 탄소 발자국을 확인한다. 기업 및 채권 발행사의 과거 배출량을 수집한다. 동종업계에서도 배출량을 비교한다.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기업과 채권 발행사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기업의 감축 목표도 살핀다. 더 야심찬 미래 목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좋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기업이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정보 공시의 투명성도 평가 항목 중 하나다. 고품질 데이터를 게시하는 기업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기업과 채권 발행자가 기후 관련 공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ECB는 기후지수를 이용해 기후실적이 좋은 발행사를 우대하고 점수가 낮은 발행사의 채권에 만기 제한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기후 점수는 ECB의 기업부문 매입 프로그램(CSPP) 또는 대유행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 점수가 좋으면 지속적인 회사채 재투자 매입을 안내하는 벤치마크에서 상대적인 가중치를 받게 된다. 시장 전반적으로 기후 실적이 좋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많아지고, 기후 실적이 나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적어지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후지수가 낮아도 채권을 팔거나 발행사를 배제하는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 또 각 기업에 할당된 기후점수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ECB는 “2023년 1분기부터 회사채 보유에 관한 기후 정보를 공표할 것”이라며 “기후 점수와 계산 방법론은 정기적으로 검토하며, 데이터·모델·규제·위험 평가 능력 측면을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3가지 상위 목표에 그에 따른 6가지 정책 의제
유럽중앙은행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3가지 상위 목표에 그에 따른 6가지 정책 의제

이번 정책은 2021년 7월에 발표된 ECB 기후 행동 계획 중 일부다. ECB는 유로시스템이 기후와 관련된 금융 위험 노출 감소에 노력하는 동시에, 모든 분야의 기업이 자사의 기후 위험과 탄소 배출량에 대해 보다 투명해지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 EU의 기후 중립 목표 중 하나인 경제의 녹색 이행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

 

금감원, 1년 만에 다시 킥오프 회의 개최

한편 금융감독원은 국내 10개 은행과 보험사와 ‘기후 시나리오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세계적으로 탄소 국경세 도입, 기후리스크 감독원칙 제정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금융 정책들이 강화되는 만큼 이에 발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공동작업반은 기후위기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와 이행 리스크를 모두 평가할 수 있는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의체(NGFS)에서 제공하는 6가지 표준 기후 시나리오(지구 평균온도,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속도 등)에 더해 국내에 집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풍과 집중호우를 감안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 시나리오에 따른 물리적·이행 리스크를 금융리스크로 변환하고, 금융사 손실을 측정하는 과정이다.  

이상기후가 증가하고, 기온과 해수면이 상승하는 물리적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을 보험 손해율이나 대출 담보물 가치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로 전환한다. 이행리스크의 경우 정부의 탄소 중립정책으로 탄소 배출권 가격이 증가했을 때 고탄소 산업 및 기업 비용을 추정한다. 이에 따라 기업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도 있고, 주식 또는 채권가치가 하락하는 방식으로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시나리오 공동 참여반에는 은행,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가 참여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4곳과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생명보험 3곳,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3곳의 손해보험사가 참여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021년 말까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리·감독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뿐 아니라 금융투자사, 여신사들까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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