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계획은 민간 부문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
7일(현지시간) 개최된 제27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미국 존 케리 기후 특사가 탄소배출권을 개발도상국 원조 수단으로 삼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인한 기후 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요구하자,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탄소배출권을 꺼내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직접 탄소배출권 방법론 개발에 착수해 탄소를 감축하는 공식적 수단으로 탄소배출권이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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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OP27에선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기후 회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기후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해와 보상(Loss & Damage)을 논의한다. 올해 대홍수로 1700여 명이 숨진 파키스탄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올해 COP27에서 선진국의 책임을 강력히 주장한 결과다. 다만, 미국과 유럽은 손해와 보상을 인정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존 케리 기후특사도 의제에는 찬성했지만, 이를 위한 기금 조성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기후 특사, 정상회담 기간 내 계획 발표하길 원해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은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금 조성 대신 세계 최대 기업의 현금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배출권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을 부조하겠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이 석탄화력 발전소와 같은 화석연료 인프라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게 민간기업 등이 재원을 조성하면, 민간이 탄소를 감축하는데 기여한만큼 탄소배출권을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측 관계자는 “미국 존 케리 특사는 이번 정상회담 기간 내 이 계획을 발표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미 행정부는 이번 계획으로 민간도 개발도상국에 에너지 전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존 케리 기후 특사는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은 탄소를 감축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번 계획은 민간 부문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탄소배출권을 연계한 사업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케 해 직접적인 배출 감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탄소 크레딧은 독립적인 인증기관에 의해 보장된다. 미국 관리들은 “탄소 크레딧의 환경 보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조치에 대해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특사는 은행, 소비재, 해운, 항공 등 각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이번 계획 참여 의사를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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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화석연료 생산자는 계획에서 제외됐다. 이에 국제배출권거래협회(International Emissions Trading Association) 더크 포리스터 최고경영자는 “한 국가의 에너지 전환에 탄소배출권을 인정해준다는 계획은 흥미로운 개념이지만, 참여에 제한을 두는 사항은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참여자가 제한되면서 테크 기업이나 은행 같이 탄소집약적이지 않은 사업만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탄소배출권 계획은 지난해 COP26에서 아마존, BCG, 네슬레와 같은 기업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른바 ‘리프(Lowering Emissions by Accelerating Forest Finance, LEAF)’ 연합의 전력 부문 버전이다. 리프 연합은 열대·아열대림국의 산림 전용과 황폐화 방지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10억달러(약 1조원)의 산림재원을 조성하고자 구성된 국제 연합체다. 산림이 보존된 만큼 탄소배출권을 제공받는다.
리프 연합은 취지는 좋았지만 세부 사항이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탄소배출권은 특히 규칙과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탄소배출권은 이론적으로는 1개 탄소배출권이 1톤 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항상 배출량 감축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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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업과 국가가 파리 기후협정에 따라 법적 구속력 있는 순제로 배출 목표를 달성하라는 압력을 받으면서 탄소배출권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산업단체는 탄소배출권에 더 많은 신뢰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으로 표준을 개발하고 있으며, 민간이 힘을 합친 자발적 탄소 시장의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데이터업체 에코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자발적 탄소 시장 규모는 약 20억달러(약 2조원)로 전년도에 비해 4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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