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인터배터리 2024’에 3일간 12만 명이 방문하여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의 성패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재활용 원료의 수급에 달려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주한영국대사관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같은 날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과 영국의 배터리 재활용 정책과 기업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첫 발제를 맡은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팀장은 “폐배터리 재활용 설비는 꾸준히 증설되고 있으나, 재활용 원료가 설비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영 팀장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배터리 재활용 원료는 44만 톤으로 처리 시설 용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주한영국대사관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비바체룸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션 1은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팀장과 릴리아 기타리-리코브스키 영국산업통상부 선임 투자 매니저가 한국과 영국의 배터리 재활용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션2는 유장용 두산리사이클솔루션 팀장과 정회림 에코프로 경영전략실장이 자사의 배터리 산업 전략을 소개하고 지속가능성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민바이로(Minviro)의 로버트 펠 CEO는 배터리 산업 내 지속가능한 공급망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임팩트온
주한영국대사관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비바체룸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션 1은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팀장과 릴리아 기타리-리코브스키 영국산업통상부 선임 투자 매니저가 한국과 영국의 배터리 재활용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션2는 유장용 두산리사이클솔루션 팀장과 정회림 에코프로 경영전략실장이 자사의 배터리 산업 전략을 소개하고 지속가능성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민바이로(Minviro)의 로버트 펠 CEO는 배터리 산업 내 지속가능한 공급망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임팩트온

 

에코프로와 두산의 재활용 사업 전략...원료 수급과 가격 경쟁력 어떻게 확보하나

국내 기업으로는 에코프로와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이 현재 배터리 산업의 현황과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업계 관계자는 “2025년이 되면 배터리 수요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재 국내 기업들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생산 유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확보 유무 등을 변수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에코프로는 재활용 소재를 해외에서 들여와서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한 후 다시 현지에서 판매하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Closed Loop eco-system)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전략을 수행 중이다. 이 시스템은 원재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IRA 보조금을 받아 제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정회림 에코프로 경영전략실장은 “미국 배터리 재활용업체 서바 솔루션즈(Cirba Solutions)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에서 스크랩 및 폐배터리에서 생산블랙매스 등 리사이클 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면서 “해당 원료로 국내에서 생산한 양극재를 다시 북미의 완성차 업체에 판매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현지업체를 통해 IRA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원소재를 확보하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정회림 에코프로 경영전략실장은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를 지원하는 IRA 보조금은 산업에서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요소”라며 “에코프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이 IRA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우려기업(FEOC)을 설정하고, 해당 국가에서 조달한 핵심광물이 포함된 제품에는 IRA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차전지 배터리 및 생산 공정과 관련해서는 ▲핵심 광물 요건(일정 비율 이상 북미 혹은 미국 FTA 체결국 내 생산) ▲배터리 부품 요건(일정 비율 이상 북미 내에서 제조 및 조립된 배터리)을 충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정회림 실장은 국내 정책상 검토가 필요한 점도 제안했다. 정 실장은 “폐배터리와 스크랩을 수입할 때 한국과 미국의 방식이 달라 입찰에서 유찰되는 경험을 했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CIF(운임 보험료 포함 인도)에 따라 해당 상품을 한국 항구까지의 필요 운임과 보험료를 판매자가 부담해아 한다. 반면, 미국은 EXW (공장 인도 조건)에 따라 구매자가 현지 공장이나 창고에서 직접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세무법인 다솔 블로그(https://blog.naver.com/wintax365/221347448991)

두산에너빌리티의 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인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은 전기차 폐배터리의 리튬을 회수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유장용 두산리사이클솔루션 팀장은 “2025년부터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리튬 회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전기차 폐배터리 공급이 부족하지만, 전기차가 상용화된 이후의 미래 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은 경쟁사와 다르게 LNG와 LPG를 활용한 연소 방식의 리튬 회수 기술을 개발했다. 유장용 팀장은 “이 기술은 경쟁사의 습식공정과 차별화되어 불순물을 깨끗하게 제거하여 순도 99.5%의 리튬을 확보하는 게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리사이클솔루션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양극재가 포함된 폐배터리에 포커스를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한국과 영국 정부, 글로벌 규제 대응과 원료 확보 지원책 준비 중

한국은 배터리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김희영 팀장은 “전국 4개 권역에 배터리 수거센터를 구축하고, 배터리 재활용 관심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을 정책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배터리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2차전지 전주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배터리 산업의 문제로는 ▲배터리 회수 및 관리 체계의 부재 ▲성능 진단 기준의 부재 ▲수리 전문 인력의 부족 ▲안전 지침 준수가 제시됐다. 

김 팀장은 “민간 소유의 배터리는 회수 및 관리 체계가 부족하며, 배터리 관리에 대한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성능 진단 기준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이 어려우므로 정부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해결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사업에 유리한 거점을 탐색하고 미리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재활용 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거나 배터리 제조 기업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재활용 공장을 설립하거나 전기차 OEM사와 배터리 제조사, 재활용 기업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배터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국도 재활용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릴리아 기타리-리코브스키 영국산업통상부 선임 투자 매니저는 “패러데이 챌린지(Faraday Battery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5억4100만 파운드(약 9096억원)의 기금을 배터리 및 재활용 기술 개발에 지원하고 있다”며 “영국 인프라은행과 기업은행은 스타트업이 수행하는 재활용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자유항을 운영하여 다양한 인센티브와 인허가 간소화 등을 통해 해외 기업이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글로벌 규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릴리아 매니저는 “재활용 소재의 최소함량 요구사항과 배터리 여권에 관련해서는 EU의 배터리법을 주시하고 있고, 핵심광물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의를 진행했으며 영국의 기업이 IRA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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