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메이저 곡물회사, 탄소포획에 잇따라 진출
카길 '리젠커넥트' 프로젝트 시작
농업 탄소시장은 골드러시 되고 있어
현재 미국 농업의 탄소시장은 ‘골드러시’라고 불릴 만하다.
지난 15일 곡물 메이저인 ‘카길(Cargill)’은 ‘탄소농업 프로그램 2022’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이름은 ‘리젠커넥트(RegenConnect)’. 한마디로 땅(토양) 밑에 탄소를 포획해 영구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탄소 상쇄 거래를 위해 농업회사들은 최근 이와 같은 기후 프로그램을 잇따라 시작하고 있다.
카길은 탄소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민을 대상으로 포획된 탄소 1톤당 20달러를 농민들에게 지급키로 했다. 토양의 샘플링, 농장 데이터, 원격 모니터링 등의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토양의 탄소 격리를 추산하고, 이를 비용으로 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린 워싱’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탄소포획에 성공했더라도 이 탄소가 영구히 갇혀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길의 북미 농업공급망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 벤 파허(Ben Fargher)는 “지난 몇 달 동안 리젠커넥트 프로그램에 많은 농민들이 참여했고, 올해 12월에는 참가자들에게 연간 지급액의 50%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나머지는 2022년 수확기에 지급된다.
구체적인 탄소 포획 데이터는 탄소 측정회사인 레그로가(Regrow)가 수집, 검증한다고 한다. 카길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재생농업 프로그램에 1000만에이커(400만헥타르)를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의 토지가 등록돼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원자재 기업과 축산물 생산업체, 식품 소비재기업 등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하는 많은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카길, 2030년까지 1000만에이커 재생농업 목표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탄소격리 농법’ ‘재생농법’ 등이라고 불리는 이 분야의 연구 역사가 깊다. 1990년대 초반 라탄 랄 미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가 ‘토양의 탄소 격리(sequestration)’ 개념을 처음 발표했는데, 예를 들면 농민이 밭을 갈 때 쟁기질(경운)을 심하게 하면 토양에 저장된 탄소들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땅을 덮는 피복작물을 심거나, 무경운 농법을 하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땅 속에는 공기 중에 떠 있는 탄소량의 3배 이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지난 4월 블룸버그에서는 미국 농업의 탄소시장 골드러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농업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소들은 메탄을 내뿜고, 비료를 가스를 내뿜고, 트랙터는 디젤을 태운다. 미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농업은 전년 대비 800만톤 증가한 6억29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특히, 축산업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더 강력한 메탄을 방출하고, 비료는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영향보다 300배나 더 강력한 이산화질소를 방출한다.
때문에 미국 메이저 곡물회사들은 탄소농업을 아예 대규모화시켜, 격리된 탄소 크레딧만큼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
농업테크기업 '인디고 애그' 탄소 크레딧 판매하기도
사실, 카길은 2022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이미 지난 1년 동안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아이오와주 15개 농장에서 1만에이커 가량의 토양에서 아이오와 콩협회 회원들과 함께 탄소 격리 농법을 시범 운영했다. 투자회사인 퀀티파이트 벤처스(Quantified Ventures)가 비용편익 분석과 운영을 도왔다. 농장의 개별적인 탄소 제거에 대한 회계 시스템도 마련돼있는데, 미국 농무부 천연자원보전부와 콜라라도 주립대가 개발한 회계시스템인 ‘COMATE-FAM’을 이용해 측정한다고 한다.
메이저 곡물회사들은 아예 탄소농업을 통해 배출권 크레딧(Credits)을 확보하고, 이를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카길, 제너럴 밀스, 맥도널드사는 ‘에코시스템 서비스 마켓 컨소시엄’(Ecosystem Services Market Consortium)을 꾸렸고, 이들은 2022년까지 전국 탄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버터 제조업체인 ‘랜드 오레이크스(Land O’Lakes)와 농업테크기업 ‘인디고 애그(Indigo Ag)’ 및 ‘노리 LLC’는 농부들이 격리한 탄소 크레딧(Credits)을 탄소상쇄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농업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노스페이스 등 탄소를 상쇄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탄소를 판매해왔다”고 설명했다.
인디고 애그의 크리스 하버트 글로벌 탄소 책임자는 “새로운 시장진입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골드러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톰 빌삭 농무장관은 블룸버그에 “2013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농업 부문은 250만 크레딧(Credits)을 발생시켰는데, 잠재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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